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사용자2009년 12월 7일, 이철수 화백을 만나기 위해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 충북 제천의 평동리에 도착했습니다. 흙내음 가득한 농한기의 시골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어 보였습니다. 굳이 까치발을 딛지 않아도 안마당이 들여다 보이는 나지막한 담장은 사람 좋아하고 소탈한 주인장의 인품을 잘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집 앞으로 펼쳐진 700여 평의 논에서는 두 부부가 직접 우렁이 유기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유기농이라서 힘은 배로 들지만 이곳에서 수확한 쌀로 가족이 1년을 먹고도 남을 정도라고 하니 소출이 꽤나 있는 모양입니다.

“나는 단순한 사람이라서 ‘박원순 변호사가 나쁜 짓 안하더라’ 그렇게만 생각해요. 그리고 희망제작소가 아주 좋아보였는데 그게 갑자기 어려워졌다고 하니깐 어쨌든 거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대형기부가 끊어진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봐요. 전화위복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희망제작소가 여윳돈이 흘러 들어와서 자칫  색깔이 달라진 꿈을 꾸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잘된 것 같아요.”

1004클럽이라고 하는 캠페인이 성공해서 희망제작소가 처음 꾼 꿈을 실현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철수 화백님은 희망제작소와 1004클럽을 위해 소중한 판화작품을 기부해주셨습니다. 부탁만 하면 언제든 긍정적인 답변과 함께 멋진 작품을 선뜻 건내주시는지라 박원순 상임이사님과 희망제작소 입장에서는 여간 고마운게 아닙니다. 돈도 물론이지만 자기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창작물의 권한을 남에게 무상으로 넘겨준다는게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관념에 비춰봤을 때 쉽지 않은 일이지요. 특히 예술가들은 일반적으로 여유가 없는 편이라서 이렇게 기부하고 나누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겁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화백께서도 물론 그런 생각을 하셨겠지요. 하지만 1004클럽 회원들의 사연을 보면 참 소박하게 사는 분들도 1004클럽 회원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예술하는 사람들도 이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저는 희망제작소가 참 맘에 들어요. 희망제작소가 조금더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해줬으며 좋겠다 싶어요. 정치적이 되는 것은 불필요하겠지만 어떤 부분이 우리사회에 더 긴급하고 의미가 큰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많이 해서, 진보적인 색깔이 더 많이 담기면 좋겠다 싶어요. 이영희선생도 왼쪽날개의 역할을 못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걱정하고 계시던데 저는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오히려 색깔을 좀더 분명히 하는것이 지금 같이 쓸데없는 공격을 안 받는 방법인거 같기도 하구요.”

진보라고 하면 사람들이 공산주의, 북한 등과 연관지으며 무서워 하는것 같다시는 이철수 화백님.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일, 그게 진보라고 한다면 온 대한민국이 다 진보가 되어야할 판인데 말이죠.  왜곡되어진 진보의 의미를 본래대로 바꾸는 일도 희망제작소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해주십니다. 아름다운 가게와 아름다운 재단이 못했다면 이제는 희망제작소가 그 이야기를 해도 좋지 않겠나 싶고 색깔을 함부로 덧씌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당당하게 그 얘기를 할 수 있어야 우리사회에 희망제작소라는 이름이 의미있게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다고 하십니다.

“희망제작소가 이왕 이렇게 어려워진 판에 좀더 평범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요청하게 됐잖아요. 우리 모두에게는 약하고 작고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연민같은 것이 있을텐데 1004클럽이 그런 연민을 북돋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사회의 구석진 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을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다들 눈치를 보고 있는것 같은데 좀 과감하게 문을 열어주는 사람도 있어야하고 그게 우리사회에 드러나 있는 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첫 관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용자1004클럽에 대해 바라시는 점을 여쭈니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천사클럽이라고 하는 매개체를 통해서 이미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서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고 그들이 우리사회에 뭔가 기여하고 공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야 할 듯해요. 적어도 이 시기에 1004명 안에 들어오지 못할 것에 대해 조바심을 낼지도 모를 많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았으면 좋겠어요. 또 그걸 하는데 있어서 적선하라는 식으로 접근할게 아니라 사람이면 당연히 가져야하는 근본적인 마음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이미 수혜자로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를 좀 더 많이 설명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좋겠어요.”

우리사회에는 돈 있는 사람들도,기부할 기회를 못 찾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이들에게 구차한 설명보다는 솔직담백한 태도로 기부를 요청하는게 어떻냐는 주문을 해주십니다. 인생에서 내 선택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그 일에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기부도 그런 식으로 되어야 구차한 뒷생각도 없고 내놓고 아깝고 아쉬운 생각도 들지 않겠죠. 

“희망제작소에 대한 바램이 있다면 그저  잘 되길 바랄 뿐이예요. 자기 색깔도 분명하게 했으면 합니다. 감추려고 할 것 없이 당당하게 다 내놓고 하면 오해받을 일도 없다고 봐요. 희망제작소가 그동안 해왔던 추상적이고 큰 규모의 정책적인 변화로는 우리사회를 크게 바꿀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인 대안들을 찾고자 한 것이잖아요. 단순하게 돈을 모으는 문제가 아니고 그 돈을 가지고 앞으로 많은 연구원들, 활동가들과 함께 우리사회의 변화를 모색해 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목표도 좀 더 분명하게 하고 그걸 세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서 거기서 공감하는 사람들의 호응을 좀 더 크게 불러일으키는 이런 방식으로 일하셔야 희망제작소의 사회적인 역할이 좀 더 크고 분명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철수 화백은 작품활동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운동이나 문화예술운동을 했던 경력도 가지고 계십니다. 당시를 회상하며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하시는 이화백은 희망제작소가 꾸는 꿈이 내실있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 꿈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다듬고 대외적으로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금융위기며 남북관계와 같은 거대담론보다는 실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희망이 되며 세상의 공감을 사는 일을 희망제작소가 해나가기를 바란다는 말씀도 일러주셨습니다.

“2009년 연말에 사람의 모습을 한 천사가 참 많이 생길 모양이네요. 천사가 1,004명 뿐만 아니라 10,004명까지 무한증 할 수 있기를 빌겠습니다. 축하합니다.  희망제작소가 하고자 하는 게 평범함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잖아요? 평범한 사람들이 꿈을 잃지 않는 한 희망제작소의 미래는 밝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