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겨울의 한 끝자락이 길게 늘어져 쌀쌀했던 지난 3월 30일.
호프메이커스클럽과 1004클럽의 2012년 3월 만남은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에서 열렸습니다. 날씨가 흐린 가운데에도 많은 회원들이 흔쾌한 발걸음을 해주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정문에 위치한 미술관에서 만난 회원들은 반가운 인사로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지팡이를 짚은 불편한 걸음이지만 늘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는 장태복 회원은 친구들과 함께 참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가장 눈에 띄었던 회원은 아이들과 함께 온 두 분이 있었습니다. 곡성에서 먼 길을 올라온 이동현 회원(미실란 대표)의 두 아들, 재욱이와 재혁이, 두 딸과 함께 온 이진규 회원(신성특수유조 대표이사)이었습니다. 두 회원 모두 아이들과 즐겁게, 때론 진지하게 참여하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에는 21인의 천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2명의 천사가 더 있지요. ‘서울대학교 21’ 이라는 단체명으로 1004클럽을 통해 1천만원을 기부해 준 교수진들이 희망제작소의 회원들을 초청한 것입니다. 프리젠테이션으로 서울대학교를 소개한 김명환 자연과학대 학장은 학문의 진리를 누릴 수 있는 오늘의 프로그램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회원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하였습니다.

1교시┃미술 <네덜란드 마술적 사실주의:전통에서 현대까지> 오진이_선임학예사

3월의 HMC, 1004클럽 행사는 장소가 서울대학교이니만큼 학구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교시는 미술 시간입니다. 첫 시간은 2006년 문을 연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네덜란드의 마술적 사실주의: 전통에서 현대까지>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건립된 대학교 미술관으로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의 설계에 의해 지어졌습니다. 철골 트러스 구조가 노출된 거대한 조각 작품 같은 건물에서 역시나 네덜란드 미술을 감상한다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20세기 유럽 미술운동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마술적 사실주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상세하고 쉽게 설명해 주신 오진이 선임학예사의 설명에 모든 회원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요. 많은 회원들이 다시 와서 찬찬히 작품 감상을 해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이날 전시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후문에 따르면 오진이 학예사는 이날 행사를 위해 밤잠을 못 잘 정도로 준비를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특별한 계기 없이 미술관에 가거나 네덜란드 그림을 감상할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HMC, 1004클럽 행사를 통해 문화생활지수를 높이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2교시┃역사 <규장각의 명품을 감상하다> 김인걸_규장각한국학연구원장

2교시는 역사 시간입니다. 우리가 흔히 규장각이라고 부르지만 정식명칭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라고 합니다. 김인걸 원장은 직접 회원들을 맞이하고 규장각에 대한 토막 강연을 해주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현재 규장각에는 유네스코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의궤를 비롯해 약 30만권이 넘는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고 합니다. 회원들은 조선의 22대 왕 정조(正祖) 일생의 한 부분을 파노라마 스치듯 이해를 하였습니다.

서고총괄관리를 맡고 있는 권재철 사서는 도서 관리 상태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면서 회원들이 직접 규장각의 실제 모습을 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화재가 나더라도 몇 초안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도록 해서 화재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에 모두들 감탄하셨습니다. 현재 규장각에는 <조선시대 기록문화와 규장각>이란 주제로 대동여지도와 정조 시대 당시 왕실도서관이자 학술기관으로서의 규장각에 대한 자료, 각종 그림과 글씨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요. 전시를 안내해준 권기석 학예사의 흥미진진하고 친절한 설명 때문에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기가 무척 아쉬웠습니다.

3교시┃지구환경 <아름다운 지구> 김경렬_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앞서 두 시간 모두 걸어 다니며 감상을 하고, 스텐딩 강연으로 회원들이 조금 지쳐있을 즈음 세 번째 시간, 3교시에는 자연과학대 목암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지구환경과학부 김경렬 교수의 <아름다운 지구>라는 강연 46억 지구의 역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지구의 모습이며 현재와 같은 지구의 모습을 갖춘 것은 불과 300만 년 전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들이 발을 딛고 사는 육지는 판위에 얹혀서 움직이고 있고, 이러한 판구조론의 자연스러운 결론은 지구가 끊임없이 그 모습을 계속 바꾸리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지구를 잘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더 많이 지구를 사랑하자는 이야기가 더욱 와 닿았습니다. 이날 김경렬 교수의 수업은 무엇보다 풍성한 강연 내용과 열정적인 모습으로 많은 회원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날의 강연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환경과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전문적인 강연을 과학자로부터 듣는 것은 행운일 것입니다. 오늘날 지구가 처한 위기에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나눔 Story┃서울대학교 천사를 만나다

보람찬 하루의 수업을 끝내고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대한 회원들끼리 학교 내의 두레 미담이란 곳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눔 story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습니다. 이번 행사를 서울대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기획부터 적극적으로 도와준 1004클럽의 이현숙 교수는 “희망제작소의 귀한 분들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고,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희망제작소와 인연이 닿게 된 이야기를 풀어내었습니다. 함께 자리한 이철범 교수는 1004클럽의 기금이 모이게 된 배경과 의미, 가치에 대한 말을 꺼내며 시민사회단체의 seed money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새롭게 1004클럽으로 함께 해주시는 두 분의 천사도 이날 행사에 처음으로 초대되었습니다. 왕십리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원종아 천사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며 앞으로 자주 참여하겠다”는 인사를 전하였습니다. 생각만 하고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이영구 천사의 소개로 선뜻 만기보험료 1천만원을 일시 기부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 행복해지고 싶어 선뜻 기부를 하게 되었다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장한교 천사도 “처음으로 와본 행사에 좋은 프로그램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는 말과 함께 ‘보잉’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하였습니다. 보잉(boing)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입니다.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사회적기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수익의 일부를 희망제작소에 기부하기로 하고 1004클럽에 가입을 한 것입니다.

나눔 이야기를 통해 회원들의 소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새 저녁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끝인사 전문이라고 소개를 한 천경송 고문은 서울대학교에서 진행된 3교시의 각 프로그램에 대한 평을 하면서 평소에 알지 못하고 접하지 못했던 문화예술과 역사, 지구환경에 대한 강연이 너무나 훌륭했고 뜻 깊은 하루였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재학 당시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이번 <봄,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학문의 진리를 누리다>행사를 열 수 있게 도움을 준 ‘서울대학교 21 천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습니다.

· 글 : 구혜경 자원활동가 / 김현주 회원재정센터 연구원
· 사진 : 이지은 회원재정센터 인턴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