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04클럽·HMC 모임 / 후기] ‘중국’이라는 정글 속으로

2014년 3월 28일 오전 6시 40분. 희망제작소 1004클럽, HMC 50여 명의 회원들이 어김없이 행사장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1월 박경철 시골의사의 인문학 강연에 이어 오늘은 <정글만리>의 작가 조정래 선생님의 인문학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3월 말이어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지만, 그래도 차가운 새벽 공기와 싸늘한 어둠을 뚫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회원님들의 발걸음이 더욱 반갑습니다.


<정글만리>는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정글’과 만리장성의 ‘만리’에서 따온 말입니다. 이 책은 출간 후 순식간에 100쇄를 돌파하고 지금까지 13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출판계에 정글 열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정래 선생님은 강연에 앞서 이미 예정되어 있던 지역 강연 일정을 취소하고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며 희망제작소에 대한 애정을 보이셨습니다. 이어서 <정글만리>를 집필하기 위해 2년 동안 취재한 중국의 속살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알 수 없는 정글과 같은 곳, 중국


제가 소설에서 밝혔듯이 중국을 알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중국을 안다고 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것은 작가의 약은 자기 변명일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이해하기에 중국이란 땅덩어리는 알 수 없는 난해한 정글입니다. 면적으로 보면 남한 땅의 100배인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나라, 공식 인구가 14억인데 신고되지 않은 유령인구가 1억일 수도 4억일 수도 있는 난해한 나라가 중국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생각은 짝퉁천국, 게으른 사람들, 더러운 곳 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열흘에 걸쳐 변할 수 있는 것이 중국에서는 단 하루에 변합니다. 실제로 중국에 가보시면 우리의 생각이 편견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5천년 역사 동안 931번이나 받은 외세 침략에서 75%를 차지하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중국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의 경제학자들이 중국은 2050년쯤에나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2010년 G2에 이르렀습니다. 이 40년의 세월을 앞당긴 중국의 힘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유념해야 할 것은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 총량의 26%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전망하기는 앞으로 중국의 발전이 계속 될 텐데 20년, 30년 한국의 미래는 중국에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정글만리>를 집필하게 된 것입니다.

중국의 힘 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중국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첫째, 엄청난 국고 보유량입니다. 중국의 달러 보유는 2013년에 3조 8천억에 이르렀고 이는 대한민국의 12년 치 예산과 같습니다.

둘째, 170개국에 나가있는 화교들의 힘입니다. 그 화교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 3조 달러입니다. 오늘의 중국은 화교들의 자본이 들어가 발전을 이룬 것이고 앞으로 발전이 계속 될수록 화교들은 중국으로 뭉칠 것입니다.

셋째,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면서 생겨난 2억 5천 명의 도시 일용직 근로자 농민공들 입니다. 앞으로 중국은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유입될 것이고 농민공들은 5억 명까지 늘어날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정기적인 월급을 받길 희망하는 대기 근로자입니다. 세계에서 5억의 인구가 대기하는 유일한 나라이고 아직도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중국에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고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박리다매’입니다. 지금 중국 노동자의 임금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한국의 5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100원 더 버는 것에 집착해선 안 됩니다. <정글만리>에 ‘하경만’ 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 사람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75% 정도가 실화에 해당합니다. 이 실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이 많이 남지 않더라도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경만’의 실제 모델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유의점은 기업을 운영하며 얻은 소득의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에는 우리나라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꽌시’라는 연고 문화가 있어서 사회주의 특성상 뭉치는 힘이 강합니다. 사회공헌을 통해 중국민들과 친화하는 것이 더 큰 투자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쓰촨성 지진 때 사회 환원에 인색해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은 맥도날드의 사례를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중국에 가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이야기가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마오쩌뚱, 모택동에 대한 험담을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중국에서 모택동은 이미 신입니다.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신 같은 존재죠.

둘째, 당에 대한 비판을 하면 절대 안 됩니다. 당에 대한 비판을 하는 순간 감옥살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 대만의 독립 문제입니다. 중국은 대만을 잃으면 중국 대륙의 65%를 차지하는 소수민족의 자치구를 잃기 때문에 대만의 독립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14억의 인구가 출렁거리는 바다를 저는 망망대해라고 표현했습니다. 수평선 너머 막막한 곳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것이 중국입니다. 현재 CJ 홈쇼핑은 중국에서 판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풀무원은 중국 최고의 부자들이 신뢰하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고, 이랜드는 중국에서 고가정책으로 대학생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의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최소 30년 동안 중국은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14억의 소비시장 중국에 우리의 기업들은 주목해야 합니다.


조정래 선생님은 중국 관료들의 부패와 일방적 정치 독재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민주화 의식이 높아지게 되었을 때 이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가 향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소설 마지막의 구절로 강연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마오가 정치혁명을 이루었다면 등소평은 경제혁명을 이루었다.
앞으로는 정치부패 문제와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사회혁명을 일으킬
제 3의 인물을 중국은 기다리고 있다.”


<정글만리>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5개국의 비즈니스맨들이 경제전쟁을 벌이는 글로벌한 이야기로, 오늘날 중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번 3월 인문학 강연을 들으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조망하며 바라본 중국의 가능성과 그에 대한 우리의 능동적인 대응 자세,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문득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집필하며 사용한 원고지를 양옆에 쌓아 두고 손자와 찍은 조정래 선생님의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아울러 작가들이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겪을 고통과 인내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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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004클럽, HMC 행사는 25일과 26일 이틀간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님을 만나러 경남 양산으로 봄나들이를 갑니다.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과 연둣빛 새싹 아래서 신록을 예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과의 만남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글_ 홍지애, 김세영 (공감센터 인턴연구원)
사진_ 안관수 (공감센터 센터장 arksoo@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