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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정밥상’ 콘텐츠를 통해 기후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 농어업, 농어촌 상황을 함께 알아본다. 국외에서는 어떤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지,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새로운 전환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 김치 속의 유니버스 🌎

오, 오늘 점심 김치 진짜 맛있네요. 저는 완전히 익다 못해 푹 쉬어버린 김치 좋아하는데 딱 그 맛이네요. 같이 나온 열무김치도 엄청 맛있어요. 어서 드셔 보세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김치 종류 엄청 많네요. 배추김치, 겉절이, 묵은지, 총각김치, 백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나박김치, 섞박지…. 혹시 이 중에서 어떤 김치 가장 좋아하세요? 저는 계절 따라 다르긴 한데 더워지기 시작하면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시원한 섞박지나 큼직하게 썬 깍두기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네요.

음. 원산지 표시를 보니 국내산이라고 되어있네요. 김칫소도 전부 국내산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배추, 고춧가루, 마늘, 파, 젓갈 등 김칫소에 들어가는 게 한두 개가 아닐 텐데 말이죠.

🧄 자유무역시장에서 휴대폰과 맞바꾼 마늘은

뉴스에 또 농지 불법 투기 문제가 나오더라고요. 몇 달 째 뉴스로 보고 있는데 파도 파도 계속 기삿거리가 나오는 것 같아요.

‘경자유전의 원칙’1) 아마 최근 들었던 TV 뉴스나 신문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생소한 말이었던 것 같아요. 대한민국헌법에 명기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사를 짓는 사람(경작자)2)이 농지를 갖는다’라는 것을 말해요. 굉장히 당연한 말이죠.

이 원칙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헌법에 포함하고 있어요. 농업은 국민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어서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경자유전의 원칙을 준수3)하고 있어요.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업무 정보(지역 개발에 관한 정보)를 악용해 농민이 아님에도 농지를 사서 보상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면서 이 원칙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알려졌죠.

전체 농지 중 최대 60%는 농민이 아닌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어요.4) LH 문제를 접할 때마다 화나는 포인트가 바로 이거예요.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다 보니 정작 농민은 농지가 없어 농사를 못 짓고 있다는 거,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한국의 식량자급률5)은 매년 하락하고 있어요.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는 45.8%이었고요. 여기서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10.1%밖에 안 되고, 곡물 자급률은 3.4%라고 해요.

지금껏 한 번도 시장이나 마트에서 부족함 없이 농산물을 구했는데 저 숫자가 맞는 거냐고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금 밥상에서 쌀을 빼면 89.9%는 수입 농산물이라는 뜻이죠. 숫자로 말해서 좀 잔인하죠? 근데 어떡해요. 현실이 이런 걸.

한국은 다른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있어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전화, 반도체 등이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건 품질이 좋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면에는 마늘과 같은 주요 농산물 개방과 맞바꿈, 농업과 농민의 자부심과 맞바꿈6)이 있었다는 걸, 우리는 이제라도 알아야 해요.

많은 나라와의 FTA 체결에 이어, 이제는 메가 FTA라고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올해 적용(발효)되고, 이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준비하면서 농수산물 시장 개방 압력은 더욱 거세진다고 해요.

비나 눈이 많이 오거나, 혹은 너무 오지 않거나, 쉴 틈 없이 연이어 태풍이 오면 농수산물 생산지의 피해 소식을 들을 수 있죠. 정말 추운 날, 더운 날 농어민이 정성을 담아 일군 논밭, 어장이 순식간에 초토화된 모습을 보면…. 참 답답해요.

그리고 수급 문제로 이어져 농수산물 가격이 뛰어오르기 시작하죠. 기후위기가 모든 것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에요.

이건 단지 농수산물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환경이 변하고, 전염병이 창궐하기 좋은 환경이 되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소식이 1년 내내 들리고 있는 것 알고 계셨나요?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병충해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해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 메뚜기의 습격이 우리와 아예 상관없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는 거죠.

수입 농산물의 경우 이동 중 상하지 않도록 보존을 위한 가공처리를 해요. 그리고 물류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탄소가 발생하여 기후위기에 기여하고 있기도 해요. 과도한 수입 농산물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의 문제예요.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자연재해가 더해지고, 코로나19 등 전염병의 영향으로 여러 나라의 무역이 중단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요? 식량난에 공정한 배분이 가능할까요.7)

이렇게 식량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악용한 사람들이 있으니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에요.

🧑‍🌾 농민들이 농업으로만 삶을 살 수 있도록

제가 일 때문에 농민분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눌 때 울컥하고, 가슴이 찡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특히 제 마음을 울리는 말이 있어요.

“우리는 국민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사명으로 삽니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농민’이라는 직업적 사명으로 논밭을 일구는 분들이 많이 계셔요.

제가 만나 본 농민은 ‘국민의 먹거리’를 많이 걱정하고 있었어요. 농지 면적이 감소하고, 농민이 농지를 갖지 못하고, FTA 등으로 수입 농산물이 국민 밥상을 장악하는 건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8)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농민은 농업으로 삶을 이어나가길 바라지만, 농업 소득으로는 농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점점 힘들어진 게 현실9)입니다.

