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바람 끝에 색색의 꽃들이 터지고 하얀 나비가 한 마리 날아드는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봄, 봄이 왔구나!” 한낮에는 여름의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지는 지금, 봄바람처럼 장난스럽고 포근했던 지난 봄 소풍이 떠오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2기 교육센터 희망인턴 이한결입니다.^^ 어느덧 32기 인턴들의 희망제작소 생활도 3개월째를 맞이했는데요.^^;; 벌써부터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그 마음을 달래고자 32기 인턴들의 추억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4월 초, 추위도 완전히 물러가고 나른한 오후를 이겨내는 생활을 하던 중, 사무실 안에만 있기엔 너무 몸이 근질근질 했던 저희 희망인턴들은 봄 소풍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바로 도심 속에 숨겨진 자연 인왕산 수성동 계곡! 희망제작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덕택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는데요, 저는 종로 안에 그렇게 좋은 곳이 숨어 있는지 꿈에도 몰랐답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간단히 음료와 과자를 챙겨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바로 서촌이었어요. 서촌의 아기자기함을 구경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나만의 작은 공간을 갖는 것에 대한 로망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수성동 계곡 입구에 도착하게 되었지요. 산책 나온 주민들과 한가로이 쉬는 반려동물들, 곳곳에 흐드러진 형형색색의 꽃들 사이로 저희 역시 그 일부가 되어 자리를 깔았답니다.
봄 소풍에서 무엇을 했냐고요? 먼저 첫 번째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이그나이트(Ignite)’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그나이트란 20장의 슬라이드를 15초씩 자동으로 넘기며 5분 동안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발표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려는지, 가슴 속에 있는 희망은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고, 서로가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저는 희망제작소를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각자 다른 지역에 살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매일 아침 희망이라는 이유로 한 곳에 모이고 저녁이면 다시 희망을 담은 채 흩뿌려지는 모습.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걷는 길 곳곳에 희망이 조금씩 묻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공유했답니다. 인턴들 모두 같은 믿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
이어서 희망제작소 인턴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직접 희망제작소 인턴을 하면서 느끼는 희망제작소 인턴의 가치와 그 과정 중 겪게 되는 돌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모두 아르바이트를 할 때처럼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에 뿌듯해 하며 씩~ 미소를 지었습니다.
바람이 서늘해지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계곡을 내려와 근처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요즘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서 시장 상인 분들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랜만에 왁자지껄하게 살아있는 시장을 보니 정겨움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답니다. 소풍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먹자골목 안의 국수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과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은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 정겨운 사람들. ‘행복은 참 단순하다’는 것을 잊고 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걸리가 한 잔 들어가니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 등 낮에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술술 나오면서 봄날의 밤을 뜨겁게 보냈습니다. 하하호호 떠들고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에게 한 발자국씩 더 다가서자고 약속하며 봄 소풍을 마무했습니다. (사실 2차, 3차, 다음날 아침이 지나서야 진정한 마무리를 했던 인턴들도 있었답니다.^^;;)
지난 겨울부터 기다려왔던 봄.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봄의 모습 하나하나를 담아 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희망제작소 인턴이기에 누릴 수 있는 큰 축복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토록 바라던 봄을 인턴 동료들과 함께 바라봄으로써 참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은 어떤 봄을 간직하고 계신가요?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봄의 기운이 깃들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가슴 속에 각자가 원하는 봄을 품고 그것을 바라기를 멈추지 않을 때 희망은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희망은, 바랄 희(希), 바랄 망(望). 문자 그대로 바라봄 그 자체니까요.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으로부터 찾아올 봄. 그 ‘바라봄’을 32기 희망인턴들도 함께 하겠습니다.
글_ 이한결 (32기 교육센터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