후기

2011 희망제작소 창립 5주년 프로젝트
박원순의  희망열차


● [전라] 3월 6일 변산공동체

수도권을 벗어나 먼 길을 달려 서해 바다가 보입니다. 새만금 갯벌, 그러나 방조제로 막혀 더 이상 갯벌로서의 기능은 상실하고, 땅속 깊이 생명들은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에 신교통수단인 바이모달 트램(Bimodal Tram)이 도입되고 국내 첫 인공섬 방식의 신항만이 건설된다고 합니다. 집행예산만도 22조 2000억 원으로 실로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1. 3. 16 정부 발표 인용)

종합개발계획의 5대 방향은 1)탄소 프리(Free)도시, 2)생태 녹지 네트워크 조성, 3)명품 수변도시 구현, 4)자원 선순환체계 구축, 5)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입니다. 이곳의 주인인 갯벌을 밀어내고 이곳에 인공섬을 만들어 낸다는 정부의 발상이 놀랍습니다.

같은 변산반도 인근에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변산공동체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스스로 ‘산적두목’이라 불리길 원하는 윤구병 선생님이 계십니다.

공동체의 삶을 실천하고, 공동체 안에서 공동육아 및 학습을 통해 지속가능한 대안적인 삶을 살고 있는 변산공동체, 그 안으로 성큼 들어가봤습니다.

저녁식사를 하지 못한 저희 일행은 도착 후 바로 늦은 식사를 했습니다. 이곳 아이들이 키우고 재배한 맛난 봄소식 가득한 음식을 제공받고 나니 입안 가득 봄을 맞은 듯 합니다. 배를 채우고 겨우 주변을 들러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낯선 풍경입니다. 밤늦도록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그랬고, 이야기 내내 거침없는 자신감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부안 변산반도 그리고 그곳에 산을 등지고 변산공동체가 있습니다.

초행길 낯선 풍광에 길을 잃은 저희 일행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준 것은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였습니다. “연기를 따라 오세요” 하는 전화기 음성 너머 낯선 이도 궁금했습니다.

”사용자동행한 원순씨와 이야기 내내 두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는 아이들의 눈속에서 밤하늘 별빛보다 빛나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분명 일반 도심 속 아이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거침없는 자심감의 정체와 무엇이 그들을 밤늦은 시간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게 하는지…. 내내 궁금했습니다.

늦은 시간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1,000개의 직업도 소개하고,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나눠주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분명 누군가는 나중에 멋진 흙벽돌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테고, 누구가는 야채를 사랑스럽게 키워내는 농부의 길을 걸을 겁니다.

누구나 경쟁해야하는 오늘의 사회속에서 원순씨가 이야기하고자하는 창조적 삶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 변산공동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더불어 가야하는 공동체의 삶, 그 속에서 커가고 있는 아이들에게서는 희망을 봅니다.

하나하나 강연을 놓치지 않고 쫓아가는 아이들의 시선이 빛납니다. 이곳 변산반도가 빛나는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과 더불어 만들어갈 바다와 갯벌을 알고, 새싹을 키워내는 땅을 알며, 자기 스스로의 몸을 아는 공동체 학습이야말로 꼭 필요한 삶의 지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곳의 삶은 변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인천에 위치한 문턱없는 밥집(손님들은 식사를 마치고 자신이 내고 싶은 만큼만 돈을 지불하면 된다. 누구나 와서 부담없이 한끼의 식사를 나눠 먹도록 하자는 나눔 실천운동에서 시작됨). 식재료는 철저하게 친환경 유기농산물만 고집하는 이곳은 변산공동체에서 직접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들여와 매일 점심 식단을 꾸미고 있습니다.

윤구병 선생님, 그리고 변산공동체 식구들이 만들어갈 대안적인 삶이 15년 후 어떤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할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그때 쯤이면 변산공동체가 꾸고 있는 큰 꿈이 성큼 현실속에서 꽃피고 있지 않을까요….?

글_ 희망열차 자원활동가 신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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