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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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품고 버스에 오르다.

충청남도 아름다운간판 아카데미의 지역주민대상 프로그램은, 충청남도 각지의 간판개선사업 대상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고있는 업주들을 대상으로 9월 25일~26일 양일간 진행되었다.

대전을 출발하여 전북 진안을 지나 부산까지 1박2일간 한반도를 종단하는 긴 여정으로 진행된 이번 교육은 충남 각지의 시민 31명과 담당 공무원, 사업을 수행하는 용역사가 참가한 가운데 주민참여형 간판개선사업에서의 각자의 역할과 꼭 알아두어야 할 핵심들을 꿰뚫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진안 흰구름마을의 간판이야기

첫쨋날에는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의 조주연 대표와 진안군 원촌마을의 주영미간사의 강연이 ‘전북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원촌마을은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과 백운의 ‘흰구름’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작은 마을이며, 잘 보전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슬기롭게 활용하고자 하는 주민의 의지가 서서히 피어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주연 대표는 원촌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으로 작고 가까운 실천을 먼저 제안하기로 했다. 주민들의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작은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작지만 아주 민감한 ‘마을간판디자인사업’을 가지고 마을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한다. 먼저 무엇을-어떻게 한다는 것을 전문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이 마을의 이야기를 묻고 듣는 시간을 통해 소통의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 갔다고 한다. 다음 단계로 마을의 간판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간판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조근조근 질문해 가며 이 과정을 통해 원촌마을 간판디자인 방향이 도출되었는데, ‘마을이야기가 살아있는 간판’이 그것이다.

주민들의 대다수가 이 마을과 가게에 거의 반평생을 함께해온 터라 본인 이야기가 가게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고, 이 이야기를 제대로 드러내는 것이 디자인의 화두라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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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하나의 ‘에코뮤지엄’으로 설정하였는데, ‘에코뮤지엄’이란 제한된 공간에 전시하는 박물관과 달리 개방적인 지역 전체를 하나의 생태문화박물관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박물관의 전시물이라고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박물관의 홍보-관리-운영을 마을공동체가 추진하는 방식으로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일종의 지역문화 사업이다. 간판디자인프로젝트는 백운면의 첫 번째 에코뮤지엄 사업으로서 간판이 ‘마을이야기박물관1호’가 되는 꿈을 디자인하려고 했다.

이 첫 번째 사업은 곧바로 주민이 직접 향유자인 동시에 창작자로 개입하는 ‘백운공공미술프로젝트’로 진화하게 되었다. 주민과 작가들이 상호학습을 통해 눈높이를 맞춰나가는 ‘뭉게뭉게 워크숍’, 거대한 이마트에 대항하고, 작지만 소중한 낭만을 회복하는 ‘ㅂ마트’, 논길을 생태문화탐방 코스로 두 번 활용하는 ‘논길 타고 흰 구름 잡고’, 마을 공동체 상징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아홉마을 아홉깃발’ 등의 커뮤니티 디자인 프로젝트가 기획되었다. 마을의 미래를 연상할 수 있게 강연한 조주연 대표와 주영미간사의 희망에 찬 발언은 앞으로 백운면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아질 것 같은 예감과 함께 이들의 노력이 공공디자인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시켜주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하루 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내일 우리를 기다리는 광복로를 만나기 위해 부산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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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로의 광복, 주민들이 힘을 합치면 거리풍경이 바뀐다

오전부터 시작된 강의는 ‘민관학이 함께 만드는 공공디자인, 광복로의 광복’이란 주제로 부산대학교 건축학부 우신구 교수와 김익태 광복로 문화포럼 부위원장의 강연으로 이루어졌다. 광복로 시범가로사업은 2005년 시작해서 올해 초 2월에 완성된 시범사업이다. 보통의 사업은 일년 정도의 기간에 완료하게 되지만, 이번 광복로 사업은 주민과 공무원, 전문가가 함께 만들어낸 사업으로서 서로가 협의하고 토론하며 오랜기간동안 만들어온 사업이다.

광복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은 처음에는 방관자, 다음엔 참여자 그리고 지금은 주도자로 변화하였다고 한다. 광복로의 간판은 규제가 아닌 주민협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협의회를 통해 설명회와 간담회, 주민과의 만남이 활성화하여 사업이 추진되었다. 또한 길의 설계안을 주민들이 투표하여 선정할 정도로 주민의 참여도가 높았다. 사업은 이렇게 주민지원협의체와 시범가로추진단(중구청), 전문가그룹, 공공기관(부산시 중구청, 부산시청, 문화관광부)등의 협력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우신구 교수가 말한 광복로 사업의 키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광복로가 보행자를 위한 ‘느림의 거리’를 지향한다는 점이었다. 급박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금은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차도와 인도 사이의 턱을 없애고, 보도의 벽돌과 같은 재료로 차도를 포장하여 보행자는 차도를 또 다른 보행도로로 인식할 수 있었다. 반대로 차도로 들어온 운전자들은 아스팔트가 아닌 포장에 장황하여 천천히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일직선이 아닌 에스자모양의 차도 또한 운전자들을 느리게 운전하게 하여 보행자를 위한 거리를 지향할 수 있게 되었다.

광복로거리의 특이할 만한 점은 블루존과 그린존 등 지역을 색깔로 구분하여 지역의 성격에 따라 영역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었다. 건물과 돌출간판의 지지대에 해당 구역의 색에 맞는 띠의 조명을 설치하여 야간에는 하나하나의 간판은 다르지만 전체가 하나를 이루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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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워드인 ‘광복로는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진정한 공공디자인이다’ 라는 소주제로 강의를 마친 우신구
교수는 광복로 사업이 시작전후에 많은 관심과 흥미가 있었음을 참여자들에게 말하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유지와 관리만이 광복로를 문화의 미래거리로 만들어갈 것임을, 도시의 주인은 시민들이고, 도시 만들기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임을 목소리 높여 말했다.

광복로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김익태 부위원장과 함께 거리로 나와 변화된 광복로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간판뿐만 아니라 거리의 볼라드, 화분 등 미세한 부분까지도 설명을 들어가며 플래쉬를 터뜨렸다. 이번 프로그램은 긴 시간을 차로 이동하며 진행돼 다소 피곤할 수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눈빛에서는 진안과 광복로에서의 배움을 토대로 우리 마을을 변화시키겠다는 도전과 다짐의 마음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