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협치의 습관을 아시나요?

희망제작소에는 목민관클럽이라는 전국지방자치단체장 네트워크가 있다. 작년에 선출된 민선 7기에서도 약 60여 곳의 자치단체장이 목민관클럽에 가입했다. 목민관클럽은 정기포럼 개최를 통해 행정 트렌드 및 혁신사례 등을 전문가 초청 및 자치단체별 사례를 나누고 있다. 내가 협치에 대해 처음 배운 곳이 바로 민선 5기 목민관클럽 정기포럼이었다. 당시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던 몇몇 단체장들이 ‘협치’라는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을 설명했다. 하지만 협치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는 사람은 적었다. 날이 갈수록 협치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현장 안팎에 있는 사람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었다.

이 궁금증은 협치를 시정 운영에 주요 축으로 삼아 혁신을 일군 자치단체의 활동을 접하며 해소됐다. 선도적으로 수행한 ‘여러 협치’ 덕분에 지금은 협치 사례나 연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개념이나 경험도 훨씬 익숙해졌다. 한 예로 서울시는 민관협치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과 서울시가 협동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 및 평가하는 시정 운영방식 및 체계 등’이라고 정의하며 민관협치를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지역사회혁신계획으로 서울의 25개 자치구가 협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예산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각 자치구는 저마다 협치 기반조성을 위해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는데, 양천구는 희망제작소와 주민 대상 협치 교육을 통해 양천구의 협치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협치가 멀리만 있다고 여기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덜 익숙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자치단체를 살펴보면 이미 많은 지역의 시민들은 주체성을 갖고 자신들의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행정에 참여하고 있다. 행정은 복잡한 지역 문제 해결에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주민들이 단지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당사자’로 바라보며, 행정 운영 전반에 주민참여를 녹여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민관협치가 자연스레 녹아들지 않은 가운데 협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단체장의 의지가 사라졌을 때도 협치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그래서 협치는 우리에게 익숙한 습관이 되어야 한다.

양천구 협치교육 당시 인상 깊은 점이 있었다. 교육과정 자체가 협치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양천구청 민관협치팀, 협치기반조성분과위원회, 그리고 희망제작소는 교육 기획부터 함께 했다. 주민들의 협치 역량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대상별로 모집 및 운영을 거쳐 평가까지 과정 전반에 민관이 함께 했다. 이를 위해 민관협치팀은 이번 교육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조직화했다. 기존에 관 주도로 이뤄진 교육 운영의 결정 권한을 상당 부분 주민에게 이양했다. 협치기반조성분과위원회는 지역사회에 대한 위원회의 전문성과 주민의 요구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희망제작소는 협치 교육 경험과 워크숍 전문성을 위주로 참여했다.

양천구 협치교육을 협치의 방식으로 운영하자고 그 누구도 먼저 제안하진 않았다. 하지만 양천구 민관이 함께 의논하고, 운영 및 평가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권한 이양, 존중, 소통, 배려, 참여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민관협치가 억지가 아닌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일상의 소소한 정책 수행이 협치의 경험으로 축적될수록 우리에게 협치는 습관처럼 하나의 당연함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시정 운영에서도 협치가 혁신적이라기보다 당연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글: 박정호 시민주권센터 연구원·coala@makehope.org
– 사진: 시민주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