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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닙니다.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

지역에서 음악을 하며 살 수 있을까. 포크, 인디를 주력 장르로 삼은 싱어송라이터 누들과 가야금연주자 지현이 결합한 퓨전국악밴드 ‘노래가 야금야금’. 경북 문경을 거점 공간으로 삼고, 전국 각지로 공연을 다닌다.

문경과의 인연은 우연으로 시작했지만, 지역 정착 초창기인만큼 고민도 많다. 그 중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예술가’로서 살기 위한 고민은 필연적이다. 문경에서 ‘정답’보다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지현, 누들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노래가 야금야금의 누들(사진 좌), 지현(사진 우)

–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경춘선숲길 버스킹 현장을 봤어요. 간만의 버스킹 어땠나요.

지현: 공원 산책자가 많아서 관객으로 자리해주셔서 재미있게 공연했어요.

– ‘노래가 야금야금’은 어떻게 팀을 결성했나요.

지현: 예전부터 (누들과) 알고 지냈고요. 지난해 2월 팀을 결성하고, 문경에서 8월께 ‘달빛탐사대’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해서 온 경우죠. 사실 처음부터 문경을 가보자고 마음 먹었던 건 아니고요.

– 원래 목적지가 문경이 아니었군요. 혹시 두 분 고향은 어딘가요.

지현: 서울에서 태어나 주로 서울에서 시간을 보냈죠. 다만, 전국 각지로 공연을 다니는 게 일이니까 지역에 대한 거리감은 없었어요. 저도 ‘달빛탐사대’를 통해 문경에서 지내기 시작한 경우인데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죠.(웃음)

누들: 저도 문경에 연고가 없어요. ‘달빛탐사대’에 참여하면서 작년(2020년)에 처음 왔어요.. 이전에는 경남 마산, 서울, 경기 수원, 이천 등 여러 지역에서 살았고요.

🎼 전국 각지로 공연을 다니는 ‘노래가 야금야금’, 문경으로 향하다

– 문경에 정착하기로 마음먹기 어려웠을 텐데 뜻이 맞았네요.

누들: ‘달빛탐사대’(행정안전부의 청년지역정착지원 사업으로 문경청년협의체 ‘가치살자’가 운영한 프로젝트. ‘달빛탐사대’는 각자의 취향을 지속가능한 삶으로 꾸려가길 원하는 청년을 위한 로컬메이커 프로젝트를 뜻한다.)를 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검토했어요. 초반에는 서울과 문경을 왔다갔다 하다가, 서로 친분과 신뢰가 쌓이면서 ‘문경’이라는 지역을 거점으로 다른 지역을 다니면서 공연을 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 ‘달빛탐사대’를 통해 문경을 경험하고, 이제는 문경에 정착해 문경청년협의체 ‘가치살자’ 운영진으로도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누들: 제가 ‘가치살자’ 운영진으로 활동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요. 아무래도 저희가 공연하는 그룹이니까 무엇보다 공연을 우선해야 한다고 요청해서 배려해주고 있죠. 공연 외 시간에 틈틈이 ‘가치살자’의 프로그램 기획부터 운영, 활동을 진행했고, 문경읍에서 카페하는 청년과 행사를 연다든지, 우쿠렐레 동아리를 꾸린다든지 소소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 문경을 ‘거점 공간’으로 삼아 삶을 연주하다

-문경을 거점으로 생활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해요.

누들: 전국적으로 보면 문경의 지리적 위치가 중간쯤이거든요. 어느 지역을 가든지 2시간 정도 소요돼요. 저희가 전국 각지로 공연을 다니니까 문경에 살면, 지리적인 위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연습 거점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착한 상태죠.

– 두 분은 현재 ‘달빛탐사대’ 공동생활 숙소에서 지내시죠. 어떤 형태인가요.

지현: 숙소 형태는 다양한데요. 지금 제가 사는 곳은 방 3개 중 혼자 쓰는 방에서 지내요. 쌀, 라면, 휴지 등은 룸메이트와 공용으로 쓰고, 냉장고에서 각자의 위치에 반찬을 두는 셰어하우스 개념으로요. 함께 살고 있지만, 독립적으로 지내는 부분도 있습니다.

누들: ‘달빛탐사대’에서 1년 단위로 숙소를 계약해서 지낼 수 있기 때문에 현재도 숙소를 이용 중이고요. 다행히 청년이 지역에 살 때 겪는 주거나 이동 여건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지내고 있죠.

