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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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한시 반, 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 입구 앞.
희망제작소의 Hope maker’s Club과 1004클럽의 회원들이 지난달 해비타트 집 짓기 봉사활동 이후 한달 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회원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서로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프로그램 일정을 받아 든 회원들은 버스 좌석에 앉아서 한동안 열심히 그것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치 이제 막 개학을 한 아이들이 새 책을 받아 들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책들을 살펴보는 그것과 아주 닮았습니다.

한국가구박물관, 감춰진 아름다움을 탐하다

성북구 성북동 330-577번지. 한국가구박물관은 서울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사극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통 한옥의 커다란 대문을 지나자 이곳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건물인 ‘궁채’가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전에 경험 해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에 회원들은 저마다 탄성을 질렀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자리를 함께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회원들에게 성북구와 한국가구박물관에 대한 설명으로 회원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김영배 구청장은 “성북구는 문화의 향기와 첨단의 세련미가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서울 성곽, 북한산, 정릉 등 수많은 문화자원을 보유한 역사, 문화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대학이 자리 잡고 있는 교육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곳, 한국가구박물관은 실제 한옥에서의 전통 가구의 쓰임새와 한국적 가구 디자인 개념을 총체적으로 알 수 있게 전시한 곳입니다.” 라고 소개해 주었습니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전통 목가구를 수집, 보존, 전시하는 특수 전문 박물관으로 정미숙 관장이 평생 동안 모아온 가구 2,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 때 영부인 오찬이 이곳에서 열려 그 가치가 처음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곳이지만 희망제작소 회원들을 위해 특별히 초대해 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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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채를 지나 특별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회원들은 200여년이 넘은 가구들의 나무결이 살아 숨쉬는 듯 한 아름다움에 즐거워했습니다. 정미숙 관장의 할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혼수품부터 반상, 옷장 하나까지 세세한 손길이 묻어나 외국인들에게도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회원들은 직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놓칠 새라 귀를 기울였으며, 때로는 손을 들어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북촌동양박물관 권영두 관장은 전통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회원들에게 한국의 주거 문화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줘 회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효재, 세상과 한 호흡 떨어진 곳

길상사의 맞은 편에는 돌집 하나가 있습니다. 한때 중동의 어느 대사관저이기도 했던 이곳은 지금, 성북구는 물론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입니다. 바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씨의 집이자 shop인 ‘효재’ 입니다. 이효재씨는 한복 디자이너로서뿐만 아니라 독특한 아이디어와 살림 감각으로 ‘살림의 여왕’이라 불리는 라이프 스타일리스트(Life Stylist)입니다. 특히 그녀는 한국 전통의 보자기를 활용한 포장기법 전문가이자, 자연 채식 요리가로서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3층 거실에 회원들이 앉자 그녀는 작은 의자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려 주었습니다.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경복궁 담벼락을 보고 싶어 삼청동에 살던 과거의 ‘효재’, 수 십년째 TV와 신문을 보지 않고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는 지금의 ‘효재’, 숟가락 하나까지 사회에 기부하고, 영어로 강의를 해보고 싶다는 미래의 ‘효재’ 등 그녀는 유쾌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에어컨도 없이 넓지 않은 거실에 60여명의 회원들이 가득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얼굴 찌푸린 사람이 없었습니다. 거실 앞 정원을 거쳐 들어오는 자연 바람과 이효재씨의 강의에 어느새 더위를 잊었나 봅니다.

이날 회원들은 이효재씨로부터 그녀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임동창씨의 공연실황이 녹음된 CD를 보자기로 곱게 포장한 선물도 받았습니다. 그녀는 보자기로 포장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며, 회원들은 손끝에서 CD가 기품있고 예스러운 선물로 바뀌는 광경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습니다. 맨발로 정원을 둘러본 뒤, ‘효재’를 나서는 회원들의 발걸음이 참으로 가벼워 보였습니다.

성북구의 보물, 성락원과 최순우 옛집

뜨거운 태양이 서서히 서쪽으로 몸을 누일 무렵, 회원들은 성락원을 찾았습니다. 성북구 1번지 일대에 위치한 성락원은 서울에 남아 있는 유일한 조선시대 민가입니다. 회원들을 반갑게 맞은 성락원 김덕윤 이사는 “이곳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용의 별장이었고, 의친왕 이강이 35년 간 별궁으로 사용했던 곳입니다.” 라고 성락원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별궁을 찾은 조선의 사대부들처럼 유유자적하게 성락원을 거닐던 회원들은 이날의 마지막 코스인 최순우 옛집으로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최순우 옛집은 한국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쳤던 최순우 선생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그의 대표적인 명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집필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지난 2002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시민들에 의해 보전된 시민문화유산 1호이기도 합니다. 우리들 눈에 먼저 들어 온 것은 ‘ㅁ’자 형태의 전형적인 근대 한옥이었습니다.

회원들은 단아한 한국의 근대 건축물 앞에서 저마다의 추억을 꺼내어 보는 듯 했습니다.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자 미술사학자인 혜곡(兮谷) 최순우 선생의 일생과 그의 옛집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으며, 회원들은 그의 굴곡진 일생과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그려보며 우리 문화재를 지키려 했던 그의 열정을 기렸습니다.

성북구의 보물여행, 뒤풀이

희망제작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품격(?)의 여행이었지만, 받은 감동 못지 않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친 회원들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어 준 것은 누룽지백숙이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음식점에 도착한 회원들은 준비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그날의 감동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그리고 생일을 맞은 회원들은 회망제작소에서 준비한 선물을 받았으며 모든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축하를 받았습니다. 성북구의 보물여행 후 생일파티.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있을까요? 이날 회원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모임을 기약했습니다. 성북구의 보물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발걸음을 떼는 회원들의 뒷모습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글 : 정승철 회원재정센터 연구원
사진 : 김현주 회원재정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