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디스코 춤을

두 명의 필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혁신·교육思考
(7) 거리에서 디스코 춤을

길을 가다 보면 다양한 표지판들을 마주치게 된다. 이러한 표지판들은 주로 규제 및 주의 환기를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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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주로 마주치게 되는 거리의 표지판

그런데 만약 길을 걷다 아래와 같은 색다른 표지판을 만나게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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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존 표지판

이 색다른 표지판들은 덴마크의 예술가인 로잔 보쉬(Rosan Bosch)가 진행한 거리 프로젝트 ‘프리존(Free Zone, 자유 구역)’의 전시물이다. 생긴 형태로 보면 일반적인 거리 표지판과 유사하지만 프리존 표지판이 지시하는 행동은 포옹하기, 명상하기, 디스코 춤추기 등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잘 하지 않는 행동들이다.

보쉬는 표지판 주위 바닥에 흰색 테이프를 둘러 프리존, 즉 자유 구역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 시민들은 표지판에 지시된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서 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이지만 프리존 안에서는 얼마든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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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존 표지판에 따라 행동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포옹하기, 명상하기, 손흔들기, 소리지르기, 디스코 춤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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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장남자로 변신하기 프리존

전에는 생각지도 않았을 행동을 거리에서 직접 해본 시민들은 의문이 생긴다. 과연 공공장소에서 해도 되는 행동은 무엇이고 하면 안 되는 행동은 무엇일까? 왜 어떤 행동은 공공장소에서 허용되고 어떤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 걸까? 사회적 관습이나 통념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건가? 대다수가 따르는 행동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비판을 받아야 마땅한가? 보쉬는 시민들이 프리존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프리존 프로젝트는 2009년 6월 예테보리를 시작으로 부다페스트, 코펜하겐, 이스탄불 및 뉴욕에서 진행되었다. 기본 컨셉은 유사하지만 각 도시의 사회 문화적 특성 및 이슈에 따라 전시되는 표지판의 내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특히 뉴욕에서 진행된 프리존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건강 및 비만 문제에 중점을 두어 뉴욕 거리를 신체 활동량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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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서 진행된 프리존 프로젝트. 맨 위에서부터 점프하기, PT체조, 쇼핑백 들기

시민 참여형 예술 전시라 할 수 있는 프리존 프로젝트는 장난스러운 농담처럼 가볍게 진행된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러한 가벼운 체험을 통해 이제까지 별 생각 없이 따르던 사회적 관습이나 통념에 대해 의심해 보고, 소수자의 삶이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보며, 이제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행동을 시도해 본다. 또한 이러한 시민들의 새로운 공간 활용 방식은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을 좀 더 다채롭고 활력 넘치게 만들고 있다.

글_ 정선영 (전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 사진 출처 : <Rosan Bosch>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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