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편집자 주/ 희망제작소 아카데미는 ‘영국, 독일의 도시비전과 미래전략을 통해 배우는 공공디자인’이라는 주제로 9월22일부터 9월 29일까지 [2008 공공디자인 유럽연수]를 진행했다. 희망제작소는 그동안 ‘달리는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공공디자인학교 국내 연수 프로그램을 12차례 진행했으며, 2008년 상반기에는 요코하마와 세타가야의 경관행정을 주제로 일본 연수를 2차례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유럽연수에는 기초자치단체 의원 13명과 지역의 도시경관 담당 공무원 6명, 대학교수 1명 등 총 20명이 참가했다. 런던 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 & Political Science)의 김정후 튜터가 프로그램 기획 책임과 지도교수를 맡아주었다.

‘2008 공공디자인 유럽연수’는 크게 4가지 주제의 강의와 스터디투어로 구성되었다.
1) 도시의 비전과 미래를 만드는 전략
2) 공공디자인 및 경관디자인의 핵심은 무엇인가?
3) 정책과 진행방식
4) 도시재생의 현장을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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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중심의 ‘공공디자인’ 아닌, 공공공간 고민하는 ‘도시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쓰자

23일부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한 연수 참가자들은 먼저 런던 정경대학(LSE)으로 향했다. 김정후 튜터가 간단한 소개와 브리핑을 한 후 강의를 시작했다. “생소하실 수도 있다. 유럽에서 도시를 이해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그 이야기는 벤치마킹을 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국분들이 보고 가서 그대로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국 바쓰 대학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런던 정경대 도시계획과에서 튜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번 프로그램의 지도교수 김정후씨의 말이다.

‘선진국 도시’를 둘러보고 ‘배울 것’, ‘적용할 것’을 카메라와 머릿속에 저장한 뒤, 어떻게 하면 한국적 상황에 바로 적용시킬지 고민하던 시의원, 공무원들에게는 조금 맥빠질 수 있는 인사였다. 그러나 이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불고 있는 ‘공공디자인 바람’의 조급성, 시설중심성이 위험하다고 지적하기 위한 서두였다. 김정후 튜터는 [2008 공공디자인 유럽연수]를 통해 우리 시대 리더들에게 유럽의 도시가 변화해온 역사를 정확히 알리고자 했다. 이를 바탕으로 참여자들이 향후 각 도시의 맥락에 맞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런던/베를린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어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시도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지금까지는 잘 적용된 사례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있는 분들이 시장이 되고 국회의원들이 되었을 때 도시의 생성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정책을 실행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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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런던과 베를린인가?

김정후 튜터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자치단체장?공무원 등 ‘공공리더’를 대상으로 유럽 여러 도시의 도시디자인을 살펴보고 정책에 영감을 주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렇다면 런던과 베를린이 이러한 대장정의 첫 도시로 꼽힌 이유는 무엇일까?

“런던과 베를린은 50년 이상 일관성 있는 틀 내에서 도시정책을 개발?적용해왔습니다. 파리나 헬싱키 등 도시정책에 상당히 공을 들인 곳도 일관성에 있어서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상황, 곧 지자체장,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나라에서 배울 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런던과 베를린을 첫 번째 연수지로 선정한 주요한 이유가 바로 도시정책의 일관성이라는 것이다. 또한 런던과 베를린이 계속 세계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며 진화하고 있는 점, 사람중심의 도시라는 점 또한 첫 번째 연수지로 꼽힌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런던은 도시의 재건, 재개발, 재생, 르네상스 과정을 모두 거쳐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재건과 재개발은 사회기반시설의 양적 확장을 의미하고 재생과 르네상스는 질적향상과 효율성 제고를 의미한다. 김 튜터는 한국의 경우, 서울시에서 ‘르네상스’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개발과 재생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는 런던의 ‘도시계획”낙후지역 개발’ ‘문화도시적 접근’ ‘케이브와 건축도시정책’ 등을 체계적인 강의와 현장투어를 통해 학습할 수 있었다. 런던은 시 외곽의 카나리 워프를 신도시로 개발했고 지금도 일부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지만, 그동안 사람들을 도시 내부에 거주하게 만드는 정책을 펼쳐왔다. 신도시를 만들어 중심부의 밀도를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밀도를 유지하거나 높여서 사람들이 도시에 머물게 하는 방식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집행해온 것이다.

연수에 참가한 지방의회 의원들 중에는 도농지역을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시킬 것인가, 구도심을 어떻게 재활성화시킬 것인가, 뉴타운 개발에 포함된 주거지역을 어떻게 바꿔낼 것인가, 라는 화두를 가진 이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런던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템스강 남북을 잇는 밀레니엄 프로젝트 등은 많은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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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도시인 베를린. 베를린은 런던에 비해 도시의 역사가 짧고, 20세기 들어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던 곳이다. 스스로가 일으킨 2차 대전에서 패하면서 수도였던 베를린은 대대적으로 파괴되었다. 또한 동서 분단을 겪으면서 도시 자체가 동/서베를린으로 갈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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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베를린은 전쟁 후 재건, 분단 후 통합을 거치면서, 체계적으로 계획된 도시의 특성을 띠게 된다. 베를린 도시계획국은 각 시대별 계획안을 정리해 놓아 시민들이 한 눈에 도시계획의 변천사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진행형인 계획 또한 1/1000 축적의 베를린 시가지 모형으로 제작?공개해 놓고 있었다.

‘개혁(reform)의 역사’를 가진 영국. 영국 도시 런던이 조금씩 개선,변화,발전을 거쳐 지금의 꼴을 갖췄다면, 베를린은 도시의 축을 기점으로 계획된 도시다. 연수단은 이렇게 다른 특성을 가진 두 도시를 둘러보며 다양한 감흥과 영감을 받는 모습이었다.

연수단은 통일 독일의 상징이 된 브란덴부르크 문을 중심으로 동베를린 지역의 알렉산더 광장과 서베를린 지역의 승전기념탑을 잇는 도시의 축을 따라가며 구체적인 독일 스터디투어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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