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Love your life”현수막이 나부끼는 대한생명 63빌딩 앞에 섰다. 오늘 별관 코스모스 홀에서 큰 잔치가 벌어진다. ‘Happy Senior 2주년 기념행사’. 넓은 홀 안을 가득 채운 손님들 가운데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행복설계아카데미(이하 행설아)’수료생들이 얼굴에 가득 웃음을 띠고 잔치를 기대하고 있었다. 오후 네 시. 드디어 시작이다. 사회를 맡은 손범규 아나운서가 ‘해피시니어 어워즈’ 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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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오늘 잔치의 참석자는 ‘행.설.아’ 수료생 백여 명, 해피리포터 30여 명, 대한생명 관계자 20여명, 그 외 학계,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다수이다.

해피시니어의 오늘이 있게 한 ‘아이디어 뱅크’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사람 좋은 웃음을 가득 띠고 단상에 오른다. “학교 동창들이 일요일마다 구기동 입구에서 모이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 전문직 퇴직자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가’ 고민했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벌써 은퇴하는 현실에서 ‘훌륭한 경험을 한 세대들이 사회를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드디어 실현되었다. 2년 동안 ‘행설아’를 수료한 분들이 187 명에 이른다. ‘행설아’는 퇴직자들이 비영리기관에 재취업해, 그동안 쌓아온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정교하게 프로그램을 가다듬어 이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하도록 하겠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해 준 해피시니어 사업이다.

꿈이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으로 든든한 역할을 해 준 지원군, 대한생명 신은철 부회장의 인사말이 뒤를 이었다. “해피시니어 사업은 전문직 퇴직자들의 보람된 인생후반전을 돕는 대안사업이다. 현재 ‘행설아’ 수료생 가운데 49%가 NPO에서 일하고 있다. 그 땀과 열정은 행복한 노후생활의 표본이 될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여러분 모두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앞으로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주기 바란다.”며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지원할 것임을 약속하였다.

국회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인 최영희, 심재철, 정하균의원도 행사에 참석하였다. 최영희 의원은 “모든 사람들이 사회를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사회가 발전한다”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게 숙제다. 이효재 교수는 재직 중에는 여성의 권익신장을 위해, 퇴직 후에는 정신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모든 시간을 바쳤는데 나이 팔십에 이르자 고향으로 내려가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여전히 아름답게 살고 계시다. 의원직이 끝나면 나도 해피시니어팀의 일원으로 사회공헌에 몸 담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인생 후반전을 사회공헌활동으로 엮어낸 세 분의 활동상을 읽으며 감탄했다는 심재철 의원. “앞으로 6070 세대들이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그분들을 유용한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어떻게 배치시킬 것인가’가 함께 풀어갈 숙제이다. 열심히 일하며 행복한 인생후반기를 보내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휠체어에 몸을 실은 정하균 의원은 “사람들에게 풍부한 지식과 경험, 희망을 나누며 사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생애가 어디 있겠느냐. 뜻은 함께 하지만 여기에 함께 하시지 못한 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따뜻한 마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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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시니어가 걸어온 길

따끈한 2주년 기념떡 나눔의 시간이다. 훈훈한 마음에 열기를 더해준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저 떡은 열배의 높이로 올라갈 터이고, 그렇다면 기념행사장을 아마 지구별로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단아한 모습의 해피시니어 사업단장 홍선미 교수는 “현재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들이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힘이다” 라고 평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오늘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보는 ‘해피시니어가 2년간의 발자취’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아름다운 세상, 행복을 꿈꾸는 당신은 영원한 청년입니다.” 영상은 임세영 사무국장의 재치있는 말솜씨와 여느 아나운서 못지않은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해피시니어가 걸어온 길, ‘행설아’ 교육과정, 교육생들의 소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장영현, 김해일 선생님을 비롯해 우리 팀(행복설계아카데미 5기)의 모습들도 영상에 담겨 있었다. 아름다운가게와 실업극복국민재단을 방문했던 장면을 다시 보고있노라니 함께 했던 소중한 날들이 헤아려진다. 영상이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영상을 만든 사람은 대학생 해피리포터 김해인 씨. 젊음의 패기와과 시니어들의 연륜이 잘 어우러진 해피시니어팀의 힘이 드러난다.

이제 제1회 ‘해피시니어 어워즈’ 시상식이다. 최상용 심사위원장은 ‘일본에서는 75세 이상은 신(新)노인, 85세 이상은 진(眞)노인이라 한다. 그 기준으로 보면 여기에는 노인이 없다’며 심사 기준과 선정과정을 설명하였다.

