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열차 충청편] 이장님들의 수다

2011 희망제작소 창립 5주년 프로젝트
박원순의 희망열차


● [충청] 4월 25일 충북대 로스쿨


25일 오전 첫 목적지는 충북대학 로스쿨이였다. ‘박 변호사’라 불렸던 원순씨는 과거 자신이 걸어온 길을 후배들에게 소개하러 가기 때문일까? 눈빛과 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이번 강연은 따로 발표자료를 사용하지 않고 대담 식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펜을 들고 강연을 이어갔다.

생각해보니 로스쿨 학생들에겐 굳이 시각적인 매체를 통해 이야기할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대담식의 진행을 통해 오히려 서로 간에 더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었던 강연이었던 것 같다.

[##_2C|1407249720.jpg|width=”340″ height=”1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쉽게 볼 수 없는 원순씨의 날카로운 눈빛|1129831138.jpg|width=”340″ height=”1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충북대 로스쿨 학생들과 함께 단체 사진 한 컷~_##]

 원순씨의 강연 내용 중 공감 가는 부분을 두서없이 적어봤다.

* 인권의 목록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과거의 인권은 고문,폭력 등의 문제에 집중됐지만, 현재는 인권 운동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물론 투쟁 없이 답을 바랄 수 없다. 국민은 늘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헌법에 차별 금지 항목이 있지만 현실에는 늘 차별이 널려있다. 인권의 목록은 인권 감수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삶에 미치는 모든 것은 다 인권이라 볼 수 있다.

* 울화증,화병(hawpung)이 미국에 등록된 한국의 질병이라고 한다. OECD국가 중 노동시간이 제일 길지만 생산력은 형편없다. 일에 대한 성취 없이 하고픈 일을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없이 일한다. 사람이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상상하고, 꿈을 꿀 수 있는 사회가 되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성장하고, 다각적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은 이해관계자가 아니면 소송을 걸 수 없다. 현재의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더 넓게 자연에 대한 권리, 미래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자연권이라는 것도 있다.

* 문명은 법률이다. 문명국가는 법률이 거미줄같이 쳐진 나라이다. 과거 로마의 매뉴얼은 현대의 한국보다 더 세밀하고 치밀했다. 법률이 국민의 참여로 실행되고 통치돼야 좋은 사회,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이다.

다음은 학생들과의 질의 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질: 변호사 단체들이 지금 이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경제적 이익과 공익 추구는 항상 상충하는데 어떻게 하면 이 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나.

답: 별로 고민 안 해도 된다. 세상엔 길이 다 열린다. 사람이 쫀쫀하게 굴면 더 쫀쫀해진다. 자기 것 다 차지하면 그것 밖에 없다. 다 버리니까 온 세상이 내 것이 됐다. 돈이 필요하다고 골똘히 생각하면 그것에 대한 답이 나온다. 많은 분들의 참여와 기부는 모든 것을 버린 후에 얻을 수 있었다. 두 가지 상충하는 것을 함께 고민하면 그 고민은 풀 수 없다.

질: 한국의 로스쿨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언어가 있다면.

답: 6시간 안에 닿는 나라의 언어는 배워야 한다. 불어, 스페인어 등도 배워야 하고. 젊을 때 배워라. 그런데 해야되는 상황이 되면 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으로 몰아가라. 때가 있는 법이다. 그 때 해라.

질: 유신정권 시절의 경제발전을 배우기 위해 동티로르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이들이 박정희 대통령 당시 경제 정책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 빈곤국에게는 인권과 경제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답: 단기간에 이룬 한국의 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신기루 혹은 기적이라는 양면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허위와 사기가 판치는 나라,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학대받는 노동을 하고 있다. 박정희식 경제개발이 가지는 한계가 있다. 우리사회를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발전과정 속에서 잉태하고 있었다. 새마을운동은 우리의 것을 완전 파괴했고,  국가주의, 획일화의 길로 세뇌시겼다. 이러한 것들을 과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나.  경제만 갈 수 없다. 문화와 예술, 사회와의 통합, 교육이 바로 서야 하고 이러한 것이 함께 가야 경제도 같이 가지 절대 혼자 갈 수 없다. 그 바탕인  흙 자체(기본틀)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교육의식도 높아져야 경제가 발전한다.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적 이익 추구’ vs ‘공익활동’ 이 두 가지 녀석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현실적으로 상충되는 이 개념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행동해야할 지 나 또한 잘 모르겠다. 다만 원순씨의 말처럼 이 두 가지 녀석을 동시에 고민만 하다보면 그 고민 속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없는 말일 수 도 있지만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면 저절로 인생의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 [충청] 4월 25일 옥천신문

다음 목적지는 가장 ?훈훈하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옥천군 안남면 배바우작은도서관!
 
처음 뵀을 때 이장님들 얼굴표정이 무서웠는데 ㅡ,ㅡ 이야기가 무르익자 이장님들의 얼굴에는 시시각각 웃음꽃이 피었다. 이미 우리가 도착하기 전 이장님들 사이에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우리는 이야기 도중에 잠깐 합류해 약 1시간 정도 같이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일정을 주관한 옥천신문이 질문을 유도했고, 이에 따라 각 마을 이장님이 마을 활성화에 대한 고민을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 해주셨다. 이장님들의 열정으로 그 때 그 공간은 후끈했다.  

