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감사의 식탁 / 후기] 편견은 덜고, 휴먼을 더한 감사의 식탁

나이, 성별, 출신지역, 직업 등 세상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습니다.
때론 이 기준이 특정한 이미지, 편견을 심어 주기도 합니다. 서울 출신 사람에게 ‘깍쟁이’란 수식어가 붙고, 충청도 사람들은 ‘느리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편견들은 나아가 사회갈등과 불행을 낳기도 합니다.

2014년, 희망제작소는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 로니 에버겔과 함께 대화를 통해 편견을 해소하고 이해, 연대, 소통을 위한 휴먼라이브러리 컨퍼런스를 진행했습니다.

후원회원과 연구원에 대한 편견은 어떤 것일까요?

이번 달 감사의 식탁을 담당한 교육센터와 논의를 하다가 문득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민 대상으로 많은 휴먼라이브러리를 진행했지만, 정작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후원회원 그리고 연구원에 대한 편견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잘 알고 싶지만,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친해지고 싶지만 막상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조금은 서먹한 관계, 10월 감사의 식탁은 연구원과 후원회원에 관한 휴먼라이브러리로 차렸습니다.
사전 접수를 할 때 서로에게 갖고 있는 편견(이미지)을 수집하였고, 10월 29일 감사의 식탁이 열리는 날, 우리는 이야기 보따리를 펼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후원회원님!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회의실과 주방이 있는 3층 입구에서 공감센터와 교육센터 인턴연구원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참가자들을 맞이했습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후원회원들이 서둘러 도착했습니다.

갑작스런 일정으로 식사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희망제작소와 약속은 꼭 지키고 싶다면서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해주신 윤진상 후원회원부터 강산애에서 만나 친구처럼 지내는 전귀정, 이지은, 박미순 후원회원까지 모두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희망제작소는 민간 독립연구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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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희망제작소 곳곳을 돌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후원회원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정부가 시민과 관련된 정책을 만들거나 실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영향을 미치는 정책중심 연구소인 싱크탱크가 미국에서는 기업과 재단, 개인기부로 운영되는 반면 유럽과 아시아의 싱크탱크는 대부분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 보조는 연구의 독립성과도 연결되어 있는 중요한 부분이지요. 희망제작소는 정부와 기업의 출연금 없이 시작한 순수한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원금은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려도 부족한 마음은 바로 이런 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요리하는 연구원이 차린 감사의 식탁

투어와 설명, 어색함을 깨기 위한 첫인상 명함 만들기까지 약 30분 동안 프로그램을 통해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훈훈한 마음을 가득 안고 감사의 식탁으로 향했습니다.

“희망제작소에는 요리하는 분이 따로 있나요?”
“요리하신 연구원님, 전공이 뭔가요?”

감사의 식탁 후기를 보면서 어떤 분이 맛깔난 요리를 준비하는지 궁금하셨을 텐데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깐깐한 셰프 같은 모습이 아니라, 희망제작소의 탑쿡 이원혜 콘텐츠 팀장님은 소녀 감성을 지닌 재미난 분이랍니다.
가을의 보약 아욱된장국, 잡채, 버섯탕수 등 한솥밥을 먹으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니 진짜 가족이 된 듯 했습니다. (넉넉하게 준비해서, 언제나 남았던 밥도 오늘은 다 먹었다고 하네요.^^)

식사를 마친 후, 후원회원과 연구원들은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 회의실에서는 후원회원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 했고, 다른 회의실에서는 연구원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연구원의 방에서는


‘진보적일 것이다.’ ‘맑은 눈망울을 갖고 있을 것이다.’와 같은 의견이 나왔고, 후원 5년 만에 희망제작소에 처음 와보신 전귀정 후원회원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연구원 대표로 교육센터 인은숙 팀장이 ‘누가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의 실마리를 찾는 면에서는 전문가가 아닐까’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알고 싶어 찾아온 최은지 후원회원님은 ‘필요성을 먼저 생각하는 열정 넘치는 사람’일 것 같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연구원들은 감사하기도 하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불끈! 다짐을 했답니다.

그 외에도 연구원들의 소명이나 업무, 이직률에 대한 질문을 가감 없이 해주셨습니다. 연구원들이 가장 많이 공감한 이미지는 ‘바빠서 외로운 사람’일 것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이었습니다.
정해진 시간 때문에 많은 질문과 답변을 나눌 수 없어서 서로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서로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좀 더 알게 되면서 훌쩍 가까워진 것 같았습니다.

후원회원의 방에서는


‘후원이라는 결심이 나중에 부담이 되진 않을까’ ‘어느 순간부터 통장에 돈이 빠져 나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어떤 단체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등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후원회원과 연구원이 아닌, 한 단체에 후원하는 후원자의 입장에서 보다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의 식탁을 계기로, 후원이라는 것이 대의를 위한 선한 행동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가까워진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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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감사의 식탁에서는 평소 희망제작소가 하는 일이나 연구원들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격려와 지적을 아낌없이 해주고, 올곧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지켜보는 후원회원님의 의견이었기에 조금 더 무겁게 미션과 비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제작소 주방에는 이 날의 ‘편견’이 벽에 붙어있습니다. 모든 연구원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기부를 인생에 대한 수업료라고 표현하신 의견에 부끄럽지 않게 늘 귀 기울이고 먼저 움직이는 희망제작소가 되겠습니다.
저녁을 함께 해 주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후원회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참석해주신 오동근 후원회원, 윤진상 후원회원, 신정원 후원회원, 박은미 후원회원, 이지은 후원회원, 전귀정 후원회원, 박미순 후원회원, 김경태 후원회원, 희망제작소를 찾아와주신 최은지 님, 김소빈 님, 김병수 님, 정희연 님, 양도경 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글_ 박유진 (34기 공감센터 인턴연구원),
      윤나라 (공감센터 연구원 satinska@makehope.org)
사진_허좋은(34기 공감센터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