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금, 시민이 원하는 답례품은?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거주합니다. 일자리가 부족해서, 사는 데 필요한 시설이 부족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떠난 고향의 곳간을 다시 채우고, 비어있는 고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지방소멸을 막을 대안으로 기대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전달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까지 앞으로 열 달. 우리 지역은 어떤 답례품을 드릴 수 있을까, 기부금으로 어떻게 지역을 살기 좋게 만들까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행되는 제도라 전례도 참고사항도 없는 상황. 준비를 하는 데에 난항을 겪기도 할텐데요. 이런 때일수록 시민들이 어떤 고향사랑기부제를 원하는지 알 수 있다면 참 좋겠죠? 사람들은 어떤 답례품을 기대할까요? 또 자신이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기를 바라고 있을까요?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수시로 변경되는 요즘, 이거 하나만 보고 가세요!
핫한 고향사랑기부제 썰을 풀어드립니다.

🧐 시민들은 어떤 답례품을 원할까?

일본의 ‘고향납세’를 설명한 일본 거주자의 유튜브를 보면 고향납세 대행 사이트 ‘사토후루(さとふる)’에 올라온 전자제품을 보고 ‘(고향납세로 사기에는 돈이)아깝다’고 말합니다.1

총무성이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고향세 기부자들이 선호하는 답례품(중복응답) 역시 지역산 농특산품(77.1%), 명품 쌀(59.3%), 축산물(49.9%), 전통공예품(39.2%), 수산물(36.3%), 농촌체험·지역축제(1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2

일본에서는 답례품으로 평소 값이 비싸 선뜻 사지 못했던 고급 먹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고향납세’ 답례품을 찍은 일본 거주자의 유튜브를 보면 스키야키용 와규, 말고기 육회, 어묵 세트와 같이 흔히 보거나 먹기는 어려운 지역 특산품이 자주 눈에 띄곤 합니다.34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받고 싶어하는 답례품은 쌀을 제외한 지역 농산물(33.8%), 지역 공공시설 이용권(17.5%), 지역 축산품(10.5%), 지역 쌀(9.8%), 지역 수산물(6.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 공공시설 이용권이 상위권에 있다는 점이 일본과 다르게 눈에 띕니다.5

답례품을 주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도의 본질에 위배되기 때문에’, ‘굳이 답례품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기부금의 일부 유출을 반대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인데요.6 실제로 2017년 일본 후지노미야 시가 답례품에 우리나라의 풍기 인삼을 포함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답례품을 지역의 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답례품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에 맞게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제공하는 것이 좋겠죠?

🧐 기부금을 어디에 써야 좋을까?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11조에서는 고향사랑기금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기금의 설치를 통해 고향사랑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기 위해서인데요.

가미시호로 시는 일본에서 최초로 기금을 설치한 도시입니다. 고향납세 기부금을 재원으로 ‘고향납세 육아 저출산 대책 꿈 기금’을 만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기부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오더라도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7

법제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부금의 투명한 운용을 위해 지자체 조례를 제정하고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관리감독토록 할 예정입니다. 또한 기부금의 모금과 홍보, 통계 등에 관한 ‘원스톱 서비스’ 종합정보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고향사랑기금의 사용 용도를 법률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제11조(고향사랑기금의 설치 등) ② 제1항에 따른 기금(이하 “고향사랑기금”이라 한다)은 고향사랑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고, 제3항에 따라 모집ㆍ운용 비용에 충당하는 경우 외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1.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ㆍ보호
2. 지역 주민의 문화ㆍ예술ㆍ보건 등의 증진
3.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4.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

모두 우리 사회에서 꼭 지켜가야 할 분야이지요? 한편 기부하는 시민도 자신이 낸 기부금이 뜻깊은 일에 쓰이길 바라고 있을 텐데요.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어떤 용도로 쓰이길 원하고 있을까요? 잠재적 기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강·의료·복지 분야(26.7%)를 가장 많이 뽑았다고 합니다. 그 뒤로는 지역산업 진흥 분야(12.9%), 환경 분야(12.2%), 아동·육아 분야(11.2%) 순으로 나타났다고 해요.8

일본 후루사토 초이스(ふるさとチョイス)에서는 거버넌스 클라우드 펀딩을 받고 있습니다.9 고향납세로 단순히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펀딩을 할 수도 있는 것이에요. 일본 각지에서는 펀딩을 통해 지역 장인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기술을 보전하고, 환경과 지역이 함께 공존하는 마을을 만들며, 지역 학생들의 학업을 위해 장학금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가 시작되면 이런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겠죠?

