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폭우 그리고 맑게 개인 하늘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 전국의 산과 강, 논과 밭이 몸살을 앓았습니다. 수십년 만의 가뭄이라 했던가요. 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빗줄기를 기다렸습니다. 특히, 농민들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모며 무척 속이 상했을 겁니다. 다행히 지난주 목요일, 장대같은 비가 쏟아 부었습니다. 지글지글 끊던 대지를 차가운 비가 식혀 주어서 고맙다 싶더니 그칠줄 모르는 굵은 빗줄기에 어느 순간부터 고마움은 불안과 걱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비를 내려 줄 것이면 적당히 줄 것이지 왜 그리도 한번에 많이 주는지..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인 것 같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 동안 장대비를 쏟아 붓던 하늘이 7월 강산애 행사가 있었던 지난 토요일에는 맑게 개었습니다. 대기와 땅의 먼지를 모조리 씻겨준 덕분에 마치 가을 하늘을 연상케 하는 맑은 날이었습니다.

”사용자

금강산보다 좋은 관악

이번 산행지는 관악산이었습니다. 검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관악산은 그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의 ‘갓뫼(간뫼)’ 또는 ‘관악(冠岳)’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관악산은 옛 지도에는 ‘관악’으로 많이 나옵니다. 악(岳) 자체가 산(山)을 뜻하기 때문에 옛날에는 그 뒤에 다시 ‘산’자를 덧붙이지 않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죠. 또한, 관악산은 빼어난 봉우리와 바위들이 많고 오래된 나무와 온갖 풀이 바위와 어우러져 철따라 변하는 모습이 마치 금강산과 같다고 하여 ‘소(小)금강’ 또는 서쪽에 있는 금강산이라 하여 ‘서(西)금강’이라고 했을 정도로 그 모습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서울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이기도 합니다.

“오늘 산행 많이 힘들까요?”

산에 오르기 전 몇몇 강산애 회원들이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관악산이 높은 산은 아니지만 여름철이라 자칫 힘에 부쳐 뒤쳐질 까봐 걱정하는 회원들의 질문이었습니다. 그런 질문에 강산애 산행대장인 김효근 후원회원이 웃으며 답했습니다.

“계곡에 가득 찬 물줄기 따라 올라가시면 금세 도착할 겁니다.”

그제야 안도한 회원들이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회원들은 관음사를 거쳐 마당바위를 지나 연주암을 향하는 코스를 걸었습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라 나무와 나무 사이로, 숲과 숲 사이로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평소 흩날리던 먼지는 온데간데 없고 상큼한 나무 내음, 물 내음 만이 가득했습니다. 꼬불 꼬불 구부러진 오솔길을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어느 순간 앞이 탁 트인 풍경을 만났습니다.

”사용자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입니다. 평소 보다 훨씬 멀리 보입니다.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빽빽이 서있는 아파트와 빌딩들. 커다란 손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와 아파트 하나를 ‘톡’ 하고 치면 서울 시내 모든 아파트와 고층 빌딩들이 도미노처럼 넘어지겠다 싶을 정도로 가득 들어차있습니다. 문득 몆년 전 배낭여행에서 봤던 호주의 도시 풍경이 생각이 났습니다. 도시 안에 다양한 빌딩과 주택이 어우러져 멋진 스카이라인이 있던 풍경입니다. 삭막한 서울 풍경이 조금 아쉬웠지만 관악산이 그 아쉬움마저 넉넉하게 품어 주는 듯해서 그마나 다행이었습니다. 이날 점심식사는 연주암에서 했습니다. 옹기종기 둘러 앉아 각자가 가지고 온 도시락을 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집니다. 음식은 역시 산에서, 특히 나눠먹어야 제 맛입니다.

”사용자

관악산의 풍요로움에 반하다

하산길에는 상상 이상의 환상적인 풍경이 회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계곡은 자연이 가진 풍요로움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맑은 물은 바위 사이사이로 흘러 넘쳤으며 눈부신 햇살 아래로 수많은 나무들이 팔을 내밀어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그자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계곡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런 것이 평화겠죠.

”사용자

그렇게 회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갑니다.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금 발걸음을 옮겨 관악산을 내려오니 늦은 오후가 됐습니다. 오랜만에 맞이 하는 평화로운 오후였습니다. 매달 첫째주 토요일을 항상 비워두는 이유가 이때문이죠.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다음달 산행지는 운길산입니다. 무더운 8월, 시원한 산바람과 맑은 물줄기와 함께 할 강산애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8월 4일 토요일 운길산에서 뵙겠습니다.

글, 사진 : 정승철 (기획홍보실 연구원, sc7279@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