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무엇이든 해보길 원했죠”- 독일과 지역소멸

국내 전국 시군구 10 곳 중 4곳은 소멸위험지역으로 갈수록 위기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청년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더 나은 생활환경을 찾아 본인이 나고 자란 곳을 뒤로 하고 수도권으로 향하기 마련입니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책으로 지역 청년을 위한 새롭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시점입니다.
아시아보다 일찍 지방소멸 위기를 경험한 유럽에서는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는 어떻게 담고 있을까요. 청년의 성장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크로아티아의 사례를 차례로 전합니다.

독일은 1989년 이후 정치·사회적 변화로 인해 급격한 탈(脫) 산업화와 채용난을 겪었습니다. 대규모의 지역 주민이 서독으로 이주하면서 동독 지역은 극심한 인구 감소를 직면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199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일자리 및 근로조건에 따른 지역 이동을 꼽습니다.

독일 동부에 위치한 튀링겐 주도 지역 소멸이 뚜렷합니다. 1989년부터 약 500,000명의 인구가 튀링겐 주를 떠났습니다. 튀링겐 주에서는 지역 소멸을 대응하기 위해 인구 정책에만 골몰하기보다 지역 주민의 통합을 파고들었습니다. 튀링겐 주의 잘펠트와 알텐부르크 도시의 사례를 전합니다.

📌 ① 잘펠트 : 역사적으로 ‘낙인’ 찍힌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

튀링겐 주에 위치한 잘펠트는 낙인 찍힌 도시였습니다.  잘펠트는 독일 통일 이전, 독일민주공화국(동독) 당시 소련군이 배치된 곳이었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 공공지원 주택이 막사촌에 들어서면서 ‘좋지 않은 동네’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해당 지역에 난민 수용소가 들어섰습니다.

이와 더불어 도심 지역의 재개발 대책으로 인해 주택 시장의 가격이 상승하자,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주민들이 잘펠트를 떠났습니다. 잘펠트에는 청년들이 떠나고, 남은 주민의 평균 연령대는 48.3세였습니다.

🔎  주민, 청년, 난민 등 다양한 주체가 만나는 ‘소셜시티 프로그램’

IBA 튀링겐(IBA Thüringen)은  지난 2017년부터 잘펠트에서 소셜시티 프로그램(Soziale Stadt Programm/Social City Program: 도시 내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운동1))을 진행했습니다.

베울바이쳐(Beulwitzer) 거리의 주거 지역도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지역 주민과 난민 등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빌딩을 세울 때 계획과 건설 부문에 공동체가 참여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참여’는 지역 주민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통로인 셈입니다.

▲ IBA Thüringen, 홈페이지 갈무리

베울바이처 거리의 ‘열린 공간'(Zwischenraum zum Ankommen)에서는 도시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다룹니다. 예를 들어 ▲난민 통합 ▲재개발지역 활성화 ▲다양한 참여 활동 ▲지역 내 공동 사용 물품 등 도시 개발 의제를 다룹니다. 베울바이처의 ‘열린 공간’은 일반 도시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전문가 주도의 개발이 아니라 시민, 특히 청년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버크하우스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거죠. 주민들은 무엇이든 해보기를 원했고, 프로젝트에 일조한 거죠.”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동네를 좀 더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아이디어 워크숍’과 ‘스터디’를 몇 차례 진행했습니다. 주민의 요구를 프로젝트에 반영하는 등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점검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청년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또래 청년을 위한 청소년 참여 트레이닝 과정(Jungen – Moderatorausbildung)을 맡거나, ‘Freisitz’를 비롯한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습니다.

▲워크숍 현장

청년 활동이 소셜 스페이스, 네트워크, 포괄성에 초점을 맞추되, ‘청년-학부모-커뮤니티’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 셈입니다. 이처럼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청년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접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카 길러(Hanka Giller)는 “청년활동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책적 단계로 확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합니다. IBA 튀링겐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는 전문적 지원과 자문을 거치며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모색 중이며, 향후 실험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②알텐부르크 : 지역에서 거주하길 포기하고 떠나는 사람들

튀링겐 주에 위치한 알텐부르크는 지난 25년 동안 거주자가 51,000명에서 33,000명으로 줄어들 만큼 인구가 급감한 지역입니다.  2000~2010년 동안 1,364명의 지역 이주민이 있었다면, 동시에 1,292명의 지역 이탈자가 있었습니다.

지난 2015년, 알텐부르크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특히 주택 건설 부문과 무역 및 서비스 분야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나타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전하는 흐름에서 청년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제한되었습니다.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참신한 프로젝트가 있더라도 청년 스스로 자신감 있게 나서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 청년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도시사람 프로젝트’ 

파브쿠쉐(Farbküche)는 알텐부르크에 위치한 커뮤니티 기관(홈페이지)입니다. 파브쿠쉐에서는 청년에게 기회를 모색할 공간을 제공하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시민이 도시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파브쿠쉐의 도시사람 프로젝트(Stadtmenschen Project)는 지역소멸 문제를 고민하며 개발되었습니다. 알텐부르크에서는 오후 6시가 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습니다. 유스센터도 예외는 아닙니다. 청년은 그제야 밖으로 나오는데, 마땅히 갈 곳도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으로 미뤄보아 알텐부르크에서는 청년의 정서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촉진자가 부족한 셈입니다.

도시사람 프로젝트는 많은 청년이 모이고, 기회를 발굴하는 과정을 선사합니다. 전시회를 열거나 청년이 자신의 작품을 파는 등 예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지원합니다. 청년들은 전시회를 통한 수익금으로 다른 기술을 배우거나, 자발적으로 워크숍을 열어 지식과 경험을 나눕니다. 나아가 청년끼리 도심에 청년 카페를 열 장소를 찾았습니다.

▲ 청년 카페 JUCÉ Stadtmenschen 홈페이지

시민사회 활동가도 함께 시간을 할애하고, 전문성을 기여하고, 네트워크를 넓히면서 강한 연대를 이어갑니다.  활동가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지역의 원동력으로 거듭납니다. 해당 네트워크에서는 축제도 기획합니다. 청년의 활동과 헌신을 가시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맡습니다.  축제는 타 지역의 방문객에게 알텐부르크의 시도와 경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네트워크 성장 뿐만 아니라, 낙후된 도시를 개선합니다. 또 정부 및 지자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청년의 관심에 기반한 활동은 청년들이 경직된 제도 및 구조를 벗어나 자유롭고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는 발판을 제공합니다.

🔎 청년을 위한, 그리고 모두를 위한

도시사람 프로젝트는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청년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청년이 부모에게, 친구에게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청년 활동은 개인의 성장 뿐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가능성도 내포합니다.  즉, 알텐부르크 외 다른 지역에서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표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서 청년 활동은 청년과 세대를 아우르는 교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청년이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활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자료 출처
Strengthening Youth Work in Shrinking Cities, 2020, CGE ERFURT
각 사례별 단체 홈페이지

각주
1) 김연미, 2009, 생태-사회적 공동체 프로그램 : 독일 Social City Program,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건축도시연구정보센터

– 글: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