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2회에 걸친 2014년 <교육, 혁신을 만나다>가 끝났습니다. 노란테이블과 휴먼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50여 명의 수강생이 참여했고, 각각 배운 내용을 어떻게 현장에서 운영했는지 소식이 들려오는 대로 전할 예정입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휴먼라이브러리를 배운 사람은 수강생 외 또 있습니다. 바로 사람책인데요.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한 두 번의 휴먼라이브러리에는 희망제작소 연구원 7명이 사람책으로 참여해, 다른 사람책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고 사전인터뷰를 하고 소개글을 작성했습니다. 이 중 4명의 연구원을 모시고 사람책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소회와 휴먼라이브러리에 전하고 싶은 제언을 듣는 간담회를 열었고, 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연재해보고자 합니다.

1회 차에는 섭외 받았을 때 그리고 사전인터뷰와 소개글을 작성하는 과정 중 받은 느낌 등 대화 전 사람책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회 차에는 독자와 대화를 나눈 소회와 다른 사람책들에게 전하고 싶은 팁 등, 대화와 대화 이후 사람책의 감정 변화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더불어 매 문단마다 논의된 주제에 대해 사람책, 어떻게 만나지? :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자를 위한 안내서 실행편에서 참고할만한 문장을 함께 배치했습니다. 사람책의 관점에서 휴먼라이브러리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그리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사람책의 입장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참여 사람책 명단

권: 학부모회에 참여 중인 남성 학부모. 초등 5학년인 딸과 초등 1학년인 아들을 둔 아빠
송: 키 작은 남자. 학창시절 1번을 벗어나 본 적 없다. 지금 170cm 아내와 살고 있다.
오: 지역위원. 두 개 지역의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 지역 일에 참여했다.
임: 기독교인. 국내 대표적인 대형교회에 다니다, 성공회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진행: 오늘 이 자리는 사람책으로 수고해주신 연구원분들께 감사하는 자리인 동시에 참여하셨던 소감과 공유를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 여러분의 경험이 앞으로 사람책을 섭외하고 교육하고 관계를 맺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 느낌, 누가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할까?

진행: 여기 계신 사람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섭외되셨습니다. 부서회의 중에 갑자기 사람책으로 거론된 분도 있고, 기획자가 주제를 정한 뒤 사람책이 되어달라고 요청 드린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 사람책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권: 처음엔 당황스러웠어요, 솔직히. ‘누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죠.

송: 사실 전 ‘휴먼라이브러리 재밌겠다.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할 게 없겠구나’ 생각했다가 ‘키 작은 남자’ 제안을 받았어요. ‘아, 이거 재밌겠다.’ 싶었죠. 해보니까 유익하고 도움이 됐어요. (하늘을 기준으로 키를 재면 제일 크니까) 평소에 키 작은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여튼 첫 번째 딱 하고 나서 독자분들이 긍정적인 의견을 줬을 때 뿌듯했죠. 두 번째는 재밌었어요. 한 번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 저는 지역위원이라는 것이 사람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못했고, 사전인터뷰하기 전까지도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것에 관한 편견이 뭐가 있나? 이걸로 사람책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권: 당황스럽다는 느낌이랑 누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까 하는 느낌 사이에 고민이 있었는데, ‘내가 과연 특이한 사례인가? 남성 학부모라는 주제가 특이한 주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멈칫했죠. 우리가 보통 편견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 듣고 싶다’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이 주제에 대해서 편견이라든가 특이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 저는 회의 중 제가 이런 게 어떠냐고 의견을 냈는데. 주제를 내자마자 바로 다들 좋다고 하니까 당황스럽기도 했고, ‘사람들이 기독교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있구나’, ‘이런 주제도 사람책이 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운영자는 사람책 후보자가 대부분 휴먼라이브러리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경험이 드문 사람들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들은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려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에 유의하여 사람책을 섭외해야 합니다.

사람책, 어떻게 만나지? :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자를 위한 안내서 실행편 16쪽 중

자기검열, 나는 사람책으로 적합할까?

진행: 휴먼라이브러리를 준비하다보면 ‘내가 사람책으로 적합한가’라고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경우가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여기 계신 사람책들은 기획자의 독려를 통해 참여하신 건데, 이 점들이 대화를 나눈 후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고민인지 혹은 다른 방법으로 해소가 되셨는지 궁금해요.

임: 사실 저는 제가 편견을 대표할 수 있나 하는 게 고민이었어요. 저도 사람들이 흔히 갖는 편견의 대상인 일반적인 기독교인이 아니니까요. 상대방 독자분들이 공격적으로 나와도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객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대화가 되지 그게 안 되는 사람이면 사람책이 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오: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책인 경우 집단적 대표성에 의문이 들어요. 저도 지역위원으로서는 1%의 사람이잖아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하는 위원들이 실제로 계신데, 거기에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집단이 아닌 개인적 특성을 가진 사람책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사실 결국에는 사람 문제인 거잖아요. 다양성의 문제로 여겨져야 하고, 상대적인 건데. 저도 솔직히 흔하지 않은 사례이거든요. 휴먼라이브러리는 ‘내가 생각한 편견의 대상도 존재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다’라는 걸 보게 하는 자리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이 정도로 정리가 됐는데, 이게 정리가 안됐으면 사람책으로 이야기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진행: 사람책이 그 주제를 대표하거나 대변할 필요가 없다, 그 주제의 당사자이면서 편견을 깨줄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라고 안내하지만 사람책은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이 주제에 적합한 사람책인지 고민하게 되는 듯하네요.

