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시 광양의 미래 키워드는 ‘관광’과 ‘복지’

다산 정약용 선생은 백성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목민관이 가장 어렵고 무거운 직책이라고 했습니다. 시민의 일상을 살피고 지원하는 지방정부 단체장은 우리시대 목민관입니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지역불균형 문제가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오늘, 시민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며 지역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고 출범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어려운 시대를 지혜롭게 돌파하는 우리시대 목민관들을 만나 고민과 해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시대 목민관 – 정인화 전남 광양시장

올해 3월 기준 지역소멸위험지역은 113곳으로 228개 시·군·구의 절반 (49.6%)에 달하는데, 전남은 22개 시·군 중 무안군, 목포시, 순천시, 광양시를 제외한 18곳(81.8%)이 해당됩니다. 소멸위험지역에서 제외된 광양시는 총인구 15만 1825명 가운데 만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만 1730명으로 14.3%에 불과하고 평균연령이 42.6세(전남 평균 47,8세, 전국평균44세, 2022년 7월 기준)로 전국평균보다 낮은 청년도시입니다. 전남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광양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위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윤석인 부이사장이 정인화 광양시장을 만났습니다.

▲ 정인화 전남 광양시장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높은데, 광양시 인구는 2010년 말 기준 14만 6679명에서 2022년 7월 기준 15만 1825명으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전남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광양시는 2011년 15만 명을 돌파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더 이상 인구가 늘지는 않고 정체된 상황입니다. 인구가 곧 도시 경쟁력이기 때문에 일정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광양에 직장을 두고 인근에서 출·퇴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광양으로 들어오실 수 있도록 주거, 교육, 보육, 복지, 문화, 보건, 레저 등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광양시민 인구정책 원탁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정책을 발굴하기도 했습니다. 소득 증대와 일자리 제공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은 물론 인구증가의 근본적인 방안으로 보고, 미래 먹거리 산업인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광양시 인구가 줄지 않는 것은 산업기반 시설 때문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광양시는 백운산이 전체를 감싸는 곳이어서 양질의 토지가 없고 척박한 곳이었는데 바다에 접해 있다 보니 광양항과 광양제철소가 생기면서 공업도시가 되었습니다. 광양제철소는 단일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고, 광양항은 세계 11위 항만입니다. 이러한 산업시설 덕분에 일자리가 유지되고 전남에서 가장 젊은 도시인데요. 근로자 소득수준이 높고, 재정자립도도 전남에서 2위로 도시 경쟁력이 있습니다.

다만, 산업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광양제철소와 광양항을 2대 축으로 가되,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침, 광양 포스코가 이차전지와 수소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어서 고무적입니다. 이차전지 분야는 포스코가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폐배터리 재생까지 포함하는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할 필요가 있고요. 수소경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탈탄소 사회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광양만권에 위치한 부생수소 생산단지와 화력발전 전력을 잘 활용하면 구체화할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포스코와 광양항 활성화를 통해 재원을 늘리고, 그 재원으로 태아기부터 노년까지 생애주기별 복지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 전체 구상입니다. 취임사에서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고 관광을 활성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신산업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탈탄소 사회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고, 관광은 시민들이 목말라 하는 것입니다. 순천만 정원박람회나 여수 엑스포처럼 광양 관광산업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고민입니다. 관광도 굴뚝없는 공장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높이는 일입니다.

지역 자원개발도 필요하고, 인근 여수와 순천 관광자원과 잘 연계하는 전략도 필요해 보이는데 관광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는지요?

관광은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것이 있습니다. 영화 <한산>을 보면 배우 안성기 씨가 연기하는 ‘어영담’이 바닷물이 들고 나는 것을 잘 아는 물길 천재로 나옵니다. 그 어영담이 광양 현감입니다. 광양은 노량해전의 입구이기도 해서 이순신 장군과 밀접하게 관련된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초거대 이순신 동상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동상 안에 음악당, 전시관, 호텔 등이 들어가는 것인데, 포스코가 양질의 철을 생산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광양의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구상이고요.

또한 관광이라는 것이 한 요소가 아니라 숙박, 먹거리, 놀거리 등 여러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봅니다. 전임시장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모토로 보육재단을 만들고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해 왔는데, 어린이 테마파크 조성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이순신 장군 랜드마크와 케이블카나 모노레일로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관광은 최고·최대·최다의 ‘3최 원칙’ 콘셉트으로 개발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섬진강변에 있는 광양매화마을

광양은 백운산 자락이라 좋은 계곡이 많고, 섬진강도 좋은 자원인 듯 합니다.

광양에는 4대 계곡이 있는데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4대 계곡을 관통하는 길을 구상했다가 길이 너무 험준해서 그 계획은 접었고, 자연환경을 활용한 휴양림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백운산이 한라산 다음으로 수목의 다양성이 우수하다고 해서 그 자원을 잘 보존하면서 체험할 수 있는 둘레길을 만들려고 하고요.

섬진강도 좋은 자원입니다. 광양쪽 강 주변은 좁아서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지 않아 잘 보전되어 있고 경치가 빼어납니다. 하류쪽에 진월이라는 넓은 뜰이 있는데 영화촬영소를 협의 중에 있고요. 섬진강은 오래전부터 왜구들의 노략질이 잦았는데, 왜구를 피해 달아나는 처자를 두꺼비가 나타나 구해줬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두꺼비 ‘섬’자를 써서 섬진강이라고도 합니다. 그 이야기를 모티브로 광양과 하동을 잇는 두꺼비 다리를 만들어보자고 하동군에 제안했습니다. 두꺼비 인도교가 만들어지면 매화축제 시즌에 하동과 광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겁니다.

역사적인 인물이 많아서 역사길을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어사 박문수가 ‘조선지 전라, 전라지 광양’이라며, 광양을 예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어 ‘어사 박문수길’을 계획하고 있고요. 이경모라는 전설적인 사진작가의 기념관도 만들려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관광자원들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광양’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필요하고요. 대형 이순신 장군 동상 프로젝트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흉물일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업 타당성을 따져서 공적 예산이 아니라 민자를 유치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 인터뷰 모습

관광산업이 살아나려면 적정한 인구 규모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광양은 청년층 역외유출이 가장 적은 곳이라 그나마 안심입니다만,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큰 걱정입니다. 이대로 가면 20~30년 후면 농촌 마을은 대부분 소멸될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가지 않는데, 이건 국가적 재앙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 키우기 좋고, 중고등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고, 청년 일자리 걱정없는 생애주기별 복지 플랫폼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이제 우리 정부도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맡아서 기르겠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인터뷰 및 정리 :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이사장, 자치분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