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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사의 마지막 일정이자 피날레는 ‘느티나무도서관’이다. 첫 인상은 조금 추운 느낌이랄까? 외관을 유리로 장식했던 최신식 백남준 아트센터 건물을 보고 온 이후라 더 그렇게 느껴졌다. 오래 된 기억 속의 옛 마을회관 건물을 보는 듯, 그런 느낌의 잿빛 콘크리트 건물. 그렇지만 차가워 보이는 건 외관 뿐이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박영숙 관장님과 사서 분들의 소개로 도서관 관내로 발을 내딛는 순간,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매우 따뜻하고, 정이 넘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느티나무도서관은 어린이들이 많다. 하지만 실은 어린이도서관이 아닌 ‘사립공공도서관’이다. 남녀노소 원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 활기 넘치고 하하 호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시끄러운 소음이 아닌, 듣기 좋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일행이 많은 관계로 두 팀으로 나뉘어 층별로 관람을 마친 후 1층에서 관장님의 도서관 소개가 있었다. 박관장님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에 설명도 쉽게 해 주셨다. 아이들에게는 북돋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과연 그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마을 마을마다 이와 같은 도서관이 하나씩 생긴다면 세상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곳에는 관장님과 사서 분들과 함께 250여명의 ‘자원활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분들의 존재가 바로 우리 사회 희망의 증거가 아닐까.

도서관 주변의 주거지역은 양극화가 되어 있단다. 아파트=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될 줄이야! 느티나무는 사립공공도서관으로써 공공성과 쌍방향 참여를 모토로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그곳에는 ‘칸막이’가 없다. 책상과 책상 사이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없다. 손님을 왕처럼 모시지도 않는다. 자유롭게, 자발적으로가 모토이다. 규제하지도 않는다. 건물 외벽에 낙서를 하더라도 문제 삼지 않는다. 소소한 건물의 낙서마저도 아이들끼리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방치 아닌 방치를 한다.

빌려간 책은 스스로 반납하고 다시 원래 위치에 가져다 놓는다. 그 흔한 도난방지장치조차 없다. 이것은 국내 도서관 중 유일무이한 사례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딱히 분실되지도 않는다. 도난방지장치가 완비된 도서관의 도서 분실률이 1%라면, 느티나무는 오히려 그 미만이다. 오늘 이 느티나무도서관의 자율은, 사람과 사람 간의 믿음과 신뢰로 이루어진 결과물일 것이다.

느티나무에서 책을 보고, 즐겁게 뛰어 놀고, 자랐던 한 아이가 어느덧 성인이 되어, 꽃피는 봄이 오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박관장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직 명문대 입학이 최선인 줄 알고, 틀에 박힌 방식,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똑같이경쟁 사회로 내몰리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 이미 그 기억을 쓰라리게 갖고 지나온 사람들에게 느티나무는 분명 충격적인 장소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줄 것인가’ 그 해답을 이곳 느티나무에서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도서관은 공공성의 최후의 보루(堡壘)이다’ 오늘 이곳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장욱진 고택-백남준아트센터-느티나무도서관까지 빡빡했던 하루 일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우리 HMC 일행은 장욱진 고택에서 전통(傳統)의 맥을 엿보고,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예술혼을 느꼈으며,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건강한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날씨는 추웠으나 마음만은 훈훈했던 새해 1월의 행사, 박관장 자녀들에게 선물한 가오리연이 힘차게 창공을 날고 있었다. 항상 새가 되고픈 장화백의 까치도 함께…

글 : 회원재정센터 윤현석 인턴연구원
사진 : 사무국 권호현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