-지역에 사는 청년들을 인터뷰하다보니 공통적으로 ‘관계맺기’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공감하시나요.

지현: 문경을 중심으로 대전, 제천 등 여기 저기 공연을 다니니까 지역에서 반겨주시는 분들이 많고요. 문경에 정착하려고 이사올 때 동네에 청년이 없으니까 어르신들이 반가워 하시더라고요. 이삿짐을 옮기는 내내 구경하시기도 하고요.

누들: 저도 외지 청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갈등을 겪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원래 문경에서 살고 있는 청년과 어울리는 게 영향이 컸겠죠. 문경 출신 청년은 지역의 어르신과 연이 있다보니까 그들과 어울리는 저희에게 적개심이 없는 편이에요. 오히려 “누구 친구지~”라면서 더 챙겨주시죠.

– 문경에서 막상 살아보니 자신의 모습에서 가장 달라진 점, 바뀐 점이 있나요.

누들: 겨울 풍경이 달라졌죠. 거의 생존한다는 느낌이랄까. 도시에서 지낼 땐 ‘춥다’는 정도였다면, 지역에서는 기름 보일러를 사용해야 하고, 난방비가 엄청 나오거든요. 또 겨울은 농한기고, 이런저런 활동도 멈추니까 뭔가 고립감과 생존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현: 저도요. 작년에는 도시와 문경을 왔다갔다 하면서 지냈는데, 올해는 다르니까요.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내에 24시간 있어도 춥거든요. 다만, 지역에서 살면서 변화한 점은 서울에선 저녁 먹고나면 자연스레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면, 여기에서는 나만의 알찬 시간을 보내요. 일종의 저만의 자유를 누리는 거죠. 그간 부모님이 해주는 밥을 먹다가 소박하게 챙겨먹는 즐거움도 발견했고요.

-도시와 문경 간 가장 체감하는 격차는 무엇인가요.

누들: 아무래도 문화시설이죠. 예전 수원에서 살 때는 심야 영화도 종종 봤는데, 여기에서 영화를 보려면 시내까지 20~30분 가량 가니까요. 틈만 나면 보던 영화를 한 달에 한 번꼴로 보기 어려워졌어요.

🎼 지역에서 청년 예술가로 지속가능하게 살기 위한 조건은

-지역에서 예술가로서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기 쉽지 않잖아요. 혹시 지역으로 가고자 하는 청년이 고민할 지점이 있나요.

지현: 과거나 지금이나 고민하며 살아가는 중이에요. 사실 ‘이렇게 해야 돼’라는 건 없는 것 같고요. 다만, 도시와 지역을 왔다갔다 하기보다 한 달이면 한 달, 두 달이면 두 달 등 일정기간을 지역에 체류하면서 온전히 그 지역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아요.

누들: 지속적인 물음이랄까요. 스스로에게 묻고, 지역에게 묻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왜 이 지역이 좋은지, 혹은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과정을 이어가는 거죠. 그러다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얻을 수 있거든요. 저 역시 그랬고요.

– 정책 측면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돌려볼게요. 청년이자 예술가로서 지역살이를 위해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가요.

누들 : 무엇보다 지역이 청년(예술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관심도 재산 이잖아요. 청년 예술가에 대한 관심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가 나니까요.

지현: 예술가는 직장인처럼 고정적인 수입이 없고, 정책적 지원을 받고 싶어도 간혹 사각지대에 놓일 때가 종종 있어요. 또 돈이 필요하니까 일(공연)하는데, 그 일이 점점 많아 질수록 열정이 부족해지는 시점이 오고요. 오히려 먹고사는 게 충족되면 생각이 없어질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예술가로서 밥벌이를 지속하려면 열정이 중요한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지역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열정’, ‘돈’, ‘정책’ 등 모든 게 필요하죠.

– 마지막으로 수도권에 머무는 청년에게 지역은 어떤 기회일까요.

지현: 지역에서는 뭐든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 본인이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요.

누들: 지역을 나를 돌아보는 기회죠. 수도권에서는 늘 경쟁에 치여 살잖아요. 지역에서는 그러한 삶을 벗어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생겨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삶과 방식이 정말 내게 좋은 건지 물어보고, 돌아보는 거죠. 예를 들어 문경은 산과 계곡이 많은 지역인데, 막상 살아보니까 ‘나는 산과 맞지 않아’라고 해서 해안 도시로 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 과정을 통해 어쩌면 평생을 살아가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 봐요. 나에게 맞는 것을 찾고,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죠.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 |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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