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04클럽·HMC 모임/후기] 가을이여, 걸어라

가을을 찾으러 간 여행

따스한 가을바람이 너무도 향기롭던 지난 금요일, 빨간색 버스 한 대가 북한산 왕실묘역길 입구에 섰습니다. 30여명의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이들을 마중하러 나온 사람들이 이들을 반갑게 반깁니다. 마중 나온 사람들과 이곳을 찾은 사람들. 이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희망제작소의 호프메이커스클럽, 1004클럽 회원들과 이동진 도봉구청장, 그리고 도봉구청 관계자들입니다. 서로 간의 짧은 인사를 주고받은 일행들은 이날 행사의 첫 코스인 ‘왕실묘역길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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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자연을 걷다. 역사를 걷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습니다. 산바람이 얼굴을 매만지고 새소리는 귀를 즐겁게 합니다. 음악을 틀지 않았는데 음악이 들립니다. 전자음이 아니라 자연이 내는 소리입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왕실묘역길은 조선 9대 왕인 성종의 맏아들로 중종반정 때 폐위된 연산군의 묘와 세종대왕의 둘째 딸로 훈민정음 창제에 크게 기여한 정의공주 묘가 있는 곳으로 다양한 문화재와 함께 굴참나무, 팥배나무와 같은 활엽수로 이뤄진 숲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구간입니다. 이날 왕실묘역길의 안내를 맡아주신 도봉구 문화원의 홍기원 사무국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왕실묘역길에 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산길을 따라 걸은 지 30여분이 지나자 어느 주택가 골목 입구와 만났습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작은 한옥 한 채가 보입니다. 그곳이 바로 연산군 재실이었습니다. 홍기훈 님은 조선시대의 풍운아였던 연산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회원들은 그의 이야기를 길 삼아 시간을 차츰차츰 거슬러 조선시대의 그때로 되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재실을 지나 다시 골목을 걷기 시작하고 잠시 후, 회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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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보인 거대한 은행나무의 위용이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한 모양입니다. 유명한 방학동 은행나무입니다. 서울시 지정보호수 1호로 높이 24m, 둘레 9.6m, 수령 830년을 자랑하는 나무입니다. 이 은행나무는 수많은 전설을 가지고 있는 도봉구의 보물입니다. 회원들은 한 세기 가까이 이곳을 지켜온 나무를 보며 경외감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은행나무 곁에는 우물 하나가 있었습니다. 600년 전 파평 윤씨 가문이 만든 원당샘입니다. 은행나무가 마시고 자란다는 작은 샘입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은행나무와 원당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회원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연산군과 조선왕실을 들여보다

연산군 묘에 도착했습니다. 붓글씨와 시에 능했던 연산군은 왕위에 오른 지 12년 만에 중종반정으로 폐위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당시의 숨겨진 이야기들과 조선 왕실의 풍습에 귀를 기울이며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운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책으로 보는 역사와 역사의 현장에서 직접 보는 역사, 너무도 다르죠? 이날 ‘역사 걷기’코스는 정의공주 묘를 끝으로 서서히 떨어지는 해처럼 작은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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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바비큐 파티와 도봉숲속마을

도봉숲속마을은 송석 박문규 선생이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위해 1947년 설립한 도봉유린원에서 시작됐습니다. 2004년 도봉숲속마을로 개원한 이후에는 청소년 육성사업을 중점으로 하고 있는 지역의 든든한 비영리단체입니다. 도봉숲속마을에 도착한 회원들을 맞아준 사람은 박민정 상임이사였습니다. 박민정 상임이사는 박문규 선생의 유지를 이어받아 도봉숲속마을을 지역의 대표적인 비영리단체이자 문화센터로 성장시키고 있는 장본인입니다. 박 상임이사는 회원들에게 도봉숲속마을의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직접 자세한 설명까지 해주어 이날 행사를 더욱 뜻 깊게 했습니다. 도봉숲속마을 투어를 끝낸 회원들은 식당으로 내려가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정갈한 음식들은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도봉숲속마을은 이날 바비큐 파티를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을 비롯해 (주)KSEC 유영아 대표, GS&J농정전략연구센터 고영곤 소장은 생일을 맞아 회원들에게 축하 노래와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풍성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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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감동의 ‘반전’ 음악회

도봉숲속마을에 도착한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풍성한 바비큐 파티와 도봉숲속마을이 자랑하는 음악회였습니다. 허기를 채운 참석자들은 음악회가 열릴 공간으로 이동했습니다. 여느 음악회가 열리는 장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공간. 아마도 많은 참석자들이 고개를 꺄우뚱 했을 겁니다. 정말 텅 빈 공간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잠시 후 놀라운 반전이 벌어졌습니다. 왜 일까요?

노태철 지휘자가 회원들 앞에 섰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와 프라하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으며 현재는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불가리아 스트라자고라 오페라단 지휘자를 겸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가입니다.

그는 음악회는 대게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재치 넘치는 해설과 잔잔한 일상적 이야기들로 한방에 날려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주옥같은 음악들.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지, 소프라노 장소연, 바리톤 홍택수, 피아니스트 에른스트 놀팅 하우프 등 우리나라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음악가들은 아니었지만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그들의 음악은 참석자들의 눈과 귀를 순식간에 그들의 움직임에 고정시켜 버렸습니다. 노래 한 곡, 연주곡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터지는 뜨거운 박수는 텅 빈 공간을 열정적인 콘서트 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람의 소리가 가장 아름다웠네

특히, 이날 출연한 음악가들은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이크와 스피커 하나 없이 오로지 인간이 만든 나무악기와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로만 회원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들의 음악을 듣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인간의 목소리고, 인간의 손이 만들어 내는 선율은 그 어떤 전자음악 보다 진실 되다.’

열창과 열연, 열광으로 가득찬 이날 음악회. 주어진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갔습니다.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날 걸었던 도봉산 둘레길도, 왕실묘역길도, 숲속마을 콘서트 홀도 사람이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집으로 돌아가는 회원들의 발걸음은 조금 아쉬워 보였습니다. 행사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좋은 음악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나.‘ 하는 아쉬움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공간과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모두 함께 가졌을 거라 생각됩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11월에 뵙겠습니다.

글 : 정승철 회원재정센터 연구원

Comments

“[10월 1004클럽·HMC 모임/후기] 가을이여, 걸어라” 에 하나의 답글

  1. 송지호 아바타
    송지호

    글 잘 봤습니다.^^

    헌데 방학동 은행나무는 830년을 살았는데 한세기가까이라고 표현하시는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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