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HMC 모임] ‘마음’이 남북을 ‘통’하게 합니다.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 7월 18일, 올해 세 번째 1004클럽·HMC 회원 정기모임이 서울 성산동에 자리한 시민연구공간 희망제작소에서 열렸습니다. 1004클럽·HMC 회원들은 습한 날씨에도 희망제작소에 오셔서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의 안부를 묻고, 새롭게 합류한 회원을 환대하는 분위기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특별한 분들이 자리했습니다. 먼저 새롭게 HMC 회원 가입하고, 처음 참석한 이경란 모든커뮤니케이션 대표입니다. 이 대표는 비영리 공익활동에 관한 배움을 넘어 희망제작소와 좋은 변화를 이뤄가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희망제작소 1호 유산기부자인 정미영 선생님은 기부는 물론 행복설계아카데미, 모금전문가학교 및 후원회원 프로그램 산행커뮤니티 강산애 등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희망제작소의 가치를 널리 전하고 계시는데요. 이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문으로 위촉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10년의 인연을 이어온 HMC회원 임종호 님의 후원금 누적액이 1,000만원을 훌쩍 넘어 특별 1004클럽으로 모시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희망제작소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희망모울 1주년을 맞아 자리한 유영아 님.
1004클럽·HMC회원 해외탐방을 무사히 마치고 일상에 복귀한 이재은 님.
재미있게 사는 삶을 목표로 희망을 만드는 임종호 님.
멈추지 않는 배움을 실천하고 있는 이옥숙 님.
세 번째 책을 준비하며, 세대 간 소통을 고민하고 있는 정미영 님.
지구와 환경을 살리는 소셜벤처를 운영 중인 조준우 님.
한결같은 열정으로 희망제작소를 응원하고 자리해주시는 한성철 님.

이처럼 1004클럽·HMC회원은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정기모임에서 나누는 대화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바로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을 일구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입니다. 이날 소중한 후원회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정지강 희망제작소 이사장은 후원회원을 향한 감사한 마음을 다시금 표했습니다.

1004클럽·HMC 회원이 직접 스피커가 되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리더십 스토리’ 시간에는 유상모 백두엔지니어링 대표가 나섰습니다. 유 대표는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로서 살아온 지난 10년을 유쾌하게 풀어냈는데요. 그는 30년간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가졌음에도 우울증 진단을 염려할 만큼 자신의 삶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10년 후 나를 상상하라!”라는 희망제작소 ‘퇴근후렛츠’ 프로그램의 광고문구를 접하고, ‘인생의 이모작’, ‘카르페디엠’과 같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삶의 방식을 희망제작소 ‘퇴근후렛츠’ 교육에서 배우게 되었는데요.

▲ 유상모 백두엔지니어링 대표

유 대표는 마치 ‘내 안에 잠자던 무엇’을 깨운 것과 같았다고 일갈합니다. 이후 적극적인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를 만들어갑니다. 가족과 여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홀로 배낭을 메고 훌쩍 여행을 떠나는 시도를 하고, 탱고를 배웠습니다. 작은 시도는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탱고를 배우는 사람에서, 탱고를 가르쳐주는 사람으로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또 협동조합 ‘루덴스 쿱’을 결성해 ‘놀이하는 인간: 호모루덴스’가 모이는 장을 열며 생동감 있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 대표와 희망제작소의 인연은 벌써 10년째입니다. 그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기라)을 말처럼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10년의 삶이 정말 재밌었던 것처럼 희망제작소와의 인연도 인생에서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유 대표님이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시도와 변화를 만들어갈지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이어 남과 북이 함께 사는 시대를 열기 위한 ‘북한, 사람, 이야기’ 시리즈의 마지막 강연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강연은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나서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가 어떻게 가능할지, 통합의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나눠주셨습니다. 김 교수는 통일과 평화를 논할수록 제도, 정치, 선언, 경제와 같은 문제보다 남북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통일을 만들어가는 화두라고 서두를 열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을 복기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때 ‘안보 vs. 안보’가 아닌 ‘안보 vs. 경제’라는 구도로 협상에 임한 게 결렬 원인 중 하나였을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안보는 안보의 보장으로, 경제는 경제의 보장으로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석한 것인데요. 이는 공식 협상에 임할 때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북한을, 남한 사람이 북한 사람과 어떻게 합의를 이뤄나가느냐의 단초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 사회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도 세대별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작년 평창겨울올림픽 당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성되는 과정에서 2030세대의 거부감이 표출됐던 만큼 청년세대는 국가보다 개인을 중요시 여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를 위한 남북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만들어가느냐는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북한을 무 자르듯이 가르거나 다른 국가와 동일하게 취급하기보다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민족’이라는 결을 따라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민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김 교수는 7·4남북공동성명의 3대 원칙(자주·평화·민족대단결)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언급하며 이미 남북은 민족에 관한 토의·토론·합의를 이끌어왔다고 말합니다. 비록 국제연합(UN)에 가입할 땐 국가 대 국가이지만, 남북 관계에서 볼 땐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의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한 관계라는 것이지요. 이어 그는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집니다. 하나의 통일이 아닌, 남북이 통(通)하는 방법은 없는지, 느슨한 연대체로서 한반도를 꿈꿀 수 없는지, ‘민족’이라는 이름의 네트워크가 가능할 지 등을 말입니다.

김 교수는 더 나아가 남북의 화학적 결합도 필요하다고 덧붙입니다. 남북한이 국가 안보뿐 아니라, 인간 안보의 개념에서 일상과 사람의 수준에서의 안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남북한 평화체제의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남북이 함께 하는 시대를 열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정치, 경제, 제도 이전에 함께하고자 하는 남북한 사람의 ‘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1004클럽·HMC회원 8월 모임은 8월 22일(목) 저녁 7시 희망제작소에서 열립니다. 이날 모임에서는 1004클럽 회원이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장완익 변호사를 초대해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그려봅니다. 또 리더십 스토리에서는 황효진 1004클럽회원(전 인천도시공사 사장)의 삶을 나누는 자리도 열립니다. 후원회원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글: 유다인 이음센터 연구원·yoodain@makehope.org
-사진: 이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