‘해피시니어 어워드’는 희망씨앗상, 새삶개척상, 행복나눔상 세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된다. 희망씨앗상은 직접 NPO를 설립하여 사회변화를 이끌고 공익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에게, 새삶개척상은 전문직 퇴직 후 새롭게 NPO활동에 도전하여 보람된 인생 후반전을 용기 있게 개척해 나가고 있는 분에게, 행복나눔상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해 나눔의 정신을 실현하고 있는 분에게 수여된다.

최심사위원장은 9월 중에 공모하여 추천자 38명을 심사숙고한 끝에 세 분을 선정하였다며 또박또박 큰 소리로 수상자를 호명했다. 송래형(66), 서병수(61), 서재경(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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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씨앗, 새삶개척, 행복나눔상

수상에 앞서 수상자들의 활동모습을 먼저 영상으로 만났다. 서재경 씨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남은 인생 동안 무슨 일을 해야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다.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지방대학에서 비즈니스계열에 소외받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혜택을 주자.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일깨우고 그들의 취직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을 못하랴.’하는 마음으로 ‘영리더스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제자들이 내가 뿌린 씨앗을 가지고 간다면 내 인생은 오십 배, 백배 나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을 종자돈으로 독거노인 돕기에 나선 ‘기부전도사’ 송래형씨는 “작고하신 어머니를 모시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어머님 연배의 불우노인들을 돕는 게 못다한 효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작은 금액이라 망설였지만, 한강물을 바라보며 ‘고사 직전의 나무에게 강물 한 동이를 부어 살린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은빛겨자씨기금’을 출연하게 되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아름다운 재단 관계자는 “송래형 선생님의 뜻에 동참하는 1% 매칭 기부자가 많이 늘어나서 처음 천만 원으로 시작한 겨자씨가 몇 억 원대의 거대한 나무로 성장하였다”고 덧붙였다.

금융인에서 복지 전문가로 변신한 서병수씨는 “50대 초반에 달동네를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았다. 복지현장에는 할 일이 굉장히 많다. 복지는 행복이다. 혼자서는 행복해 질 수 가 없다. 나 자신과 남이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두에게 “행복해지십시오”하고 수상소감을 전한다.

영상이 끝나고 식장에 흐르는 감동의 물결을 타고 드러나는 얼굴들. 서재경 씨가 희망씨앗상을 수상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자들이 꽃다발을 무더기로 안긴다. 쑥쓰러워하면서도 행복해하는 서재경씨가 수상소감을 전한다.

“직장에 다닐 때 수많은 조사(弔謝)를 썼다. 어떤 분의 조사는 일필휘지로 써지지지만 며칠을 고민해도 쓰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무언가 세상에 봉사하고 기여한 사람은 조사 쓰기가 아주 쉽다. 죽은 뒤에 세상에 뭔가를 남기고 가는 사람은 제사상이 아니라 생일상을 받는다는 것을 수많은 조사를 쓰며 깨달았다.”

새삶개척상을 받은 서병수 씨는 마천동 달동네에서 나눔을 실천하시다 돌아가신 할머니 한 분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50대에 외동딸을 비롯해 모든 가족을 잃고 기초수급자가 된 후 ‘왜 하필 나인가’ 하고 불행을 비통해 하시다가 60대부터는 동네 독거노인 열두 분을 10년 이상 돌보다 돌아가셨다. 그 분이 이 상을 받으셔야 하지 않을까” 부끄러워하며 “여러분과 함께 남을 돕는 기쁨을 나누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송래형 씨가 행복나눔상을 받으며 “지난 6년 동안 작은 뜻에 동참해 주었던 수많은 기부자님께 감사드린다. 은빛겨자씨는 홀로 계신 노인들에게 계속 힘이 될 것이다. 더불어 서재경 씨에게 멋진 조사를 부탁한다”고 말해 잔칫날의 열기를 한껏 띄웠다.

이어 벌어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국악팀 ‘불세출’의 대금, 가야금, 피리, 건반 4중주 연주를 들으며 뜻 깊은 자리의 의미를 다시 짚어볼 수 있었다.

행사가 끝난 후, 지난 번 인터뷰를 해 주신 송래형 선생님을 찾아가 축하드렸다. ‘고맙다’며 손을 잡는 사모님의 손에서 투박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결코 넉넉히는 사시지 못하셨을 듯한 손이다. 선뜻 나눔의 삶을 실천하신 어려운 결단이 손안의 온기로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진다.

바깥에는 이미 어둠이 내렸다. 내년에는 어떤 따뜻한 삶이 우리를 감동시킬까 벌써부터 기대하며 아쉬움과 뿌듯함을 간직한 채 식장을 빠져 나왔다.

글_ 정인숙
영상_ 김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