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04클럽 모임/안내]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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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8일 아침 7시, 희망제작소 천사들이 봉은사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른 아침에도 잊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발 빠르게 걸어오시는 ‘천사’들을 보니 감사한 마음에 뭉클, 반가운 인사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 사람이 ‘당신’이라 행복합니다. 가족만큼이나 포근하고 마음이 가는 또 다른 가족 ‘희망제작소 천사클럽’식구들을 뵈니 하루를 살아갈 희망과 에너지를 가득 충전 받아 가는 시간이 되는 듯합니다.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처음 만나는 이, 밖을 나서고 처음 인사를 나누는 이. 그 사람이 천사들이라니, 아침 1시간의 단잠도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한 분씩 회원들이 모이면서 그동안 근황을 물으며 인사를 나누는 동안 ‘발우 공양’ 준비가 되면서 진화 주지스님의 소개로 공양이 시작됐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스님들과 함께 발우 공양을 했습니다. 공양은 넓은 의미에서는 우리 자신이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하며 좁은 의미에서는 부처님께 공물(供物)을 올리는 것이라고 주지스님께서 설명해 주셨지요. 오늘 나눈 공양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같은 식단의 음식을 먹는 평등 공양이었는데, 한 쪽 옆에 정갈하게 차려진 네 가지 음식과 구수하게 퍼지는 잣죽의 고소함은 아직까지도 입가에 남아 있는 듯합니다.

청수(淸水)를 보며 마음도 깨끗하게 게워내 봅니다. 청수는 모든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 주고 목마름을 풀어주며 끊임없이 흐르는 염원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 청수를 받았을 때의 맑음이 공양을 마친 후에도 변함없이 맑기를, 세상에 태어날 때의 선한 양심을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지켜낼 수 있기를. 발우에 담긴 청수를 보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갑니다.

‘쉿’

공양을 하는 동안 묵언으로 식사를 마쳐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스님이 편하게 말해도 된다는 말에도 모두 아무 말 없이 그릇을 비워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먹은 음식을 숭늉으로 발우를 깨끗이 게워내고, 받아 놓았던 청수로 설거지를 마치고 다시 그릇과 수저를 제 자리에 정돈하고 공양을 마쳤습니다.

<공양계>에서는 ‘한 방울의 물에도 부처님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많은 사람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바로 하여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발원을 세웁니다.’라고 적혀있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오늘 공양하는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수고한 농부와 여러 손길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낌없이 먹어야겠습니다.

박원순 상임이사님의 인사말_ 늘 한 손은 비워두세요
늘 한 손은 비워있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누군가는 가야할 길을 걷기 위해, 열과 성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그 무엇을 위해 우리는 늘 한 손을 비워두어야 합니다. 의도 혼자서는 외롭지만, 옆에서 손 잡아주고 격려하고 세워주는 이들이 있을 때 더 힘차게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힘을 얻습니다. 희망제작소의 ‘천사’들이 그 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시던 상임이사님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한 손은 언제나 비워두겠습니다.

주지스님의 이야기_ ‘아귀 이야기’

출가 이후의 이야기로 주지스님의 덕담이 시작됐습니다. 음식물 하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철저히 공양하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 마음가짐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덧붙여 ’아귀‘라는 마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아귀는 청수를 먹고 사는, 몸집은 집 채 만하나 목구멍은 바늘귀처럼 좁은 괴물입니다. 본래는 구정물을 먹었으나 스님들의 배려로 청수를 부어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식사 전에 재차 강조하셨던 김치의 고춧가루도 남기면 안 된다던 스님의 당부를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 듯 싶습니다.

나눔의 시간_ 고맙습니다

구두수선을 하시면서 매일 첫 번째 손님의 수선비를 차곡차곡 담아 오신 이창식 회원님, 직원들과 함께 1% 나눔을 실천하고 계신 안용식 회원님, 해외 여행을 위해 모아온 경비를 선뜻 기부해 주신 정미영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애써주신 봉은사 스님과 스텝들, 그리고 오늘도 묵묵하게 자리를 지켜주신 회원님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도심 한복판에서도 1200년 자리해 온 봉은사

봉은사는 신라시대 고승 연희국사 원성왕 10년에 지어진 사찰입니다. 날카롭게 그려내는 도시의 건물과는 대비되게 유연하게 자연을 안고 있는 봉은사를 거닐고 있노라니 이 곳이 자연인지, 도심인지. 진화 주지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봉은사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새겨 넣은 ‘전각’

경내의 첫 번째 코스로 판전(板殿)이 보였는데, 판전이란 부처님의 말씀을 목판에 새긴 경판을 보존하고 있는 전각을 말합니다. 이 작품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였는데, 추사의 마지막 작품이랍니다. 70세에 이 글을 쓰기 위해 온 기운을 불어넣었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정말로 잘 쓴 글씨는 어눌하게 쓴다’구요. 노환에도 불구하고 붓을 불끈 쥐고 이승의 업보를 털어내시려는 듯 한 획 한 획 그었을 것같습니다. 뒤이어 높이 23m에 이르는 미륵대불도 돌아봤습니다.

봄의 팡파레를!

이제 봉은사에도 봄이 오려는 모양입니다. 노란 수선화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홍매화, 그리고 봄을 터트리려고 준비하고 있는 노란 산유수를 지나오니 회원님들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온 듯 했습니다. 한 줌의 흙으로도 저리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꽃들을 보며 우리의 삶도 저 꽃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는 결실을 맺어야겠지요. 봄의 팡파레를 울릴 준비, 모두 다 되셨는지요.

봉은사의 꽃이 활짝 필 때

아침 공양에서 봉은사 경내를 둘러보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되셨는지요. 음식을 낭비하지 않고 매 식사 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공양을 하시기를, 오늘 받아간 봄의 기운을 삶의 현장에서 마음껏 터트리시기를. 봉은사의 꽃이 만개할 때, 반가운 얼굴로 또 뵙겠습니다.

글 : 회원재정센터 기은경 인턴연구원
사진 : 사무국 손영목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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