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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들락날락(이하 들락날락)은 ‘연결’의 확장을 몸소 보여준다. 금산 청년네트워크 모임이었던 들락날락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청년자립학교를 운영하다가 2018년 겨울의 끝자락 ‘협동조합’으로 활동의 영역을 넓혔다.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 충남 금산에서 청년들은 다양한 작당을 벌이고 있다.

들락날락은 ‘청년’, ‘지역’, ‘문화예술’을 키워드로 삼아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로 밥벌이하는 청년 공동체를 표방한다. 대전에서 살다가 7년 차 금산에서 터전을 일구고 있는 조혁민 이사를 만났다.

▲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들락날락의 조혁민 이사 ⓒ조혁민

Q. 금산에 연고가 있었나요.
조혁민: 아뇨. 금산에서는 간디학교 졸업했고요. 청년 모임 형태로 들락날락 활동을 하다가 2018년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현재 축제‧문화 예술 피리를 맡고 있어요.

Q. 축제‧문화 관련해 활동하려면 만나야 하는데, 코로나 시국이라 힘들겠어요.
조혁민: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축제를 열지 못해서 온라인 위주로 했죠. 금빛시장 월장을 온라인으로 두 차례 열었는데,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모델을 좀 더 고민해봐야겠더라고요.

Q. 온라인으로 사업을 진행하니까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요.
조혁민: 협동조합 설립 후 저 포함해 5~6명 정도의 구성원이거든요. 대개 회의를 통해 사안을 결정하는데, 만나기 어려울 땐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시시때때로 회의를 열고 있어요. 주민 워크숍 및 청소년과 프로젝트 사업이나 연구사업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청년으로 구성된 들락날락, 지역‧주민과의 연결을 꾀하다

Q. 들락날락 구성원 모두 간디학교를 나온 선후배 사이죠?
조혁민: 네. 구성원 모두 20대지만, 학교 졸업연도로 치면 차이가 나죠. 제가 막내뻘인데, 서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어서인지 편하게 소통하는 편이에요. 물론 어긋날 때도 있죠. 약속을 어기거나 서로의 우선순위가 다를 때가 있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는 어느 조직,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Q. 들락날락의 활동 영역이 넓더라고요. 금산에서 아랑곳(청년자립학교), 공론장, 쉐어하우스, 잡화점, 동네서점 등 다양한 활동을 하던데, 어떻게 꾸려가고 있나요.
조혁민: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다 보니 서로 업무가 겹치거나, 일손을 도와주며 해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업무를 딱 잘라서 나누진 않죠. 오히려 협업이 많은 편이에요. 5명의 피리가 기획단처럼 전체적인 기획 및 회의를 거쳐 향후 운영 방향 및 과정 등을 설계하고, 실행해요. 내가 동네서점인 ‘두루미책방’을 운영하는 피리이지만, 여우잡화점 일을 도울 수도 있고요. 그래서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회의해야 해요. 결정하는 게 쉬워 보여도 이왕이면 다 같이 아이디어를 내어 결정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편이죠.

Q. 청년, 지역, 문화예술의 미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제를 다루고 있죠.
조혁민: 맞아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축제 기획, 디자인, 두루미책방, 잡화점, 주민 워크숍, 학생 수업 등을 하고 있는데요. 거버넌스 형태로 운영하는 게 ‘셰어하우스’예요. 금산에서 처음 만들었는데요. 이밖에도 젠더 부문 관련해 여성정책거버넌스 활동도 벌이고 있고요. 멘토-멘티 사업이라고 해서 청년이 네트워크 사업으로 다른 청년의 역량을 개발, 육성하려고 해요.

Q. 지역이 기반이니까 주민과의 연결고리도 넓혀가고 있겠네요.
조혁민: 축제를 기획하지만, 저희끼리만 하는 게 아니라 시장 상인과 같이 하는 게 중요했거든요. 축제를 운영하면서 몇 십 년 금산에서 터전을 잡은 주민들과 계속 만나는 지점이 생겼어요. 과거에 들락날락의 멘토 님이 저희와 선주민, 원주민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주셨는데, 이젠 저희도 지역에서 살기 위해서 ‘같이 살아야 한다’라는 걸 깨달았죠. 원주민, 어르신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요. 어르신이 스마트폰을 어려워하니까 사용하는 방법, 이미지를 내려받거나 유튜브 생중계를 대화창으로 보내고, ‘좋아요’를 눌러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죠.

Q. 지역에서 관계 맺는 일 자체가 어렵지 않나요.
조혁민: 서로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에 어르신, 부모님 모두 바라보는 게 다른 게 있죠. 시장 상인과 협업을 많이 하는데요. 가게를 비우면서까지 축제에 에너지를 쏟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시곤 해요. 그래도 축제의 주체는 가게 주인이라는 주체 의식을 갖도록 서로 노력해요.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이렇게 하면 좋겠는데’라면서 아이디어를 주시는 분도 계시고요. 피드백을 주시고요. 최대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게 관건인 것 같아요.

