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금요일의 이른 아침. 덕수궁 돌담을 마주보는 달개비에서 호프메이커스클럽과 1004클럽 26명의 회원들이 조찬을 함께 했습니다. 가볍게 아침인사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묻는 회원들의 반가운 모습에 아침이 더 상쾌해지는 듯합니다. 이 날은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공지영 작가가 자리하여 7월의 만남을 더욱 뜻 깊게 해주었습니다. 공지영 작가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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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은 없답니다.”
세상에 진짜로 죽고 싶어서 자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다소 무거운 주제로 공지영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공지영 작가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어떤 흔적도 없이 자살한 것에 대해 의문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실제로 정신과 전문의를 찾았는데,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진짜로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사람은 자살하기 전에 유서를 쓰든 하다못해 문자라도 남겨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보길 바라는데, 쌍용자동차 노동자22명은 모두 아무것도 남지지 않고 자살했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세상에 아무런 미련 없이, 완벽한 절망 속에서 있었다는 것입니다.”
공지영 작가는 절망 속에서 사라져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관해 취재를 하면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낼 수밖에 없었고 출판된 책의 수익금은 전액 기부하며, 이에 관한 저작권 역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위해 쓰이도록 영원히 양도한다고 하였습니다.
“글을 쓸 때, 완벽한 감정이입을 한답니다.”
공지영 작가는 글을 쓸 때, 완벽한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사람들이 말하는 거의 빙의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쓸 때는 해만 지면 살인 장면이 떠오르고, <도가니>를 쓸 때는 계속 몸이 아프고 체중이 7kg이나 줄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관한 얘기를 쓰는 동안, 공지영 작가는 자신이 글을 써오면서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파업)현장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어요. 처음에는 잠이 오지 않는 거예요. 새벽에 너무 잠을 못자고 무서워 종교계에 계신 분들께 저를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연락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날만은 괜찮았어요.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서 욕조에 잠이 잘 오도록 천연 허브를 풀고, 뜨거운 물속에서 와인을 마셨는데, 3일 만에 처음으로 하품이 나오는 거예요. 잠은 안와서 계속 멍하고, 각성이 된 상태로…나중에 알고 보니 8월6일 진압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겪었던 상태를 제가 겪은 것을 알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폭력배들이 아닙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알려진 것처럼 폭력배들이 아니라 신호등도 다 지키는 순수하고 우직한 사람들이라고 공지영 작가는 말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해고당하지 않은 근로자들과 해고당한 근로자들을 서로 대치시켜서 전투를 시키는 끔찍한 상황까지 만들었음에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77일간의 단전단수를 통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자동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도료가 굳어 손해가 날 것을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료가 굳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장 내에 있는 자가발전기를 돌리고 자신들의 일터를 매일 청소한 그들, 그들은 파업을 위한 파업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 파업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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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를 아시나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는 지금은 상위 1%를 위한 의자놀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지영 작가는 말했습니다. 반수의 의자를 놓고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면 버려지고 그렇게 되면 의자를 뺏은 친구에 대해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 밉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용한 놀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남은 의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현재 세계최고의 강도를 견디며 일하고 있습니다.
공지영이 이야기하는 첫 르포르타주 <의자놀이>. 2009년 쌍용자동차 2,646명의 해고 발표 이후 시작된 77일간의 뜨거운 파업의 순간부터 22번째 죽음까지 작가적 양심으로 써내려간 쌍용자동차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강연 후 공지영 작가와 호프메이커스 클럽 ,1004클럽 회원들과 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회원들이 공지영 작가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영구 회원은 공지영 작가는 시대의 아픔을 같이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순수문학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습니다. 유영아 회원은 한 작가의 모든 책을 읽은 유일한 작가라며 직접 이야기를 듣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전하였습니다. 권희석 회원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주제에 맞게 공지영 작가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강원도 평창에 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낮술을 마시고 본인이 키우는 개와 뒹구는 게 본인의 행복이라면서 활짝 미소를 지었습니다.
박동식 회원은 지리산에 자주 가냐고 물으며, 고향이 그쪽이라고 반가워하기도 하였습니다. 김형권 회원은 본인도 자전적 에세이를 써본 적이 있어 글은 마음으로 쓰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지영 작가는 어쩜 그렇게 미인일 수 있냐면서 좌중을 폭소케 하였습니다. 양금주 회원은 공지영 작가의 “내가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좋아하는데 지금 딸에게 어머니로 해줄 말 두 가지를 말씀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네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라(오늘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줘라), 그리고 마음껏 네 자신만 이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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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의 유시주 기획이사는 좋은 일을 할 때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공지영 작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돕기 위해 주부들이 힘을 합쳐 조를 짜셔 밥셔틀을 만들었고, 손쉬운 방법으로는 퀵서비스를 통해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퀵서비스를 통해 음식을 배달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마음만 있으면 그들을 돕는데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뒤이어 희망제작소의 천경송 고문이 부자가 되어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돈이 있으니 슈퍼에서 물건을 살까말까 하는 게 없어졌고, 특히 좋아하는 와인 살 때도 이전에는 무더기로 상점 앞에 놓여 있는 것만 샀는데, 이제는 한 개씩 진열되어있는 것도 산다고 하며 재치 있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천경송 고문이 마무리 인사말씀을 전하며, 이 날의 조찬 모임을 마쳤습니다. 본인도 수없이 많은 개그적인 캐릭터를 가진 사람으로 이제는 사랑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말하는 공지영 작가. 앞으로 공지영 작가가 쓰는 사랑이야기를 책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글 : 회원재정센터 김나령 인턴 연구원
사진 : 호프메이커스클럽 나종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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