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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났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습니다. 따스한 바람이 볼을 간지럽히고 지천에 핀 꽃이 눈 앞에 가득한 데도 마음 한 편은 여전히 서늘합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지 말아야 할 그날의 기억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잊으라고, 이제 그만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이후 남겨진 이들의 고통과 치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왜 기억해야 할까요?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방향을 찾기 위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1부 강연에서는 박흥석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2과 팀장을 모셨습니다. 박흥석 팀장은 ‘시민은 안전한가, 그리고 지금의 안전이 앞으로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고 싶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계속되는 재난과 참사 속에 있었다고 합니다. 재난은 크게 자연재난과 사회재난(화재, 붕괴, 폭발 등)으로 나뉘는데요. 재난이 반드시 참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재난이 참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제도의 모순과 그 사회의 건강 척도를 살펴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박흥석 팀장은 재난이 참사로 이어진 대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창경호 침몰 사고를 아시나요. 1953년 1월 9일 여수항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던 여객선이 강풍을 만나 침몰한 사고인데요. 이 사고로 300여 명(추정)이 익사했다고 합니다. 침몰의 직접 원인은 과적으로 밝혀졌는데요. 공간 확보를 위해 구명보트와 구명조끼를 지하 창고에 보관했던 것이 참사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1977년 남영호 침몰도 재난이 참사로 이어진 경우인데요. 조난 신호를 보냈음에도 해경이 뒤늦게 대처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성수대교 참사(1994)는 부실 공사와 부실 점검, 과적차량 허용 등이, 삼풍백화점 참사(1995)는 부실 공사, 무리한 증축, 그리고 부실한 대응이, 씨랜드 참사(1999)는 사후 관리감독 부재 등이 참사의 직접 원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는 대응시스템 부재가 참사를 불러왔습니다. 불이 급속도로 퍼지는데도 누구 하나 구체적인 지시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 역시 부실하고 미숙했던 대응이 끔찍한 재앙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 사고는 신속한 대응 덕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방차가 줄지어 사고 현장으로 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산불 발생 당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맞추면서 다행히 재난이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던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흥석 팀장은 재난 발생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참사 발생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합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우리 사회는 숱한 참사를 반복해왔습니다. 대부분 재난대응 체계 부실과 예방체계 개선에 대한 소극적 대응, 부실한 사후조치 즉, 시스템의 부재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스템 부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박흥석 팀장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건 국가밖에 없다고 답합니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시민은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계속해서 감시해야 합니다. 안전에도 시민의 참여가 필요한 것이지요. 사회 의제, 국정과 멀어지고 사회적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국가는 통제받지 않으면 언제든지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박흥석 팀장은 학습하고 연구하는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서의 연구란 학문의 테두리 안에서 학자가 되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나와 우리의 삶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언제든지 사회적 의제와 가치를 국가에 요구하고 명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민은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이어 2부 워크숍에서는 희망제작소가 개발한 노란테이블 툴킷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의 기억을 공유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도 찾았습니다. (노란테이블이 궁금하시다면 ☞ 클릭)(노란테이블 툴킷 내려받기 ☞ 클릭)

모두 사회가 빠르게 변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속도는 생각보다 더딥니다.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쉬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박흥석 팀장은 이 과정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시민의 깨어있는 의식과 지지를 꼽았습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깊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저희 역시 시민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 응원과 후원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큰 힘을 얻고 있으니까요.

– 글 : 최은영 이음센터 연구원 ・ bliss@makehope.org
– 사진 : 조현상 경영기획실 연구원 ・ bombam@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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