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야죠.” – 도원우 대표(경북 문경)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

경북 문경시 산양면에 위치한 리플레이스의 화수헌은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때로는 마을행사에 방문한 마을주민들로 북적인다. 리플레이스는 상생의 가치를 실천한다. 로컬 플레이어로서 지역과 함께 상생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다. 도원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상생’에 대하여 자주 언급했다. 상생이란 더불어 살아감을 말한다. 청년 혼자서도, 마을주민 혼자서도 살 수 없는 법. 서로 함께 복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가는 법을 모색하는 도 대표이다.

▲ 2018년 화수헌 오픈 당시 리플레이스 구성원과 도원우 대표의 모습(사진 왼쪽에서 다섯 번째) ⓒ 리플레이스

문경에서 시작한 본격적인 지역살이

문경에서의 활동 근황을 알려주세요.
도원우 : 2017년에 경상북도 유턴 일자리 지원사업에 선정을 시작으로 문경에서 ‘리플레이스’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지역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까지 바빴어요. Food&Beverage 산업이 주력이기에 휴가철인 8월에 방문객이 많았습니다. 바쁜 시즌이 끝나고 지금은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 리플레이스 사업에 대해 소개부탁드려요.
도원우 : 처음에는 청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생각했어요. 청년정책이나 제도의 배경을 이해한다기 보다 3천만원 지원금을 목표로 사업에 지원했습니다. 지원사업에 관한 소개를 듣는 과정에서 지역소멸을 인식했고, 단순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지역의 문제적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끔 해볼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눈에 띄였나요?
도원우 : 사업소개를 듣고나서 책 <지방소멸>을 읽었는데요. 책을 통해 지역의 심각한 인구유출과 유휴자원과 공간이 눈에 띄게 많은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요. 저는 이 지점에서 상생전략 기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 리플레이스의 가치나 지향점,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떻게 바뀌었나요?
도원우 : 초창기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회적가치보다 지역에서 경쟁우위에 서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도시에서는 경쟁 대상이 많다보니 경쟁우위에 섰다고 생각하기도 어렵고, 기회도 충분하지 않잖아요. 문경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점점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리플레이스의 존재 이유를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립을 했고요.

구성원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도원우 : 처음 함께 시작했던 창업 멤버들 모두 함께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문경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곤 하는데, 소개를 통해서 문경에 계신 분들을 영입해서 구성원이 더 확장된 상태입니다.

문경을 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특별히 문경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도원우 : 6개월 정도 경북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지역의 유휴자원공간을 발견했습니다. 공간을 비롯해 많은 가능성을 보려고 했어요. 지자체, 지역 활동가, 지역주민 등 이렇게 세 부류의 사람들이 얼마나 열려있는지 보려고 했어요. 저희가 하려는 사업의 이해보다도 외지에서 온 청년을 받아줄 수 있는 정도를 바라봤습니다. 문경에 온 결정적인 이유가 문경시와 마을 이장님께서 저희 사업을 적극적인 도움 덕분인데요. 그 과정에서 마을 주민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고요. 그러면서 ‘이 지역이라면 정착할 수 있겠다’하는 결심이 섰습니다.

리플레이스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 것 같나요?
도원우 : 문경 외에도 소멸위기지역이 많습니다. 그런 지역의 공간을 발굴해 운영하고, 지역 청년을 고용하고, 지역 특산물을 팔면서 상생하고자 해요. 공간 외에도 디자인, 로컬 소품 유통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성을 모색 중입니다. 문경에서 공간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아무리 가게 운영이 잘 된다고 해서 거기에만 집중하면 안 됩니다. 성수기가 있으면 비수기가 있고, 코로나19 같이 특수상황이 발생했을 때 재정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영양이 인구소멸 심각성이 두드러지는데, 그 지역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영양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 협업을 통해, 노하우와 노하우가 만나 서로 확장하는 경험을 모색 중입니다.

지역살이의 재발견, 효율성과 관계성

지역에서 산다는 것은 도원우 대표에게 어떻게 다가오나요? 또 삶의 변화가 있다면요?
도원우 : 성격이 무딘 편이라 지역에 왔다고 해서 제 삶이 크게 변한 거 같지 않아요. 사람들을 만나면 지역에서 살면 어떤지, 좋지 않은 점을 많이 물어보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취미생활을 즐길 공간이 부족해도 공허함을 크게 느끼진 않고요.

그렇다면 지역에 살아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도원우 : 좋은 점은 지역의 효율성이죠. 대구에 살 때 영업 분야에 종사했어요. 당시 이동할 일이 잦아 도로에서만 4~5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미팅가는 길에 에너지가 소진되기 마련이었고, 제 인생의 2할은 도로에서 이동하는 데 쓸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반면에 지역은 정말 효율적이에요. 지역에서는 같은 거리를 1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인간관계요. 도시에서 지낼 땐, 인간관계에 있어서 지칠 때가 있으면 쉽게 차단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지역에서는 관계를 더 지속가능하게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해요.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도 나를 더 배려하고 존중하고요. 지역에 와서 더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된 거 같아요. 이밖에 자연도 너무 좋고,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고양이도 많아요. (웃음) 여러 가지가 마음에 안정을 주는 것 같아요.