[##_2C|1175253286.jpg|width=”340″ height=”1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1286313502.jpg|width=”340″ height=”1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옥천신문 기자분이 먼저 말을 꺼냈다. “현재 정부에서 너무 많은 사업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장님들이 필요한 사업을 엮어 잘 꿰어 맞추기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곧바로 이장님들의 답변이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로 정부가 바뀌면 그에 따라 사업이 싹 바뀐다는 것이다. 이미 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업이 바뀌면 그것에 맞추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마을사업이 주민들의 수입을 올려주기는 커녕 자비 부담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을 관리비용이 현저히 높아 소득보다 그 비용을 처리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라고 한다. 마을회관 한 달 운영 비용만해도 1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단다. 이장님들은 경험에 비추어 마을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과 마을 내방객의 수를 헤아려 사업을 실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공모사업의 문제가 지적됐다. 공모사업을 할 경우 군에서 정해진 날짜에 맞추어 실행해야 하는데, 그 마을 실정에 맞게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마을 사업 평가가 개량적 기준으로만 이루어져 주민들의 실질적 소득, 만족도, 성취감은 배제된 허울좋은 평가로 이어진다고 한다. 우스운 이야기로 이러한 문제를 알고 고치려하는 공무원은 징계를 먹는다고 한다. ‘일 안하는 공무원은 징계도 안 먹는다’ 라는 말이 돌 정도로 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였다. “일을 하다 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은 진급을 시켜줘야 한다”는 말에 이장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를 위한 마을 사업?

종합개발 사업을 할 때 군에서 원하는 사업과 마을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이 달라서 겪는 갈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셨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옥천군의 마을이장님들은 다들 한결같이 돈을 벌기 위한 사업에 앞서 주민이 행복한 마을을 위한 사업, 조금 벌더라도 주민이 주체가 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셨다.
 
군에서 사업을 한다고 하면 그저 마을에 건물 하나를 떡 하니 지어주고 마는데, 오히려 사후 운영비 문제가 발생해 ‘못 먹는 감’ 같은 경우라고 한다. 즉 이제는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마을의 특색(외형적인 것보다 정겹고 소박한 것, 아우라가 느껴지는 정서적인 것)을 찾아 꾸준히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에 어떤 사업이 필요한지, 방향성도 없이 시작하는 사업은 정부가 무조건 지원해준다고 해도 결국은 실패할 것이다. 

원순씨는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코드가 맞는 마을끼리 연합해 사업을 시작하라고 말했다. 작은 사업이라도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사업은 주민들 스스로 쓸고 닦기 때문에 사람의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뒤쳐져서 좋은 이유

이장님들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 옥천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10년 정도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타 지역의 기존 사업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비판의 힘도 길러졌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장단점을 파악해 마을 특색에 맞춰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셨다.

이번 모임을 기획한 옥천신문은 더욱 지역의 일에 귀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신문의 고충 중 하나는 지역 구독자와의 실질적인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옥천신문은 ‘신문사와 지역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에 대한 고민으로 옥천군의 마을 이장님들을 초대해 서로 알찬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_2C|1356450551.jpg|width=”340″ height=”1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옥천군 안남면 배바우작은도서관 전경|1211087003.jpg|width=”340″ height=”1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이제까지 계속 강연을 통해 강조했던 ‘지역활성화를 위한 중간지원센터의 역할’을 옥천신문이 한 것이다. 각 마을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했다. 마을 간 정보를 교류하고, 기록하고, 소식을 알리는 역할이 옥천신문에 힘을 실어주었다. 원순씨는 옥천신문이 지역활성화 임무를 수행하는 개별부서를 설립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지지할 수 있는 마을 단위 법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마을 이장님 중에는 마을 토박이인 분도 계시고 도시에 살다가 귀향하신 분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귀향하신 한 이장님은 그냥 퇴직금으로 편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고향에 와보니 농민들의 한 달 실소득이 30~40만 원도 안 되는 힘든 실정을 알고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장님들에게는 매달 20만 원의 활동비가 나온다고 한다. 마을을 위해 고민하고, 마을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뛰는 일에 20만 원이 많다고 해야 하나, 적다고 해야 하나, 생각했다.
 
★현장영상 보기 

글ㆍ사진_ 희망열차 자원활동가 김연정

Comments

“[희망열차 충청편] 이장님들의 수다”에 대한 2개의 응답

  1.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옥천신문사 정순영 기자입니다. 글 잘 봤고요, 근데 옥천군 이장님들이 대화를 나누셨던 장소는 안터마을 마을회관이 아닌 ‘옥천군 안남면 배바우작은도서관’입니다. 그 장소에 함께 계셨으면서 어떻게 그곳을 안터마을 회관으로 기억하시는지 매우 당황스럽네요…수정 부탁드립니다!!

  2. makehope 아바타
    makehope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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