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회복/기획③] 산산조각 난 강정마을공동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회적 참사를 겪은 지역은 상처와 회복이 공존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피해지역 재난극복 공동체 회복 모델 구축 연구’를 통해 안산 지역 공동체의 치유 및 회복 노력과 그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다른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도출했습니다. 이번 기획 콘텐츠에서는 사회적 갈등을 겪은 안산, 태안, 제주 강정마을의 공동체를 돌아보고, 재난 시 지방정부를 위한 공동체 회복 지원 가이드라인을 네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공동체회복/기획①] 세월호 이후 안산 공동체를 설명하는 이슈
[공동체회복/기획②] 태안을 검게 덮은 재난
[공동체회복/기획③] 산산조각 난 강정마을공동체
[공동체회복/기획④] 재난 시 지방정부를 위한 길잡이

🟨 산산조각이 나버린 강정마을공동체

태안 주민공동체가 “예측할 수 없는 재난”으로 인해 공동체적 갈등에 휩싸였다면, 같은 시기인 2007년 제주도 강정마을에서는 소수 마을회 구성원의 해군기지 사업 유치 결정, 그리고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일어난 “국가폭력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때문에 공동체 분열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마을회에서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로 해군기지 건설 사업 유치를 결정해버리자 주민들은 유치를 결정한 강정마을회장을 해임하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한 투쟁에 뛰어들게 됩니다. 해군기지 건설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마을이 분열하자 향약을 토대로 한 특유의 전통적 규범은 무너지고, 주민 간의 관계는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 토착민과 이주민의 새로운 공동체

해군기지 반대 활동과 이에 대한 국가기관의 무력화 시도가 장기화하면서 주민들의 무력감은 높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태적 회복과 마을의 평화를 외치는 평화이주민들이 유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마을에 새로운 공동체적 연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전통적 마을공동체 붕괴로 외롭게 싸워온 토착민과 “평화지킴이”로 불리는 새로운 이주민의 연대로 공동체의 새로운 의사결정방식과 대응방식이 탄생한 것입니다.

🟨 반 마을적인 지역발전계획

2012년 행정에서 발표한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지역발전계획(이하 지역발전계획)은 마을에 또 다른 갈등을 야기했습니다. 윤여일의 연구(2017)1)는 “제주도가 발표한 지역발전계획이 갈등과 공동체 균열 속에 있는 마을의 결여 상태를 부각하고, 마을을 개발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이 들어있다”고 밝힙니다.

지역발전계획에는 특히 해군기지 사업과 무관한 서귀포의료원 개원이나 중문중학교 시설 확충 등의 사업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발전계획을 반대하는 강정마을이 서귀포 지역발전 전체를 막는다는 오해가 생겼고, 이때부터 강정마을은 다른 마을과의 연대를 잃게 되었습니다. 지역발전계획은 실제로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 주민 간의 갈등을 재촉발했습니다. 이에 강정마을회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지역발전계획의 중단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해군기지 건설 기간 중 반대 주민에게 가해진 체포와 탄압은 개개인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습니다. 2019년에 발표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해군기지 유치와 결정 과정이 주민의 의견을 배제한 비민주적 방식이었고, 건설과정에서 반대 주민과 활동가에 대한 폭행, 폭언, 종교행사 방해 등의 인권침해행위로 피해주민이 받은 정신적 트라우마와 마을공동체 붕괴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 강정마을의 공동체 회복

2017년 강정마을회는 정기총회에서 공동체 회복사업의 추진을 결정합니다. 마을의 분열 이후 10년 동안 공동체가 겪은 상처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렵지만, 주민의 자발적인 결정과 추진이 공동체 회복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강정지역 주민 공동체 회복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공동체 회복사업 지원을 위해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과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 국제관함식 계기로 공동체 재분열

2018년 해군의 국제관함식은 갈등 소강상태에 있는 강정마을에 또 다른 갈등을 야기했습니다. 정부는 강정해군기지에서 국제관함식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강정마을회의 동의를 요청했습니다. 강정마을회는 관함식 개최 동의 여부를 두고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를 결정했지만(3월 30일 주민투표), 청와대와 해군의 설득 끝에(제주의 소리. 2018) 국제관함식 개최 ‘찬성’을 결정했습니다(7월 28일 주민투표).

강정해군기지에서의 국제관함식 개최와 문재인 대통령의 해상사열에 대해 주민들은 “(마을의) 10년 갈등을 100년 고통으로 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헤드라인제주. 2018). 국가 주도 사업의 시행 속에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마을의 상처가 회복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 마을회의 평화이주민 배제

청와대는 국제관함식의 개최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주민에 대한 사과와 대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강정마을회는 이 대화 자리에 2007년 4월 이후 거주한 주민의 참여 자격을 제한해 해군기지 건설 추진과정에서 유입된 평화이주민의 참여를 배제했습니다(제주투데이. 2018). 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민들 또한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 불참하면서, 대통령의 사과는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에게만 이루어지는 “반쪽짜리 사과”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국제관함식 이후, 강정마을회는 향약상 주민자격을 거주기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면서(2019.1.30. 마을총회 결정) 평화이주민의 마을회 참여 배제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의 시기별 긍정·부정 요소

🟨 국가와 시민사회의 책무

강정마을 사례로 볼 수 있듯이 주민의 대부분은 재난이나 국가 주도의 사업과 관련 없는 일상을 지낸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국책사업 추진 속에서 시민이 이해관계자 간의 또는 국가와의 협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피해에 대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시민은 복잡하고 어려운 협의를 직접 해내야 하는 상황으로 방치되고 맙니다. 심지어는 이런 과정을 피해 당사자인 시민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기까지 합니다. 피해지원과 회복지원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일, 지역이 보유한 자원을 회복과 치유를 위해 공정하게 배분하는 일은 피해 당사자의 책무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이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책무입니다. 강정마을의 갈등은 이슈에 따라 또다시 반복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국책사업이 추진되는 모든 지역에서 반복될 수 있습니다. 피해지원만이 아닌, 갈등 예방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국가와 시민사회가 책무를 이행하기를 희망합니다.

각주
1) 강정, 마을에 대한 세 가지 시선

-글: 이규홍 희망제작소 전 연구원 · 독립연구자 diltrames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