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1촌’ 넘어 ‘1사 1농기업’으로

<박원순의 희망탐사 27>

얼마 전 ‘파스쿠치’라는 이탈리아 커피 전문점에 갔다. 그다지 커피를 즐기지 않아서 다른 메뉴를 찾던 중 홍시로 만든 음료를 발견해 주문했다. 이탈리아 커피전문점에 홍시로 만든 음료라니 이색적이다. 생각해보니 최근 홍시아이스크림이나 얼려서 떠먹는 아이스 홍시, 살짝 얼린 홍시를 갈아서 마시는 홍시 샤베트 등 홍시의 다양화가 여기저기 눈에 띄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발 빠른 변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솔직히 지금도 한겨울 살짝 얼어있는 홍시를 그냥 베어 먹는 맛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홍시가 더욱 남다른 것은 달콤하게 입 안을 감싸 안는 맛을 넘어선 추억 때문이다. 시인 박재삼은 홍시를 보며 자신을 반성했고, 가수 나훈아는 홍시를 보면 엄마가 그립다고 했는데 나는 홍시를 보면 고향이 떠오른다.

전국 감 최대 생산지인 청도는 경북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내 고향 경남 창녕과 그리 멀지 않다. 으레 시골에서는 감나무를 많이 볼 수 있는데다 전국 최대 감 생산지인 청도가 멀지 않으니 내가 홍시를 보며 고향을 떠올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청도에서 창녕을 연결하는 국도의 일부구간은 가로수조차 아예 감나무다.

경북 청도는 씨 없는 납작 감 ‘청도반시’로 유명하다. 감의 모양이 쟁반처럼 납작하다 하여 반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청도반시의 고장 경북 청도에서 나이 사십에 감을 만나 새 인생을 살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감이랑’의 홍상선 대표를 만났다.
[##_1L|1210452158.jpg|width=”281″ height=”281″ alt=”?”|▲ 농기업으로 인생의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는 ‘감이랑’ 대표 홍상선 씨. ⓒ희망제작소 _##] 그는 과거 청도의 소싸움 대회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그것이 도박화되면서 고민하다가 청도의 감을 소재로 한 토털 브랜드 ‘감이랑’을 만들어 제2의 삶을 실행했다. 아직 매출은 많지 않지만 이미 획득한 특허만 3개란다. 그의 철저한 준비와 열정은 성공을 예감하게 한다.

인생후반기를 감에 걸다

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18%)이며 청도반시는 전국 감 생산량의 2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 청도에는 450년 이상 수령의 감나무가 있으며 특히 100년 이상된 감나무가 지금도 반시를 생산하고 있다고 하니 과연 감의 고장이다.

이곳에서 홍상선 씨는 ‘감이랑’이라는 이름의 토털 감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지난 2006년 8월에 정식으로 창립했으니 이제 시작단계다. 하지만 시작은 반이고, 그 첫 걸음이 남다르면 남보다 조금 특별한 길을 걷게 마련이다.

“작년에 회사를 설립했는데 혼자 하다가 올해 1월부터 직원 한사람을 두고 있어요. 고향이 강원도 태백이고 아버지는 그곳에서 탄광 일을 했어요. 육남매 중 막내인데 부모님의 교육열이 높아서 대학을 대구로 올 수 있었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소싸움 경기장을 운영하는 우사회의 1호 사원으로 들어가 7년 근무했어요. 소싸움 대회에 대한 전망도 없고 경영권 분쟁이 일어서 그만 두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삶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청도로 가족 모두 이사 오고 감에 대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청도반시의 2차 가공에 대한 연구를 해서 사업을 하면 부가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 후 ‘감이랑’이라는 상표를 등록하면서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청도반시 가공제품을 모두 취급하고 있다. 감식초, 감말랭이, 반건시(곶감이 되기 전 중간의 젤리상태 단계), 감잎차, 감염색 제품, 곶감, 감와인 등을 모두 이곳에서 생산한다.

하지만 감이랑에서 가장 주력으로 하는 제품은 감말랭이다. 씨 없는 청도반시를 3~4등분해 깨끗하게 건조해 간식처럼 먹는 감말랭이는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감 가공품 중 하나다.
[##_1R|1211023933.jpg|width=”322″ height=”248″ alt=”?”|▲ 감의 부가가치 증대에 고심하고 있는 청도군은 반시축제를 통해 청도 반시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_##] “가공율을 높이는 것이 농촌산업발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도지역은 홍시 생산량이 전국의 30%이고 경북 생산량의 60%로서 연간 약 2만4000톤에 달하며, 재배농가는 5360호 정도나 됩니다. 하지만 가을, 겨울에 한정되어 생산되는 감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는 거죠. 계절에 상관없이 감을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농산물 가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감 재배가 많은 청도군에서도 신활력 사업으로 청도반시 산업화를 신청해 3년간 지원을 받았으며 이와 관련해 대통령상도 받았다. 핵심은 가공율을 가능하면 높이는데 있다. 그래서 감말랭이와 반건시 등의 1차 가공제품의 생산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감이랑은 감말랭이 등과 더불어 그들만의 가공 제품개발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문을 연 첫해인 작년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해였고 올해에는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려고 합니다. 감말랭이와 반건시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는 1차 농산물 가공에 대한 사업계획이기도 하고 1차 농산물 가공만 가지고 회사가 크기에는 한계가 있기도 해서요. 그래서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지난 3월까지 특허를 2개 출원했는데, 홍시 안에 찰떡을 넣는 홍시찰떡과 찰떡 안에 홍시를 넣는 찰떡 홍시가 그것입니다. 찰떡홍시의 경우 기존의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시장에서 찰떡을 많이 선물하고 있는데 그 안에 감을 넣음으로써 시험에서 ‘감 잡으라’는 의미에서 ‘감잡았어’라는 상표를 이미 등록했죠. 상표에 대한 등록과 상품에 대한 이름이 동일하게 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습니다.”

