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자원은 이미 동네에 있다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직업 체험 위주의 단발적 진로교육에서 벗어나 청소년이 직접 자신의 지역 안에서 창의적인 일을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운영되었으며, 희망제작소는 협력기관으로 지역 청소년의 변화와 성장을 지원했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지요. 청소년의 진로 고민에도 해당하는 말입니다. 원하는 분야의 체험 활동이든 직업이나 전공 탐색이든, 일단 서울로 가야 제대로 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와 불안이 있습니다.

사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을 오가는 게 예전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굳이 직접 가지 않아도 됩니다. 학교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가 스마트폰 안에 있으니까요. 교통과 디지털 기술이 이렇게 발전한 세상에서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의 진로자원은 꼭 필요한 걸까요?

내일상상프로젝트를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지역의 자원을 청소년의 진로 관심사와 적정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역자원 연계는 내일상상의 핵심 방법론이자, 3년간 지역에서 일군 가장 중요한 변화입니다.

🟧 내일상상프로젝트가 말하는 진로자원이란?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진로자원은 지역의 사람책(인물자원)과 공간·문화자원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일회성의 진로체험처보다👉 각양각색의 정체성을 가진 일과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남원과 진주에서의 3년은 지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진로자원을 만나고, 서로 잇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 2019년에는 75개, 2020년 59개, 2021년 111개로 총 245개의 자원을 발굴했으며, 이들은 각각 청소년의 관심사에 따라 팀 프로젝트와 직접 연결되었습니다.

2019년 전체 9개 프로젝트 중 5개(56%)가, 2020년에는 14개 중 12개(86%)가 활동 과정에서 하나 이상의 진로자원과 결합했습니다. 공간 제공이나 견학부터 진로 상담, 탐방, 진로 사람책이나 인터뷰, 워크숍 퍼실리테이터, 프로젝트 멘토까지. 제공 가능한 활동 분야나 당사자의 적극성에 따라 연계는 방식은 무척 다양합니다.

🟧 온라인 진로자원플랫폼 ‘내일찾기’

내일찾기 살펴보기: tomorrow.makehope.org

<내일찾기>는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한 진로자원을 한데 모은 온라인 진로자원플랫폼입니다. 거주하는 생활반경 안에서 어떤 일과 삶, 어떤 사람과 공간이 있는지 둘러볼 수 있죠. 일반적인 체험 활동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독특한 자원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3개 지역(남원 지리산, 남원 시내, 진주)의 자원 분포를 권역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자원의 활동 별, 특성 별 필터링 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3개 지역에 한정돼있지만, 내일상상프로젝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더 넓은 지역의 더 많은 자원이 추가될 수도 있겠죠.

 

지도나 하단 썸네일 그리드에서 관심 있는 자원을 클릭하면 자원 상세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상세페이지에서는 자원의 일과 삶에 대한 짤막한 인터뷰와 더불어 제공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책이나, 프로젝트 활동을 함께 하고 싶은 자원을 발견한다면, 하단 ‘문의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됩니다. 👉 학교나 학급 단위로 지정되는 진로체험 활동과 달리 이 진로자원은 관심 있는 개인이나 그룹 누구나 신청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궁금해서 하는 문의도 좋습니다. 각 지역의 파트너들이 적절한 방식의 활동으로 연결해 줄 테니까요.

🟧 진로자원 생태계가 꿈꾸는 내-일

첫머리에 했던 질문과 연결해보면, 교통이 편리해지고 정보가 넘친다 해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진로자원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입니다.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하는 것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활동이어야 하니까요.

전공 선택을 위한 상담이나, 직업 체험과 훈련을 해주는 것이 반드시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진로자원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으로만 충분하지 않은 경험의 범주도 ‘진로’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들은 아주 의미 있는 진로 경험을 나누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  직업 너머의 일, 흥미, 관계, 다양한 선택지, 삶의 힌트 같은 것들을 말이죠.

느슨하고 자발적인 네트워크가 오래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청소년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나는 내 일을 하고 내 삶을 살았을 뿐인데, 청소년과 만나며 지역에서 내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다”라는 사람책 참여자의 소감처럼요. 이런 작은 활동들이 하나둘 쌓여, 하나의 마을교육 생태계로 이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글: 이시원 연구원·lsw@makehope.org
– 사진/자료: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