반대로 귀촌살이의 어려운 지점은 무엇인가요?
도원우 :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르신이 많아요. 아무래도 리플레이스가 지원사업으로 시작했기에 지자체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요. 지역 어르신에게 더 다가가는 것으로 어려움을 대처하고 있는 것 같아요. 화수헌 음료 할인쿠폰을 드리는 것부터 시작해 지역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어요. 마을 안건을 함께 이야기하고, 진행과 서기 역할을 도맡아 하기도 하고요. 지역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는데, 입학 및 졸업 때마다 선물을 준비하기도 해요.

상생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시는데요. 도원우 대표님에게는 상생이란 무엇인가요?
도원우 : 상생은 하나의 장치로써 경제적 상생, 문화적 상생, 감정적 상생 세 가지 측면으로 보는데요. 먼저 ‘경제적 상생’은 귀촌 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예비귀촌자가 원하는 창업 분야가 F&B라면, 지역에서 나는 농산품, 식품을 쓰고, 그 가치를 높이고, 또 소비자들이 지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생구조를 봅니다. 저희가 돈을 벌면, 지역이 돈을 번다고 생각해요. 청년 고용 창출 기회도 생기고요.
다음은 ‘문화적 상생’입니다. 소멸위기지역은 공연, 뮤지컬, 콘서트 등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저희는 문화공연을 종종 기획하는데요. 이때 가게에서 행사를 열어요. 그러면서 어르신들을 많이 모시기도 하고요. 어르신들께서 반응이 긍정적인 편이에요.
마지막으론 ‘감정적 상생’인데요. 동네를 오가며 주민들께 인사 잘하는 것만으로도 상생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마을 길을 정리하는 것도 상생이라 할 수 있고, 여름에 날이 더울 때 팥빙수를 어르신들께 드리는 것들도 중요한 상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상생하는 것이 중요하네요. 주민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한 경험이 있나요?
도원우 : 마을회의 때 주민 모두 마을을 위해 열정적으로 토론을 하곤 해요. 하루는 회의에서 ‘카페는 있지만 먹거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리플레이스와 마을 주민이 함께 <꼬신내 산양한마당>을 기획하고 행사를 진행했어요. 마을 주민과 새로운 관계로서 비즈니스를 기획한 거죠.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고, 마을주민이 즐거워했어요. 매출도 나오고요. 그런데 사실 수익모델 구축 관점으로는 실패에 가까워요. 시스템이 없다보니, 지속하기 어려운 사업이었어요. 아직까지 주민들과 관계하면서 협업할 수 있는 추진위원회가 없는데, 앞으로 만약 이런 위원회가 생긴다면 함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역에 잠재된 콘텐츠를 발굴하고, 협업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무궁무진

청년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나요?
도원우 : 청년은 지역에 잠재된 자원을 발굴해 콘텐츠로 만들고, 그 콘텐츠를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기존에 계시던 분들을 배제하고 콘텐츠를 만든다면 그것이 ‘지역민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고 봐요.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도원우 : 생각보다 지역에 ‘플레이어’가 많아요. 문경에 리플레이스 구성원 말고도 플레이어가 많아요. 플레이어끼리 서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죠. 협업을 통해 일자리와 같이 경제적 창출이 되고, 로컬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질이 올라갈 것이라 봅니다.
또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건 주거지입니다. 청년정책의 주요 안건이지만, 주거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예상외로 수도권과 지역의 주거비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요. 정부는 주거 문제를 공공쉐어하우스 운영과 같은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해요. 재정적인 생애주기를 보았을 때 플레이어가 2~3년간 협업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서면서 지역살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보거든요. 저만하더라도, 지자체가 나를 여기 정착하도록 ’챙겨준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청년에게 지역은 어떤 기회일까요?
도원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로컬 산업’이라는 분야가 새롭게 생기는 것을 보면, 지금이 로컬사업의 초입단계라고 봅니다. 특히 디자이너나 마케터에게 가능성을 모색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지역은 70% 이상이 농업산업이 지배적인데요. 다들 오픈마켓에 콘텐츠를 게재하는 것조차 힘들어하세요. 진입장벽이 높은 거죠. 지자체에서 디지털 격차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높고 사업도 많지만, 아는 사람만 알 뿐 모두가 누리는 혜택은 아니에요. 청년이 지역에 오면 창업하지 않더라도 일거리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고 봐요. 창업을 고려 중인 분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많습니다. F&B 및 공간사업도 있을 수 있고요. 경쟁우위에서 선점할 가능성도 많지요.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도원우 : 많은 노력이 투입된 공간의 운영계약이 지속가능하지 않아서 청년에게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요. 2년이 지나면 새로 해야 하고, 당시 정책 담당자가 바뀐다든지 혹은 정권 교체 등 외부의 변화에 따라 재무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잘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어에게 안정성을 확보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창업했지만, 대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원사업으로 시작한 사업일 경우 경제진흥원 특례보증 같은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세부적으로 빈틈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제약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까?’,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안정적인 정주여건이 상세히 뒷받침돼야 해요. 이런 이유로 그 지역을 떠난다면 또 다른 지역소멸의 계기가 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 |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