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시간의 북유럽 복지 연수

지난 7월 2일~9일, 희망제작소 교육센터와 여행사공공이 함께 주관하는 ‘원순씨와 함께하는 북유럽 복지정책 해외연수’가 진행되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수에는 6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했습니다.

이번 연수는 복지 선진국으로 평가 받는 스웨덴과 덴마크를 방문해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 부터 ‘노인과 장애인 복지서비스’, ‘정치권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북유럽 공공복지를 종합적으로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6박 8일간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 어떤 연수가, 또 어떤 여행이 진행되었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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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를 포함해 총 17명의 연수단원이 인천공항에 집결했습니다. 자치단체장과 실무 공무원, 너나 할 것 없이 만석 비행기의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에 몸을 싣고 스웨덴까지 10시간이나 날아간 것도 모자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경유하면서 5시간을대기해야 하는 만만찮은 여정이었습니다. ‘빡센 연수’를 표방하는 여정이니만큼 경유지에서도 휴식만 취할 수는 없습니다. 막간을 이용한 사전특강과 함께 참가자들에게 책 <복지국가 스웨덴: 국민의 집으로 가는 길>을 배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책 한 권씩을 손에 들고 프랑크푸르트 공항 대기장에서, 비행기 안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연수가 시작된 것입니다.

“라곰컬처, 들어보셨습니까”

연수의 문을 여는 강연이 남스톡홀름 대학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남스톡홀름 대학 정치학과 최연혁 교수는 방학임에도 연수단을 위해 강의실 문을 열고 열정적인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북유럽 복지 모형의 특징,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게 된 배경과 원동력은 무엇인지,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역할은 어떠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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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컬처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양극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을 뜻하는데요, 사회적 화합을 중시하는 스웨덴의 문화를 잘 설명하는 말입니다. 스웨덴 복지모델이 가능했던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중략)… 무엇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화합과 협의의 문화, 정치와 기업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 동일 지향점을 향한 장기적이고 지속성 있는 추진력이 근간이 되어 탄탄한 복지모형의 설계와 실행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지요 …(중략)… 정치인의 청렴성과 투명성 관련해서는 Tage Erlanderrk 전 수상의 예를 많이 드는데요, 24년 간 수상직을 수행하고 퇴임하면서 집 한 채가 없어서 사민당에서 집을 마련해 줄 정도로 청렴했다고 하니 자연스레 국민들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었지요.” (최연혁 교수 강의 中)

정치도 축제다

이번 연수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스웨덴 알메달 정치박람회와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에서 개최하는 스톡홀름 정책포럼 참가였습니다. 고틀란드 섬에서 개최되는 행사 참가를 위해 3시간이나 페리선을 타고 들어갔지요. 배 위에서도 ‘콘텐츠ㆍ아이디어 발굴과 관리’를 주제로 한 박원순 상임이사의 토막강의가 진행되어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우선 알메달 정치박람회 조직위원회를 방문해서 행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고틀란드 섬에서 개최되는 알메달 정치박람회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국제행사로 4년 전 40주년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스웨덴의 8개 정당이 해마다 돌아가면서 주최가 되어 행사를 기획하고, 실무 진행은 고틀란드 주에서 전담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했지만, 현재는 민간 부문과 일반 시민까지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스웨덴의 대표적인 ‘열린 정치토론’ 모델이자 축제의 장으로 발전한 국제행사이지요. 해마다 수 십만의 인파가 모여들고, 행사내용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노출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시민의식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메달 정치박람회 방문 중 고틀란드의 3개 연합정당 의원, 노르쇠핑 시의 선출직 시장 등 지역정치인과의 간담회도 마련되었습니다. 스웨덴의 정치시스템, 연합정당의 운영과 지역을 위한 정책발굴 및 협의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난 스웨덴 정치인들은 스웨덴 모형에 대해 공통적으로 “환경이 변하므로 진화를 위한 변화는 이루어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존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스웨덴의 복지 모형은 현재까지도 많은 시민들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20여 년 전에는 사회보장 시스템에서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지금은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존재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존속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르쇠핑 마르켈 쉴링 시장과의 만남 中)

알메달 정치박람회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등록된 스톡홀름 정책포럼에서는 시민참여와 지방정치의 지향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편적 복지시스템에 대한 발제와 사례발표,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_1C|1278571179.jpg|width=”259″ height=”19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연수단으로 참가한 국내 5개 자치단체장들도 ‘관심을 놓치고 있는 노령연금문제(박우섭 인천남구청장)’, ‘참여로 열어가는 지방정부의 혁신(윤종오 울산북구청장)’, ‘시민과의 대화와 품기 프로젝트(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과 그 함의(김영배 성북구청장)’, ‘마중물 복지를 선보이다(김영종 종로구청장)’ 등 다양한 복지 이슈와 실천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스웨덴 정치인, 시민들과 지역복지 실현을 위한 노력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말뫼 시를 지나 덴마크로

연수단은 3일 동안의 일정을 소화한 뒤 스웨덴 남부로 이동했습니다. 사람 중심의 도시, 지속가능 도시로 불리는 스웨덴 말뫼 시의 ‘Bo01 지구 주거단지 조성사업지’를 방문했습니다.

말뫼 시에는 ‘터닝토르소’ 라는 유명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상체를 뒤튼 인체의 모습을 본 따 만들어진 54층 높이의 빌딩입니다. 말뫼시가 조선업의 쇠퇴로 침체되어 있을 때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는 도시회생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이 때 지어진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도시회생 프로젝트의 주된 내용은 인간중심, 녹색도시 개념에 입각한 지속가능한 주거단지 개발 사업이었는데요, 말뫼 시가 유럽SURE(Sustainable Urban Revitalization of Europe) 프로젝트의 시범도시로 선정되어 초기 계획 단계부터 시민 참여와 민주적 토론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조선업의 쇠퇴 후 환경이 오염되고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를 탈바꿈한 사례입니다. 연수단은 도시계획에 참여한 건축가를 만나 당시의 상황과 사업의 특징, 지역 발전에 미친 영향 등을 직접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말뫼 시는 덴마크 접경도시입니다. 스웨덴과 덴마크를 잇는 다리와 해저터널이 있지요. 이번 연수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덴마크의 노인 요양소와 장애인 복지시설을 견학했습니다. 덴마크의 복지시설 종사자는 100% 공무원이며, 시설에서는 의료, 영양, 주택, 교육 등 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입주 요양소의 경우, 잘 발달된 노인연금과 장애인연금제도를 바탕으로 노인과 장애인 모두 어려움없이 입주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두 시설 관계자들은 모두 덴마크 복지제도에 대해소통과 평등을 강조하고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입주비는 평균 4,000 크로나(약 80만 원)입니다. 노인연금제도를 통해 국가에서 통상 월 6,500 크로나(약 130만 원)를 지급하므로 입주비 부담이 없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정부보조금이 존재합니다.” (헤알리우 시 노인요양소 공무원의 말 中)

“저는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얻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합당한 세금을 꼬박꼬박 냈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세금을 낼 때에는 높은 세금으로 부담이 있었지만 국가적 차원의 복지제도에 고마움과 만족을 느끼고 있지요. 덴마크 사람들은 대부분 함께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입주자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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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6박 8일 간의 일정이 끝났습니다! 여행은 그 자체로 많은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북유럽 삶의 곳곳에서 숨쉬는 공공복지의 혜택, 말로만 접하던 북유럽 복지모형의 현실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참가하신 모든 분께 이번 연수가 지역의 복지문제에 대한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희망합니다.

글ㆍ사진_ 여행사공공 서유미 선임연구원 (seoyumi@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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