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근] 조류외교’와 ‘까치외교’를 지향하자

지난 2008년은 건국 60주년이 되던 해였다. 외교통상부와 한국외교협회는 이를 기념하여 공동으로 <건국 6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세미나는 외교관과 관련 학계, 언론인 등이 건국 이후 60년에 걸친 대한민국 외교의 과거와 오늘을 성찰하고 향후 지향해야 할 한국의 외교전략에 대해 제안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박수길 전 유엔대사는 냉전 종식과 더불어 친서방주의와 반공을 토대로 해온 그 동안의 외교적 토대에 대한 공감대가 와해되었으므로 우리에게는 향후 외교전략과 관련한 새로운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고 역설하였다.


하영선 서울대 교수는 1948년부터 현재까지 60년을 3단계로 분류하며 국제적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3단계(1989년∼현재)에 들어서도 한국은 아직도 ‘동맹과 자주’, ‘친미냐 친중이냐’ 등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며 그 후진적 사고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동맹-자주’, ‘친미-친중’ 및 ‘진보-보수’를 떠난 ‘그물망외교론’에 대해 역설하였다. 그의 이러한 주장에는 공감하는 바 적지 않다. 이에 더해 필자는 향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외교전략의 일환으로써 ‘조류외교’전략과 ‘까치외교’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전통적 외교를 보완하고 대체할 21세기형 신외교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전통적 외교란 군사력과 경제력을 기반으로 외교관 등 정부 관리들이 활동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러나 미국이 9?11 이후 군사력에만 의존하는 외교 정책을 채택한 결과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새로운 전략 도입 필요성이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돼왔다.

그 대표적인 대안이 하버드 대학 조지프 나이 교수를 중심으로 주장되고 있는 이른바 “스마트 파워론(smart power)”이다. 군사력과 경제력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문화적 차원의 접근을 강조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상황에 따라 균형감 있게 활용함으로써 외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한편 한국의 외교전략과 관련하여 조지프 나이 교수는, “한국은 소프트 파워를 활용하여 세계 무대에서 더욱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다.” 고 조언하고 있다. 얀 멜리슨 네덜란드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은“한국은 국제사회 평판이 좋아서 공공외교를 채택하기에 유리하다.” 며 한국에는 외국의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내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공공외교 전략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_1C|1036916416.jpg|width=”500″ height=”332″ alt=”?”|2008년 방한한 후진타오 중국주석. 한.중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해서 불안정한 세계 경제상황을 극복하자고 역설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_##]

이처럼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새로운 외교전략에 대한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논의 가운데에서도 21세기에는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로는 외교 성과를 거둘 수 없고 문화적 차원의 접근이 결합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상대적으로 소프트 파워의 활용이 강조되는 새로운 외교 전략 논의가 대세를 이루며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한국에게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조류외교’와 ‘까치외교’는 바로 이와 같은 시대적 조류속에서 우리의 현실적 역량을 토대로 국익을 극대화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만의 고유한 매력을 전세계로 발산해 나가자는 오늘날에 적합한 우리의 신외교전략 개념인 것이다.

조류외교, 한반도의 균형전략

오늘날과 같은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는 어떠한 특정한 국가에 국가안보를 떠맡기다시피 하는 외교전략은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국가는 무엇보다도 국력증강을 위해 힘써야 한다. 이것이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운 교훈이다. ”고 역설했듯이, 우리의 안보 및 번영은 스스로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할 때도 우리는 21세기 한국의 외교전략의 근간으로 조류외교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류외교로써 21세기 우리의 국가안보를 더욱 견고히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류외교인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새를 형상화한 외교, 즉 조류외교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모델 중 하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왼쪽 날개, 즉 ‘좌익’에는 중국?러시아와 같은 대륙 세력을, 오른쪽 날개, 즉 ‘우익’에는 일본?미국과 같은 해양 세력을 가진 한반도이다.

새는 양쪽 날개가 힘과 크기 면에서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이뤄져야만 비상이 가능하다. 새의 중앙 몸체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한 우리 한반도 또한 이와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즉, 어느 한쪽 날개가 기형적으로 크고 강하거나(즉, 한 곳에 지나치게 다가서고 의지하거나), 혹은 작거나 약하면(즉, 한 곳을 지나치게 외면하거나 경시하면) 균형이 깨져 비상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오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냉전기의 한반도 주변 상황과 오늘날의 상황은 매우 다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사실 냉전 당시에는 지금처럼 외교전략의 향방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할 여지조차 없었다. 오로지 오른쪽 날개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대안부재 상황에서 좌우 날개의 기형적 모습으로 인해 한반도라는 조류가 비상할 수 없었던 ‘ 비정상적’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선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중국, 러시아 등과 국교 ‘정상화’를 이룬 오늘날이다. 이는 곧 한국은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비정상적 외교관계에서 벗어나 외교의 ‘정상화’를 실현해 나가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오른쪽 날개에만 경사되었던 20세기 이데올로기형 대립외교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쪽 날개로만 치중하게 했던 국제정세도 소멸되었으니, 이제 오늘날의 국익에 적합한 외교전략으로 대체하여 새롭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좌우의 양쪽 날개가 고루 균형잡힌 외교전략, 그 양쪽의 균형과 동력으로 한반도가 비로서 활기차게 웅비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인 ‘조류외교’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글_ 우수근


우수근은 한국출신 ‘아시아인’임을 자처한다. 일본유학(게이오(慶應義塾) 대학 대학원) 중에 아시아를 자각했고, 미국유학(University of Minnesota, 로스쿨(LL.M)) 중에 아시아를 고민하다가, 중국유학(화동사범(華東師範) 대학, 법학박사) 중에 아시아인이 되었다. 좀 더 열린 마음과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국내외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자고 외치는 그는 현재 중국 상하이 동화(東華)대학교 외래교수(外敎)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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