날씨와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민과 어민은 그 누구보다도 변화에 민감하고, 체감이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농어민은 기후변화 해결 방안에 많은 관심이 있어요.

기후위기 대응,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농촌지역 에너지전환, 한국판 뉴딜 등을 추진하고 있어요. 농민들도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데, 이런 논의 속에서 농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에요. 농민들이야말로 정말 이 상황을 전환하고 싶어 하는데 말이죠.

🧑‍🌾 농촌과/ 나의/ 연결고리

정말 몇 백 원 차이지만 마트에서 국내산, 그리고 친환경, 유기농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저 자신이 있어요. 아마 저만 그런 건 아닐 거에요. 음? 저만 그런 거라고요…?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조금 비싸죠. 하지만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보편적으로 만들고, 건강한 흙에서 자란 농산물을 먹기 위해서는 적정한 시장 물가와 가치 비용을 소비자가 함께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국가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아니면 수출을 위해 희생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명의 삶의 터전이 되는 농업과 농촌의 가치는 몹시 소중합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인간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생태계 서비스10) 를 보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농촌 공간은 인간이 경관을 즐기고 쉬기도 하고 전통문화 등을 보전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비인간 동물들이 번식하고, 서식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그리고 탄소를 다시 저장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이런 다양한 가치를 우리가 일방적으로 외면하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거기다 지방소멸 문제는 농촌사회의 직접적 위기이기에 관심을 늦춰선 안되는 상황입니다.

생태계가 연결되듯 농촌과 도시는 언제나 연결돼 있어요.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무엇을 많이 담았는지 생각해볼까요? 장바구니를 통해 농촌과 도시가 얼마나 연결되어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제 장바구니의 85% 정도가 농수산물이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농산물 유통 관련

📽 농지투기 관련

 

각주
1) 국가법령센터. 대한민국헌법 121조 ①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②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2) 국가법령센터.「농지법」 제6조1항에서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2항에서는 ‘주말·체험영농을 위해 농지를 소유하는 경우’를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어 지금 많은 논란이 되고 있죠. 또한 농업경영 및 이용할 자에 대해서는 동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농업에 종사하는 개인(농업인),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업무집행권 가진 자 중 3분의 1이 상이 농업인이어야 함)으로 대상을 정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4항에서는 ‘이 법에서 허용된 경우 외에는 농지 소유에 관한 특례를 정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요.
3) 사동천. (2017). 경자유전의 원칙
4)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19)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농업인의 농지 소유 면적 비율은 56.2%라고 해요. 20년 전에는 67.0%의 면적을 농업인이 소유했다고 해요. 큰 폭으로 감소한 게 느껴지시나요? 실제 농지의 소유 및 이용 현황 등을 작성하는 ‘농지원부’를 모든 농지소유자가 작성하지 않아서 정확한 농지 현황을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농민단체 등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최대 60% 농지 면적을 농민이 아닌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참고문헌: 채광석‧김부영. (2019). 「농지법」상 예외적 농지소유 및 이용 실태와 개선과제. KREI 농정포커스 제182호(2019. 9. 2.)
5) 식량자급률은 한국 땅에서 자란 곡물 중 가축 사료용을 제외한, 사람이 주로 먹는 곡물을 계산한 값이에요.
6) 한국농정.  ‘농업통상 최악의 굴욕, 2000년 한-중 마늘협상’ (2020. 3. 8.)
7) 배곯는 시절은 지났다고 하지만,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에요. 여전히 1일 최소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는 국민이 있습니다.
8) 수입 농산물에 대한 검역 등 기준이 확실하긴 하지만, 여전히 농약, 보존제, 유전자 변형 가능성이 있는 농산물 섭취는 최소화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실제 미국만 하더라도 주(州) 정부마다 소비하는 용도와 수출하는 용도에 따라 방부제 투여 등 기준치가 다르다고 해요. 아직도 한국은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대해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요.
9) 2019년 통계청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가소득은 2018년보다 2.1% 감소하였고, 이는 농업소득이 20.6% 감소한 것을 주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유찬희·김태후, 2020). 또한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2019년 기준 24.9%)하고 있으나, 농외소득(겸업 소득) 비중(2019년 기준 42.1%)이 커지고 있어 점차 단일 농업만으로는 소득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다가가고 있습니다.참고문헌: 유찬희·김태후. (2020). 2019년 농가경제 실태와 시사점. KREI 현안분석 제78호(2020. 8. 24.)
10)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는 ▲공급 서비스(물, 음식(먹이), 연료, 원료 등) ▲조절 서비스(온도, 홍수, 질병, 수분(受粉) 등) ▲문화 서비스(경관, 전통문화, 영감, 교육 등) ▲지원 서비스(물질 순환, 서식지, 토양 형성 등) 이렇게 크게 4가지로 나뉘어요.흔히 “서비스를 받는다”라는 말을 자주 쓰죠? 서비스는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이 있을 때만 성립합니다. 생태계 서비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생태계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만큼(공급 서비스, 조절 서비스, 문화 서비스), 우리는 다시 생태계에 서비스를 제공(지원 서비스)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 글: 이이자희 연구사업본부 연구원 jahee@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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