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위한 희망, 변화를 위한 변화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옵니다. 아릿해지는 가슴을 몇 번이나 부여잡았습니다. 봄꽃들이 지천으로 꽃망울 터뜨리는 4월. 꽃의 계절에 차가운 바닷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져 간 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봄바람을 쐬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질 수 없었던 것은 쓰라린 그 날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끝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이 감정마저 흐릿해질 것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함께’라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노란테이블>이 탄생했습니다.

2014년 6월의 마지막 날. 희망제작소의 모든 연구원들이 희망모울에 모였습니다. 7월 18일 진행되는 노란테이블 원탁토론에서 활용될 토론 툴킷을 직접 사용해보기 위해서였지요. 툴킷이 의도대로 잘 개발되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확인해보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힘을 모아 올바른 방향으로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세를 가다듬고 퍼실리테이터(회의중재자)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참가자들의 의견 개진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느끼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었는데요. 연구원 신분을 벗어나 ‘개인’으로 돌아가니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조금씩 결은 달랐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옳지 않다는 것은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방향을 바로 잡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문제 발견!

자기소개가 끝난 후 툴킷 박스를 열자 육각형 모양의 카드가 쏟아졌습니다. 이슈발견카드, 문제발견카드, 변화상상카드가 그것인데요. 이 카드들은 토론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궁금하시다고요? 그럼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세요!

노란테이블의 첫 단계는 이슈발견카드와 문제발견카드를 연결 짓는 작업입니다. 이슈발견카드에는 ‘환경오염’, ‘금융’ 등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다양한 이슈가 적혀있습니다. 문제발견카드에는 이슈를 발생시킬 수 있는 원인들이 적혀있지요. 퍼실리테이터의 진행에 따라 참가자들은 한 명씩 두 개의 카드를 연결시켰습니다. 저는 작년 이맘때에 큰 이슈로 부상했던 진주의료원 사태가 떠올라 ‘공공의료’라는 이슈발견카드와 ‘재정부족’이라는 문제발견카드를 잇대었습니다. 제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는 ‘환경보호’(이슈발견카드)와 ‘무관심’(문제발견카드)가 한 쌍으로, ‘고령화?저출산’(이슈발견카드)와 ‘근시안적’(문제발견카드) 등이 또 다른 한 쌍으로 이어졌지요. 원하는 키워드가 없는 경우에는 빈 카드에 직접 작성하여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두 개의 카드 중 한 개의 카드가 이미 다른 카드와 연결돼 있다면, 그 옆에 다시 이어붙이는 것도 가능했지요. 각자 뽑은 카드는 달랐지만, 모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머리를 맞대면 더 많은 생각이

카드와 카드가 어느 정도 연결이 된 후 각자 뽑은 카드에 대해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집단지성의 힘은 역시 위대합니다. 대화를 통해 제가 뽑았던 이슈발견카드와 이어지는 또 다른 문제발견카드를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덕분에 ‘공공의료’라는 이슈발견카드 옆에 ‘재정부족’뿐만 아니라 ‘무책임하다’, ‘근시안적’이라는 문제발견카드를 추가로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키워드가 적힌 카드를 연결하고 또 연결하다보니 테이블 위에 하나의 벌집이 지어지기 시작합니다. 많은 카드가 북새통을 이루는 가운데, 여왕벌처럼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한 카드가 눈에 띕니다. 이 카드에는 테이블의 논의 결과를 수렴하는 대표 키워드가 적혀 있는데요. 일벌들이 여왕벌을 포위하는 것처럼 많은 키워드들이 대표 키워드를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제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는 ‘시스템이 없다’, ‘돈만 밝힌다’, ‘근시안적’의 문제발견카드가, ‘환경오염’과 ‘빈부격차’의 이슈발견카드가 대표 키워드임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오늘 희망모울에 마련된 노란테이블은 총 네 개입니다. 다른 세 개의 테이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의견 공유 시간을 통해, 각 테이블에서 논의된 사회 이슈와 문제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모두 같은 색 테이블에 앉아있지만, 논의된 이야기의 빛깔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각 테이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앉아있는 테이블에서는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키워드를 주로 뽑았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테이블 위 문제발견카드와 이슈발견카드를 보니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혔을 때 숨 쉬기 힘든 것처럼, 가슴이 꽉 막혀 갑갑했습니다.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를 흥! 풀면 시원해지는 것처럼, 문제도 풀어야 후련해질 것 같았습니다.

우리 나름대로의 해결방법을 상상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기로 했습니다. 이슈발견카드와 문제발견카드에 변화상상카드를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화상상카드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키워드가 적혀 있습니다. 거창한 것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습니다. 변화는 언제나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변화와 행동이 하나씩 모이다보면 큰 울림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저는 ‘환경오염’이라는 이슈발견카드에 ‘소박한 삶’이라는 변화상상카드를 연결했습니다. 필요 이상의 소비가 환경오염을 부추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동그란 보드판에 사회 변화를 위해 스스로 당장 할 수 있는 약속과 사회(시민사회, 정부, 시민 등)에 전하는 요구메시지를 적으며 토론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습니다.
저의 약속과 요구는 무엇이냐고요? 인증샷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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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약속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지 않겠습니다.
              요구합니다, ‘절차’나 ‘방법’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해주세요. 제발!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입니다. 비록 시뮬레이션이었지만 토론 참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지요. 변화를 위해 변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 희망을 위해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이 길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7월 18일 서울시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만나요! 그곳에서 우리 함께 약속하고, 요구합시다. 우리 사회의 희망을 위해 희망이 되어 주세요.

글_ 최은영 (공감센터 연구원 bliss@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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