Q. 들락날락 구성원이 청년 위주잖아요, 금산에서 청년은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세요.
조혁민: 청년이 지역에 오면 좋은 건 유동인구가 많아진다는 거죠. 청년은 무언가를 끌어당길 수 있는 매개체거든요. 지역에 청년이 산다는 건 새로운 생각을 지닌 사람을 흡수하고, 받아들이고, 맞이할 수 있겠죠. 이들이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요. 청년은 원주민에 비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 쉽기에 새로운 연결을 기대할 수 있죠.

금산에 남기로 한 이유, 나의 가치관을 나눌 수 있다면

Q. 지역에 남기로 한 계기,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조혁민: 스무 살 초반에는 부산에 연고가 있었어요. 연극 극단이 있었거든요. 부산으로 갈까, 금산으로 갈까 하다가 무언가를 좀 더 만들어볼 수 있는 지역을 택했어요. 그런 점에서 금산이 매력적이었죠. 특히 아는 사람, 비슷한 생각, 비슷한 교육을 받은 이들이 근처에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어요. 공동체를 꾸려가고자 하는 가치관을 지킬 수 있는 곳이었고, 협동조합을 하면서 금산에 대한 애착이 더욱 생긴 것 같아요.

Q. 지역에서 활동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조혁민: 공동체요. 내 주변에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해요.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지만, 내부 구성원과의 가치관이 비슷한 바탕이 있기 때문에 원동력이 되죠. 서로 실수를 감싸줄 수도 있고, 일을 헤처나갈 때 서로 힘을 주기도 하고요. 우스갯소리로 ‘너 때문에 일한다’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동료와 공동체가 있으니까 지역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해도 친구들이 응원해주는 것. 마음의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게 가장 크죠.

Q. 지역에서 살아보니 청년의 지속가능한 지역살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가요.
조혁민: 학교 밖 청년이 지역에 남는 방법을 고민하는 연구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요. 10대, 20대 초반, 20대 중반까지 각기 원하는 게 달랐어요. 공통적으로는 친구, 집, 배움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친구, 내가 살 수 있는 집이 필요한데, 이 기저에는 밥벌이가 따라오죠. 그렇다고 ‘밥벌이’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행정에서는 지역 공장에 일자리 많다고 얘기하지만, 하고 싶은 일로 하는 밥벌이가 중요한 거거든요. 이를 보장해줘야 청년이 지역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봐요. 청년이 지역에서도 하고 싶은 일 분야의 밥벌이를 탐구할 수 있고,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지역소멸 속 지역만이 가진 기회는

Q. 수도권에 머무는 청년에게 지역은 어떤 기회인가요.
조혁민: 여긴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요. 하지만 청년이 없기 때문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하죠. 모든 곳에서는 경력자를 원하잖아요. 그래서 20대 초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력을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쉬운데, 지역에는 사람이 없으니 경력을 쌓기에 좋죠. 연극, 축제 기획 등의 크고 작은 경험이 밥벌이로 이어지고, 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요. 그밖에 공기가 좋고요. 자연도 좋고요. 좀 더 지역 주민과 만났을 때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치고박고 싸워도 다음날 볼 수 있는 사람, 이게 공동체가 아닐까 싶어요.

Q. 정부나 지자체에서 다양한 청년지원정책 진행 중이지만 체감하기 어렵잖아요.
조혁민: 이미 여러 지역에 청년정책을 시행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세금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지역과 현장에 불필요한 부분도 있죠. 개인이 할 수 있는 사업과 단체가 할 수 있는 사업이 있는데, 오히려 단체에 주어지는 정책이 적을 때가 있어요. 정책의 홍보도 부족한 것 같아요. 지역에서 청년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요. 대개 군청 홈페이지는 잘 들어가지 않잖아요. 청년이 책임감을 갖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정책을 시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주체이고,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할 수 있는데, 지자체에서 이뤄지는 사업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부족한 것 같아요.

Q. 지역으로 오기 전, 알면 좋을 내용이 있나요.
조혁민: 지역의 어르신이 생각보다 언어에 서투르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본심은 아닌데, 어긋나게 말씀하실 때도 있고. 이러한 모습을 내 뜻대로 상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하죠. 또 준비하고 지역에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바로 지역에 와서 생활하고 생각하기보다 지역에 가는 목적을 분명하게 설정하는 거죠. 의외로 그냥 오셔서 이것저것 경험을 해보다가 결국 주체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다시 떠나기 쉽더라고요. 오히려 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하고, 구체적일수록 함께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게 많다. 내가 지역에 온 이유가 명확히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 진행: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
-인터뷰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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