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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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포근한 날이었습니다. 전날 매섭게 불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운 가을 바람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겨울 속으로 빠르게 달리던 날씨가 잠시 한 호흡을 쉬려는 듯 주춤하자 며칠 전만 해도 두터운 머플러와 겨울옷으로 감싸던 사람들은 다시 가을 옷을 입고 한결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거리를 걷습니다.

11월 HMC는 이화여대에서 열렸습니다. 현재 국내 최고의 명문 사립대학 중 하나인 이화여대이지만, 125년 전 미국 북감리교 선교사 메리 f.스크랜튼 여사가 서울 정동의 자택에서 한 명의 학생을 데리고 수업을 했던 것이 이화여대의 시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 즈음은 호기심을 가졌을 공간인 이화여대. 이날 HMC가 이화여대에서 열리게 된 배경이 이런 ‘호기심’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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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령당에서의 특별한 점심식사

집결장소인 이화여대 정문. 모이기로 한 시각인 12시 30분이 되자 반가운 분들이 하나, 둘 씩 얼굴을 보입니다. 한 달 여 만에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참석하신 분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날 행사의 첫 번째 코스인 ‘아령당’을 향해 걸었습니다. 아령당은 이화여대 본관 뒷편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한옥으로 본래 한자로는 알영당(閼英堂)입니다. 단아한 아름다움이 가을의 깊은 정취를 만나 최고의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알영은 진선미를 갖춘 여성으로 일컬어지는 박혁거세의 부인 ‘알령’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건축 당시 문화재전문위원이었던 신영훈 씨가 창덕궁의 연경당을 보고 설계를 했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학생들의 실습공간이었던 이곳은 현재 일반인들에게는 공개가 되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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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로 걸어서 10분. 회원들이 아령당으로 들어서자 이경희 교수님이 반갑게 맞이 합니다. 이화여대 생활환경대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에서 주거환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쳤던 이경희 교수님은 현재 희망제작소 HMC회원이자, 이화여대 생활환경대 동문회장입니다. 평소 아령당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 교수님은 마치 이 단아한 한옥의 집주인처럼 포근한 미소로 후원회원들을 맞이하고 아령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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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령당에서 먹는 점심식사는 특별했습니다. 정갈한 음식과 단정한 한옥 내부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설레임을 주었습니다. 여유 있는 점심식사를 즐긴 회원들은 아령당의 이곳, 저곳을 둘러봤습니다. 아령당 본채를 둘러쌓고 있는 단풍나무들과 장독들은 후원회원들이 도시생활을 하며 쉽게 가질 수 없는 여유를 선물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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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 과거를 걷다

아령당을 나와 회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무며 오르막길을 잠시 걸으니 아령당과는 느낌이 다른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곳은 이화여대의 지난 발자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화역사관이었습니다. 이화역사관은 학교의 역사자료를 보존하고 정리하기 위해 1989년에 설치됐으며, 2006년 개교 120주년을 맞아 이화학당 최초의 한옥교사를 복원한 지금의 이화역사관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이화역사관에 들어서자 지난 125년 동안 한국의 역사와 함께 한 이화여대의 발자취들이 가득합니다. 각종 사진과 책들, 관련 영상들은 이화여대가 어떻게 한국사회에 기여를 해왔는지를 잘 보여 주었습니다. 이날 참석자들 중 이화여대를 졸업한 회원들은 이화여대의 역사와 함께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가며 참석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습니다.

”제가 사실 대학 1학년 때에는 학생운동을 하느라 학교에 들어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오늘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많이 변하기도 했지만 그때 그 모습이 학교 구석구석 남아있어 그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라는 어느 회원의 말에 모두가 잠시 자신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나, 둘 씩 꺼내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화에는 문화가 있어라

이화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화역사관에서 캠퍼스를 가로 질러 정문 방향으로 나려오자 독특한 형태의 건물이 눈에 띕니다. 바로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입니다. 이곳에선 현재 ‘한-일 혼례문화에 담긴 마음’, ‘테크놀로지, 전통을 만나다.’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이 박물관에 들어서자 오진경 박물관장이 나와 반갑게 일행들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오진경 관장은 본격적인 박물관 관람에 앞서 박물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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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은 1935년 일제 치하에서 한국 문화유산을 보존하고자 교수와 학생들의 기증품으로 설립됐습니다. 6ㆍ25전쟁 이후 1953년에 재개관하고 김활란 총장 등의 기증을 받아 1960년 박물관 건물을 지었구요, 1990년 개교 100주년 기념 박물관을 신축하여 이전했습니다.”

박물관 내부에는 정말 귀한 자료들이 가득했습니다. 도자기, 의복, 목공예, 회화, 금속공예품 등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유물 2만여 점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회원들은 2층 전시관에서부터 시간 탐험을 시작했습니다. 작품 한 점, 한 점에 대해 박물관 관계자들이 설명을 해줄 때 마다 탄성이 터집니다. 특히, 국보 제107호인 <백자철화 포도무늬 항아리(白磁鐵畵葡萄文壺)>와 보물 제638호인 <기사계첩(耆社契帖)>은 회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1시간 동안 열심히 박물관을 섭렵한 회원들은 박물관을 나올 때가 되어서야 서서히 피로감을 느끼는 듯 서로의 허리를, 등을 톡톡 하고 두드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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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날의 마지막 코스인 이화여자대학교 ECC(Ehwa Campus Complex).

처음에 이곳을 봤을 때, 눈을 의심했습니다. 마치 거대한 협곡같은 캠퍼스 밸리가 장관이었습니다. 미래형 첨단 멀티캠퍼스인 이화캠퍼스복합단지(Ewha Campus Complex, 이하 ECC)입니다. ECC는 연면적 2만평, 지하 6층의 국내 최대 규모의 지하캠퍼스로, 세계적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를 맡아 2008년 완공했다고 합니다. 상부 4개 층에는 자유열람실, 세미나실, 계단식 강의실, 글로벌 존, 다목적홀, 학생행정지원부서, 공연예술극장, 휘트니스센터 등의 다양한 교육 문화 복지시설이, 하부 2개 층에는 주차장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회원들은 자신들이 생활했던 대학 캠퍼스와 너무도 다른 모습에 흥미로운 듯 ECC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경희 회원의 자세한 설명이 회원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지하이면서도 지상인 듯한 독특한 설계로 이루어진 ECC는 벽면 전체가 유리로 이루어져 자연채광과 통풍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ECC투어까지 모두 마친 회원들은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공간에서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어느 회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느덧 이화여대 캠퍼스의 가로등이 한낮의 태양을 대신해 길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회원들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거대한 캠퍼스 밸리를 천천히 빠져나갔습니다. 오늘 하루가 꿈은 아니었겠지요?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글, 사진 : 정승철 회원재정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