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04클럽·HMC 모임 / 후기] 이중화 현상으로 몸살 앓는 한국사회, 정치혁신으로 대안 찾아야

희망제작소 1004클럽과 호프메이커스클럽(HMC)은 격월로 강연과 현장답사, 해외탐방 등을 통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소용돌이치는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차근하게 짚어보는 연속 강연을 마련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강연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작년 11월 하승수 변호사(비례민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의 ‘삶을 위한 정치혁명’에 이어, 1월 모임에서는 장덕진 서울대 교수의 ‘한국의 정치사회 지형과 사회모델 전환’에 관한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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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와 외부자를 나누는 이중화 사회

장덕진 교수는 지금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이중화/고령화/민주주의’ 이 세 가지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영역에서 안쪽에 속한 사람(내부자)과 바깥쪽에 속한 사람(외부자)으로 갈라지는데 이 현상이 바로 이중화라는 것입니다.

“이중화는 즉, 양극화다. 굳이 이중화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체감되는 경제적인 양극화를 우선 떠올리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는 경제적 양극화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정치적, 문화적, 이념적, 심지어는 정체성의 양극화까지 나타나고 있다”

많은 학자가 이중화 문제의 공통 원인으로 ‘기술의 변동’과 ‘세계화(globalization)’를 이야기합니다. 기술의 변동으로 일자리가 줄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세계화로 인해 다른 곳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이중화는 대부분 선진 자본주의국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그 양상과 정도에서는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많은 나라가 이중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너무 심각하다. OECD 평균보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두 배나 많고, 비정규직으로 시작해 3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된다. 결국 4배나 차이가 나는 것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심각할까? 여기에는 한국만의 원인이 분명히 있다.”

이중화 심해질수록 민주주의도 훼손돼

“이중화와 더불어 고령화는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 각각도 문제인데 이들이 서로 발목을 잡고 있다. 고령화는 이중화를 가속시키고, 이중화가 가속되면 출산율이 낮아진다. 이는 곧 고령화의 심화로 이어진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1위라고 합니다. 34개국 중 노인이 가장 가난한 나라입니다. 고령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 노인 빈곤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복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필요합니다. 고령화 진행은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것, 즉 세금이 줄어듦을 의미하는데요. 세원이 고갈되고 사회복지에 쓸 재원이 바닥나면 이중화를 가속시킨다고 합니다.

“지금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이후에는 어떤 정책도 의미가 없다. 몇 년 전부터 숙제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얘기하는데, 이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부양률이다. 부양률은 일하는 사람 100명이 일 안 하는 사람 몇 명을 부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현재 45 정도인데, 2040년이면 75, 2050년이면 95로 거의 1대1 부양 사회가 된다. 지금 20~30대가 2040~50년에 경제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하고 세금을 낼 사람들이다. 취직이 안 돼서 좌절하고 있는 N포 세대가 50대가 되어 지금 50대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내면서 노인을 부양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거의 없다.”

장 교수에 의하면 이중화가 심해질수록 민주주의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를 구현하지 못하는 정치체제로는 당면한 원전문제, 온난화로 인한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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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혁신 통해 새로운 사회모델 만들어야

장덕진 교수가 9년 동안 15개 나라에서 200여 명의 국가 정책연구자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하면서 내린 이중화 해법의 결론은 ‘정치의 개입’이었습니다.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도 복지의 축소와 시장의 확대 등으로 이중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치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어떻게 하면 현상을 늦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정치가 적극 개입하면 이중화는 덜 심해지고, 방관하면 심해진다. 한국 정치는 이중화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물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사나 취임연설에서도 이중화에 관한 개입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입니다. 연설 대부분이 경제성장, 동북아 정세, 안보문제 등으로 채워있고, 이 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에 이중화는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의미가 괄호에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한국에서 유독 이중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개헌을 찬성하는 여론이 60%가 넘고 반대하는 여론이 30%가 좀 넘는다. 그런데 지금 개헌만이 답일까? 우리 헌법이 문제가 많아서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이번 탄핵정국에서도 드러나듯이 대부분 문제는 대통령이 법을 안 지켜서 생긴다. 있는 법도 제대로 안 지키기 때문이다. 대선 전에 개헌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면 우선 선거제도라도 바꾸면 된다. 어려운 일이 아닌데 안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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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강화하면서 정치제도를 개혁하고 새로운 사회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초의원까지 당에서 공천하며, 투표결과와 의석수 사이에 괴리를 만들고, 승자독식 형태인 현행 선거제도를 바꾸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증세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증세를 통해 노동과 가족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장덕진 교수는 사회모델 전환을 위해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정권교체를 넘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최소한의 것들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치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시민 공공성의 강화입니다. 시민성과 공공성 강화로 함께 살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1004클럽과 HMC 회원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정리 : 이원혜|후원사업팀 팀장·topcook@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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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모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희망제작소 이사)의 강연이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