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을 막는 희망의 씨앗 발견해야”

지방소멸이 화두다. 앞으로 30년 뒤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고용정보원 조사 결과 2020년 5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42%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관련기사)되었다. 이미 면이나 군 지역은 지방소멸의 막바지에 놓여있다. 지방소멸 위험은 더 이상 미래 문제가 아니다. 희망제작소는 임주환 소장과 지방소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대안을 모색하는 인터뷰를 전한다.

Q. 지방쇠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희망의 씨앗이 있다고 보는가.

지방쇠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사회가 그동안 만들어 낸 대안 사례, 즉 지역혁신의 사례들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소멸 혹은 지방쇠퇴는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와 더불어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보니 청년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지방은 붕괴되고, 수도권은 교통혼잡, 환경오염, 주택부족 등을 겪게 된다. 지방에서 일자리가 없고 정주여건이 악화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만들어 낸 희망의 사례들은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 5가지 유형 정도로 거칠게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산학협력형, 농업혁신형, 지역자원활용형, 에너지전환형, 신산업유치형 등이 그것이다.

Q. 구체적으로 희망의 5가지 유형의 실제 사례를 소개해 달라.

경남 거창군의 경우, 거창기능대학(한국폴리텍7대학 거창캠퍼스)이 신입생 모집 어려움으로 폐교가 결정되자, 이를 한국승강기대학으로 전환했고, 군민들이 함께 초기 운영의 파행을 바로잡았다. 지금은 한국승강기대학과 승강기산업 집적화단지, 승강기R&D센터 등을 핵심축으로 국가 승강기산업의 허브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취업이 잘 되고 지원이 든든한 대학이 청년들을 끌어모으고, 졸업 뒤 지역의 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선순환 구조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보인다.

완주군 역시 인구감소, 고령화가 심각했고, 인접한 전주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2008년부터 희망제작소와 협력하여 로컬푸드를 통한 유통혁신, 공동체 복원을 위한 마을회사 운영, 문화자원을 활용한 예술마을 조성 등을 통해 지역활성화를 시도했다. 농업분야에서 최고의 롤모델로 꼽히는 지역이다.

국내 자생 대나무의 34.4%가 자라는 담양군은 이런 지역자원을 활용해 죽제품과 친환경 농산물 판매, 대나무 축제 등을 통해 자연생태문화도시를 만들고 있고, 매년 2000명 정도의 귀농귀촌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이밖에 세계최대규모인 8.2GW 규모 해상풍력단지를 민관협력으로 조성하는 전남 신안군의 사례,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의 상생모델로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 중인 강원 횡성군의 사례도 아직 성공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각양각색의 유형처럼 보이지만, 이런 희망의 씨앗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에 걸맞은 유형을 모색해 대안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난관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 지역의 농민, 행정기관과 지역민, 원청과 하청업체가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그 결과 해당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층이 지역에 모일 수 있도록 정주여건을 개선해낸 사례라고 생각된다.

Q. 지방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방소멸의 심각성이 제기되면서 현상을 파악하고, 이에 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단계이지 대안적인 모델이 학문적으로 정립된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탁상공론보다 현장을 중심으로 지역마다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이 위기에 처했지만, 한편으로 지방정부의 효능감이 높아지는 사례도 마주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의하는 틀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측면으로 미뤄볼 때 지방소멸 의제도 지방정부들이 리더십을 마련해 해법을 모색하는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으리라 본다.

Q. 희망제작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희망제작소는 창립 때부터 우리사회의 희망의 씨앗을 발굴하고, 그 씨앗이 제대로 싹틔울 수 있도록 현장에서 함께 노력해온 단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씽크 앤 두 탱크’라고 불렀다. 지방소멸, 지방쇠퇴의 심각성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지방소멸에 관한 대응을 모색하며 나왔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역혁신이다.

희망제작소도 지역혁신이라는 본연의 미션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살 만한 지역을 만들까, 일자리를 만들고 개선할까, 관광객이 찾아오는 지역을 만들까, 지역의 생태적 전환을 이뤄낼까. 이런 현장의 과제들에 더 깊이 천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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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