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은행 ATM 기기 수수료를 사전에 공지한다면?”

“지하철 손잡이의 높낮이가 다르다면?”


지금은 당연한 일이지만 과거만 해도 우리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2007년 이전만 해도 ATM 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나서야 수수료가 얼마인지 알 수 있었고, 지하철 손잡이는 나의 키와 상관없이 높낮이가 일정했습니다. 그렇다면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희망제작소는 2006년 한 시민의 ‘현금 인출 전에 수수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아이디어를 이어받아 ‘ATM 수수료 사전 공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금융감독원의 TF 구성 및 시행 계획 발표에 이어 2008년부터는 은행의 사전 수수료 공지 시행이라는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시민의 작은 아이디어가 사회를 변화시킨 셈입니다.

2010년, 수원시민창안대회


소셜디자이너, 시민의 아이디어가 사회의 변화를

한 시민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한 상황이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은행 ATM 기기 수수료 사전 공지를 하자’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면서 누구나 편리함을 경험하는 공익적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 손잡이의 높낮이를 다르게 변경한 사례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이뤄졌습니다.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 누구나 지하철 손잡이를 편하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작지만 큰 변화. 희망제작소는 변화를 이끈 시민을 ‘소셜디자이너’라고 호명했습니다.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일종의 ‘사회를 디자인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실제 국어사전에서는 ‘인권 보호와 사회 개혁에 앞장서서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요.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생활 속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작은 아이디어로 정책의 변화를 이끄는 사람, 나홀로 불만을 끌어안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의제를 공론화하면서 대안을 찾는 사람 누구나 ‘소셜디자이너’입니다.

2009년, 소셜디자이너스쿨(SDS)


소셜디자이너의 또 다른 얼굴, ‘사회창안’, ‘시민창안’, ‘사회혁신’

희망제작소는 ‘소셜디자이너’의 탄생 이후로 ‘사회혁신’, ‘사회창안’, ‘시민창안’, ‘온갖문제연구’, ‘불만합창단’ 등 명칭은 달라도 ‘소셜디자이너’에 뿌리를 둔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시민참여의 기치를 이어온 것인데요.

시민이 직접 사회 문제를 분석해 해결방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형 사회창안 프로그램인 ‘소셜디자이너스쿨(SDS)’를 운영했고요. 수원과 부천에서 개최한 ‘시민창안대회’에서는 아이디어 제안자가 직접 2개월 간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을 나눴습니다. 시민창안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는 대형유통업체가 지역 재래시장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 아파트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낙엽 및 김장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방법,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해 지역 뉴스와 소식을 다국어로 녹음해 배포하는 활동이 포함됐습니다.

좀 더 살펴볼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은 사소해보이지만, 그 불편함을 나눌 때 시야가 트이는 경험을 합니다. 영국의 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모여 ‘불만을 노래하는 모습’에서 착안한 ‘불만합창단’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변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이어 희망제작소는 ‘연구자’라는 호칭을 전문가에게만 맡기지 않았습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시민 누구나 ‘시민 연구자’로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온갖문제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시민 연구자는 택배를 이용하는 2030세대 1인가구를 위한 분리배출을, 여성 가출청소년 성매매, 성착취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연구물을 내놓았습니다.

2009년, 사회창안대회


물러설 곳 없는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소셜디자이너’ 나선다.

희망제작소의 핵심 주체였던 ‘소셜디자이너’는 지금까지 생활 혁명을 꿈꿔왔지만, 이제 우리 눈앞에 펼쳐진 또 다른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여러 사회적 위기 중 기후위기가 전 세계가 당면한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생물 다양성 감소, 극심한 기후 변화는 물론 인권 문제, 불평등의 양극화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난제입니다.

각 국가마다 탄소중립 정책을 내놓고, 신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대전환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속도에 비해 매우 더딘 상황입니다. 그만큼 기후위기는 시대적 담론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문제라는 점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후위기를 뒷전으로 미뤄둬도 될까요. 희망제작소는 다시금 ‘시민의 힘’과 ‘연결의 힘’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환경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이 기후문제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는 가운데 희망제작소는 시민참여형 민간 싱크탱크의 역할을 중심에 두고, 시민의 관점과 아이디어를 모아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국가 중심의 거시 담론에 준하는 대안 모색만큼 현장 중심의 미시 담론에 준하는 해결책 강구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첫 단추로 이른바 ‘기후문제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의 활동을 통해 움직이고자 합니다. 그간 ‘소셜디자이너’가 우리 일상 속 불편함을 발견해 편리함을 얻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면 ‘기후문제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는 일상 속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 지 머리를 맞대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제된 이론과 추상적인 정책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 속으로 깊게 닻을 내리겠습니다.
그리하여 공공정신이 살아있는 정의로운 사회,
창의로운 문화와 예술, 생태주의 관점들이 구현되는
대안사회를 만들기 위해 좋은 지혜를 모아내고 공유하겠습니다.”

희망제작소 창립선언문 中

– 글: 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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