송: 내가 1%를 대변한다 하더라도 99%의 대표성이 없다 하더라도, 그냥 그 자체로 여러 가지 책 중에 한 책인 것 같아요. 제 주제의 경우 자신의 콤플렉스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왔는데 대화하다보면 독자는 다른 맥락으로 읽기도 하거든요. 제가 기대했던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똑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독자에 따라서 다 다르게 읽히잖아요? 그래서 꼭 대표성을 지닐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저도 대표성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거기에 대해서는 편하게 생각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권: 거기에 대해서는 좀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키 작은 사람이 가지고 있을 불편함 같은 것들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을 텐데요. ‘생각을 저렇게 하면 좋은 거구나.’하는 이런 가르침을 받는 자리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말하면서 ‘아, 우리가 저런 것은 조심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독자들에게 주는 것이 목적인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은 타인의 편견 속에 살거나 남들의 편견을 사실인 양 수용하면서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는 거죠. 그런 것들을 꺼내놓는 것이 필요한 자리가 아닌가, 그게 휴먼라이브러리가 아닌가 싶어요.

진행: 말씀하신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인 것 같네요.

송: 맥락은 뭐 어떻게 이해되든 간에, 사람책은 편견을 극복하거나 뭔가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하긴 해요.

가장 중요한 사람책의 조건은 그 자신이 ‘편견’의 당사자이거나 경험해보았고 ‘편견’을 깰 수 있으면서 담담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책은 본인 스스로 매체가 되기 때문에 당사자인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사람책, 어떻게 만나지? :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자를 위한 안내서 실행편 8~9쪽 중


사전인터뷰로 ‘감’ 잡다

진행: 사람책을 하겠다고 답변하신 뒤, 사전인터뷰를 하셨잖아요. 1~2시간 정도 해당 주제로 어떤 경험이 있는지 이야기하셨고, 제게 주의사항과 고려할 점에 대해 들으셨는데요. 사전인터뷰가 사람책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휴먼라이브러리에선 어떤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셨나요?

송: 처음에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사전인터뷰 하면서 사람책이 어떤 콘셉트로 진행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스토리를 구성해서 진행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다만 사람책 입장에선 사전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독자와의 대화에서 또 해야 하잖아요.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건가 혼란스럽기도 하고, 반복해서 이야기하다보니 처음엔 진솔하게 거르지 않고 이야기했다면 나중엔 내가 재미를 위해 이야기를 각색하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오: 근데 왜 이야기를 각색하게 되지요?

송: 사전인터뷰 할 때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경험들이 있잖아요. 제 주제는 특히 콤플렉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내용이니까요. 처음 질문을 받은 그 순간 딱 떠오르는 그 느낌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고, 한 번 이야기한 것을 다시 하면 또 다른 느낌이잖아요. 이야기하는 사람이 말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르면 듣는 사람도 달라진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진행: 좀 더 ‘쿨’해진 건가요?

송: 그렇죠.

오: 사전인터뷰 때는 이걸로 대화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오히려 실제로 이야기할 때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어요. 첫 번째 대출될 때가 사전인터뷰 때보다 더 분위기가 좋았고, 여러 번 이야기 할 때마다 느낌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임: 저는 인터뷰 전 별생각 없이 있다가 인터뷰 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막상 1,2차 때 대출을 해보니 독자의 분위기나 질문에 따라서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권: 전 인터뷰하면서 스토리를 정리할 수 있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구나, 하면 되는 거구나, 예측을 할 수 있죠. 거기서 목차가 나왔고. 근데 실제로 할 때랑 사전인터뷰 때랑 달랐어요. 전 사전인터뷰 할 때 남성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학교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을 중심으로 했는데, 막상 대화할 땐 남성 학부모가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판단은 그분들이 하시는 거고. 물론 나중에는 아빠들이 참여를 하면 아이도 좋고 학교도 좋고 엄마도 좋으니 하면 좋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했죠.

사전 인터뷰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사람책의 적합성을 운영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 두 번째는 사람책에게 휴먼라이브러리를 사전교육하는 시간입니다. …… 세 번째는 사람책이 미리 휴먼라이브러리를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책, 어떻게 만나지? :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자를 위한 안내서 실행편 37~38쪽 중

사람책 소개글은 주제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진행: 휴먼라이브러리 전 사람책 소개글을 쓰신 게 도움이 되셨어요? 대화가 목차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은 공감하시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임: 전 목차를 안 봤어요. 목차대로 안 가더라고요.

오: 저는 목차가 가이드가 되더라고요. 독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덧붙이다 보면 대화가 산으로 가기 때문에 다시 목차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하죠.

권: ‘키 작은 남자’ 같은 주제는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도 이해할 수 있는데. 제 주제인 학교활동에 참여하는 남성 학부모에 관한 경우는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소개글이 꼭 필요하죠. 처음에는 사람들이 ‘남성 학부모가 뭐야?’ 하다가, 서문을 보면서 ‘이런 거구나’ 깨달을 것 같아요.

오: 제 독자들은 소개글을 보고 오지 않은 것 같아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가지고 오는 편이지, 서문을 굳이 읽으려 하진 않으셨어요.

임: 저는 오신 분들 대부분이 서문을 보고 왔다고 하셨어요.

소개글은 사람책이 직접 작성하더라도 운영자는 사람책이 수월하게 소개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소개글은 사람책이 휴먼라이브러리와 소개글의 목적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개글이 산만하거나 중언부언하지 않도록 운영자는 사람책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사람책, 어떻게 만나지? :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자를 위한 안내서 실행편 31쪽 중

* 사람책들의 속사정은 다음 글에서 계속 밝혀집니다.

글/사진 _ 박예림 (34기 교육센터 인턴연구원)
           _ 이민영 (교육센터 연구원 migno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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