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혁신과 관계인구로 이끄는 고향사랑기부금제도

고향사랑기부금제도의 시행에 앞서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남도 등 각 지방정부에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활성화 방안 연구를 추진하는 등 준비가 계속되고 있다. 경상남도에서는 지난 24일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에 대한 지역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제1차 경남 사회혁신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희망제작소 임주환 소장의 발제 내용을 정리했다.

🟧 지역 활력 재고를 위한 고향사랑기부제도

기부금품법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기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고향사랑기부금제도로 지방자치단체가 기부의 대상이 되면서 이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행정의 혁신을 요구한다. 따라서 제도의 근원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제도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활력을 재고하고 쇠퇴를 막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고향사랑기부제를 보충적 요소로 적절하게 활용할 때 지역 쇄신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고향사랑기부제 자체가 지역을 소생시켜주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지역 활력을 재고하기 위한 사업과 제도를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관계인구에서 지역소멸 문제 해법을 찾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고, 89곳의 시군구가 인구소멸위험 지역으로 지정된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일본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관계인구’ 개념을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로컬 저널리스트인 다나카 데루미는 관계인구를 ‘실제로 지역에 살지 않아도 지역에 다양하게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즉 지역에 살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 특산품을 구매하는 사람, 지역과 관계를 맺고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 지역을 응원하는 마음을 품은 사람 등 무관심층과 정주 인구 사이에 다양한 관계인구 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발전 전략을 이야기할 때,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외부 유입에 한계가 있으니 내생적, 내발적 발전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이제 다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관계인구에 주목하는 정책전문가들은 지역 외 인재와의 관계망을 활성화하고, 지역에 공헌하는 인재들이 지역과 맺는 관계를 심화·지속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고향사랑 기부금,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고장을 만드는 고향사랑 기부금, 찾아가면 힐링이 되고 은퇴 후에 정주하고 싶은 고장을 만드는 고향사랑 기부금… 이를 통해 지역을 아끼고 공감하는 관계인구가 늘어날 때 지방소멸이라는 난제를 풀 실마리가 발견될 것이다.

🟧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고향사랑기부금제도의 시행에 앞서 대체로 전담조직을 만들고 고향사랑기부금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단계이다.
▲ 강원도는 고향사랑기부금 TF팀(가칭) 신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3월 조직개편을 통해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강원사랑기부제도 운영 추진계획’을 수립, 세수 확장 전략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8월까지 완료 예정이다. ▲ 충청남도는 관련 부서 합동으로 ‘고향사랑 준비단’과 농어민단체·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충남 고향사랑 추진단’ 구성해 제도 홍보와 답례품 개발, 기부제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 전라남도도 전담부서 ‘고향사랑추진단’을 신설하고 ‘고향사랑기부금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남사랑도민증’과 연계해 지역발전 상승효과를 꾀한다. ▲ 경상북도도 ‘경북사랑 기부금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 착수해 내달 완료 예정이며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대응단’을 구성해 대응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준비 형태 중 관련 부서 합동 대응에는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 여러 부처의 협력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다양한 부처의 협력이 요구되는 고향사랑기부금제도를 활용한 지방소멸 대응 활동 중 일자리 사업은 어떤 부서에서 하고 기부금은 어떤 부서에서 할 경우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전남사랑도민증을 발급한 전라남도의 사례와 경상남도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한 ‘고향사랑 경북사랑 나눔운동’ 사례도 인상적이다. 실제로 기부로 많이 활성화되지는 못했지만, 관계인구를 이용한 지역의 활성화 관련 정책적 대안을 찾아봤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러한 경험과 시도를 바탕으로 더욱 나은 모습으로의 확산이 기대된다.

🟧 모금, 홍보는 관계 중심으로

모금·홍보 대상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법 제4조)으로 출향민뿐 아니라 지역에 관심을 가진 관계인구도 포함된다. 따라서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지역에 대해 애정을 가진 청년층 발굴, 부모님의 연고지, 개인 문화적 요소를 가진 지역 등 수도권뿐 아니라 다른 시도에 나가 계신 분들, 지역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 대한 통계도 필요하다.