🧐 고향사랑기부제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영국 네스 호의 네시를 아시나요? 결국 영상은 조작으로 알려졌지만, 그 효과만큼은 톡톡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네시 관련 경제 효과가 1년에 약 600억 원까지 달했다고 합니다. 네스 호에 오는 관광객은 매 년 50만 명에 이르고요.10

우리나라에는 축제를 열어 ‘대박’이 난 지역이 있어요. 여러분 모두 함평 나비축제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함평은 청정지역이라는 이점을 살려 나비를 이용한 축제를 개발해냈고, 2017년에 입장료만으로 수입 9억 8200만 원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11

고향사랑기부제가 국회를 통과한 지금, 전국 지자체들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강원 양양군은 지난 해 12월 20일, ‘고향사랑 기부제 태스크포스(TF) 추진단’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충남은 지난 해 11월고향기부제 TF와 총괄 전담 조직 구성에 대해 논의했고요.12 전남 장흥군 역시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TF단을 선제적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13

가미시호로 시의 다케나카 정장은 가미시호로를 두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마을에는 잠재력이 있는데 지금까지 잠들어 있었다. 그것을 정책으로 일깨운 것이다.” 이처럼 모든 도시에는 상품화가 가능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잠재력에 숨은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 고향만의 특색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14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설문조사를 보면 답례품으로 지역 공공시설 이용권을 원하는 비율이 적지 않습니다. 지역 공공시설 이용권을 주며 지역에 올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은 어떨까요? 고향에서 직접 머물 기회를 주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세요. 행복한 기억을 쫓아 고향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고향과 시민을 단순히 돈을 받고 답례품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 추억으로 엮인 행복한 관계로 만들어보아요.

– 글: 김유리 미디어팀 인턴

1. YappiJaiho in Okinawa 얍삐재호, 안 하면 무조건 손해! 세금을 기부하면 특산품을 보내주는 고향 납세 제도를 알아보자!, 2019, 3:56
2. 김다정, [일본 고향세] 기부액 7조원 육박 ‘성공 정착’…농촌 지자체 회생 ‘균형 발전’, 농민신문, 2021
3. mamakosa 마마코사, 도쿄일상🎈고향납세로 생소한 말고기 육회 요리 해먹고 편의점,드럭스토어,마트 장보기🍮 신상 푸딩, 컵라면, 간식 먹방🍜일본 브이로그, 2021, 9:58
4. 슈리 SooVlog, [EN]도쿄IT직장인 | 건강검진받고 출근하는 일상, 재택근무, 후루사토 납세 답례품 언박싱, 2021, 13:46
5. 홍근석・염명배・신두섭, 기부자 인식조사에 기반한 고향사랑기부제도의 성공적 도입방안 연구, 지방행정연구, 2019, p25
6. 위 논문, p24
7. 구로이 가쓰유키, 시골의 진화, 더가능연구소, 2021, 윤정구・조희정 옮김, p89
8. 홍근석・염명배・신두섭, 기부자 인식조사에 기반한 고향사랑기부제도의 성공적 도입방안 연구, 지방행정연구, 2019, p23
9. 후루사토 초이스(ふるさとチョイス), JTB 여행 프로가 추천하는 동경하는 여관・호텔 특집(JTBの旅のプロがおすすめ 憧れの宿・ホテル特集)
10. healthman, 네스호의 네시 경제 효과는 연간 600 억원, 기가진, 2018
11. 이경재, [함평브리핑] 함평나비대축제 31만명 방문…‘티켓파워 입증’, 시사저널, 2019
12. 류영욱, 고향에 100만원 기부하면 55% 돌려받는다, 매일경제, 2021
13. 이영규, 장흥군 ‘고향사랑 기부제’ 추진 위해 TF단 선제적 구성·운영, 전남일보, 2021
14. 구로이 가쓰유키, 시골의 진화, 더가능연구소, 2021, 윤정구・조희정 옮김, p77

참고자료
일본 고향납세 답례품 포털사이트, 사토후루(さとふ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