농산물을 마케팅하는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

감이랑은 특허출원한 이 제품들을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와 같은 기존 제과점에 납품하고자 한다. 식품산업과 연계되지 않은 상태로는 백전백패가 될 수 있다는 게 감이랑 홍 대표의 생각이다.

감이 가진 계절적 요인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철을 타지 않고 고른 판매를 보여야 하잖아요. 그리고 ‘감잡았어’ 등 두 개의 제품은 중기청에서 공모하는 신기술 공모전에 출품해 놓았습니다.”

가공율을 높이는 것에 이어 중요한 것이 ‘판로개척’이다. 도로가 있어야 자동차가 달리듯 판로를 잘 개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업이 돛을 올린 지 1년, 감이랑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판로개척이다.
[##_1L|1177158029.jpg|width=”342″ height=”164″ alt=”?”|▲ 감이랑의 대표상품 감말랭이. ⓒ희망제작소 _##] “감말랭이의 경우 생산된 감을 말랭이로 제조하는 것을 의뢰해 생산하는데 얼마 전부터 신대구부산고속도로 휴게소에 납품을 시작했어요. 주요 거래처 중 한 곳은 철도유통(홍익회)인데 KTX, 새마을호 등에 비치되어 트레인샵((Train Shop))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차안에서 주문해서 내리면 바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죠. 이미 8개 역사에 오프라인 트레인샵이 구축되어 있고 CJ푸드시스템에서 운영하는 국내선 공항 ‘웰리언 카페’에 납품을 시작했습니다.”

감이랑은 트레인샵과 CJ푸드시스템에 납품하는 것 외에 농수산홈쇼핑과 공급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농수산물유통공사 및 수출입회사와 더불어 수출도 뚫어볼 생각이다.
또 대형유통회사와 길을 트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형유통회사에 샘플을 들고 직접 방문해서 길을 좀 터볼까 합니다. 시제품은 냉동고에 있는 상태여서 지금이라도 움직이면 됩니다. 또한 구매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기업의 연말 및 명절 선물시장인데 이러한 직접 소비처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고 안에 넣어둠으로써 생겨나는 재고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서 예약주문제도 도입하려고 합니다.”

자금ㆍ기술을 제공하는 1사 1농기업 운동이 필요하다

감이랑 홍상선 대표는 농촌이 살기 위해서는 단순한 1사 1촌 운동을 넘어서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는 1사 1농기업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사 1촌 운동이 활발하지만 저는 조금 공허하게 느낍니다. 농기업이 발전하려면 R&D라거나 경영기법의 문제가 중요한데, 그런 것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보다는 1사 1농기업 운동을 하면 보다 구체적으로 그 기업이 그 지역에서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1사 1촌 운동은 취지는 좋지만 너무 막연하고 그 지역에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가 구체적이지 않잖아요. 농기업을 연결해 준다면 도시에 있는 기업들의 기술이전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결국 지금은 농기업이 겨우 1차 가공산업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고기술이 결합되면 달라지게 되죠. R&D를 함께 하거나 자금투자를 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찰떡홍시나 홍시찰떡의 경우처럼 기존의 식품산업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기술을 제공해 주거나 공장을 지어 준다면 얼마나 사정이 달라지겠는가. 고용이 창출되고 젊은 인력이 돌아올 것이라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다.

농산물 가공업에 뛰어든 감이랑의 홍 대표의 앞길이 밝으리라 생각되는 건 그의 공장에서 맛본 맛있는 감 때문만은 아니다. 짧은 사업경력이지만, 누구보다 자기 사업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공부하는 그의 노력 때문이다.

그저 막연히 농촌이 어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농촌을 위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고민은 당연히 농촌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감이랑 홍상선 대표가 제안하는 것처럼 1사 1농기업 운동도 농촌과 함께 하는 좋은 방안의 하나이다.

면담일시 – 2007년 1월 18일

면담장소 – 경북 청도군 청도읍 고수리 969-10

면담인사 – 홍상선(‘감이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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