고향사랑기부금제도는 행정에도 낯설지만, 시민에게도 낯선 제도인 만큼 왜 지역에 기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즉, 기부의 이유를 만들기 위한 매력적인 지역 홍보와 기금 사용처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기부의 이유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가족, 지인의 요청인 만큼 홍보 대상에 대한 다른 접근도 고려해볼 수 있다. 지역 주민에게 충분히 홍보하고 타지역 거주 지인에게 전파하는 방식이다. 즉, 고향사랑기부금제도의 원활한 확산을 위해 지역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관계인구에 집중한다면 서울, 수도권에 홍보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이 제도를 잘 알려 확산시키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법 허용 범위 내에서 광고매체 활용 홍보 최대한 허용, 크라우드펀딩 가능, 옥외광고 행안부부터 적극 활용, 지역축제장 광고물 설치 홍보 가능” (행안부 지역혁신정책관의 2021. 11. 23. 민관합동토론회 발언)

행안부 지역혁신정책관의 민관합동토론회 발언을 보면, 포털사이트에서의 광고,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형태로 모금 홍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태의 홍보든 스토리텔링과 고향사랑기부금 사용처 설정에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용 목적에 따라 기부 요청 대상과 모금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역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적절한 사업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 지역에 기반한 답례품 설계

지역을 혁신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경우 답례품의 구성도 지역의 혁신과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리 지역에 어떤 자원이 있는가에 대해서 밀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 답례품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매력적인 답례품이 구성될 수 있도록 ‘답례품 지도(목록)’ 작성이 필요하다. 이는 광역자치단체의 리더십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답례품에는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는데, 일본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기부가 이루어진 사례를 보면,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DVD 마지막 크레딧에 후원자 명칭을 넣는 프로젝트에 일본 젊은 층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문화상품을 활용한 기부 활성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토치기현과 후쿠시마현은 야쿠르트 배달원의 노인 안부 확인 서비스를 답례품으로 제공했다. 야쿠르트 배달원이 정기적으로 대면 확인 뒤 제품 전달하고, 고령자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해 서비스 신청 자녀 등에 현황보고 메일을 전송한 것이다.

이외에도 농가 민박, 1일 역장, 1일 기관사 등 현장 및 직업 체험형 서비스도 답례품으로 등장했다. 물품 제공 형태의 답례품이 아닌, 지역 내 장학금 등 명백한 용처를 내세운 모델도 속속 등장했는데, 하코다테시는 인근 아오모리현의 원전건설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고향납세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답례품에 대한 규정을 엄격하게 만들고 설계하려고 하다 보면 WTO 원산지 규정처럼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난도가 높고 아주 소수의 전문가만 판별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행안부나 광역기초단체들이 이와 관련한 지혜를 시민한테서 듣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지역의 특산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제도를 보고 적용 여부를 고민하기보다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민과 함께 나누는 방식을 제안한다.

🟧 고향사랑기부금제도, 모금보다 행정 혁신의 기회로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답례품 구성 및 지역사회 활성화 사례를 보면 사회적경제 주체의 육성, 행정과의 유기적 결합 등 관련 공무원이 얼마나 혁신적이었는가, 행정이 얼마나 혁신하는가가 성공의 조건이다.

제도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이 가지는 관심이 기부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에 있다. 그렇게 접근하다가는 기부도 못 받고 지역의 쇄신에도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판을 넓게 보고 제도 전체를 유기적으로 이해해야 기부금 확보도 활성화되고, 지역의 혁신에 마중물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 재정에 지역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앙정부 지방소멸 대응정책과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의 유기적 연계가 중요하다.

지역의 다양한 주체와의 연대에 기반한 지역자원 조사, 광역과 기초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답례품 지도 작성, 소셜벤처, 소셜디자이너 마인드를 가진 공공혁신가 육성 등을 통해 내년에 시행될 고향사랑기부제도가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가져올 수 있는 제도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 유튜브 갱남피셜, 경상남도 사회혁신 연속토론회 희망제작소 임주환 소장 발제 영상

– 정리: 미디어팀
– 사진: 박지호 기획팀장

참고자료
오마이뉴스, 고향사랑기부금, 기부의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경남일보, 경남도, 2022 제1차 경남사회혁신 연속토론회 개최
한겨레, 내년 시행 ‘고향사랑기부금제’ 성공의 필수 조건은?
경향신문, “출향민에게 기부금 받아 일자리 마련”···경북도, ‘고향사랑 나눔운동’ 전개
아주경제, “전남사랑도민증 그것이 뭣이여”…전남 관광지 이용료 할인혜택
강원도민일보, 강원도 ‘고향사랑 기부금’ 시행 1년 앞두고 전략수립 착수
한겨레, “고향사랑기부금제 어떻게 하지” 설레며 고민중인 지자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