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다산 정약용 선생은 백성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목민관이 가장 어렵고 무거운 직책이라고 했습니다. 시민의 일상을 살피고 지원하는 지방정부 단체장은 우리시대 목민관입니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지역불균형 문제가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오늘, 시민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며 지역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고 출범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어려운 시대를 지혜롭게 돌파하는 우리시대 목민관들을 만나 고민과 해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시대 목민관 – 노관규 전남 순천시장

올해 3월 기준 지역소멸 위험지역은 113곳으로 228개 시·군·구의 절반 (49.6%)에 달하는데, 전남은 22개 시·군 중 무안군, 목포시, 순천시, 광양시를 제외한 18곳(81.8%)이 해당됩니다. 순천시는 1995년 승주군과 통합한 이래 꾸준히 인구가 늘다가 2020년 28만 4,238명을 정점으로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직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문제를 비껴가지 못한 것입니다.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 노관규 순천시장을 만나, 순천시의 지방소멸시대 대응전략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 노관규 전남 순천시장

총인구 감소시대로 접어들면서 순천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듯합니다.

“전남에서는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지만 대한민국과 같은 추세로 2020년부터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를 맞으며 인구감소가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올 9월까지 총 2,214명이 감소하였는데, 자연감소 1,574명, 지역외 유출이 1,640명입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9세 미만 학령인구는 13.7% 감소, 청년층은 6.4%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은 20% 증가해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 어떤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지요?

“민선 4기 순천시장을 역임하며, 대도시를 흉내 낸 개발사업을 지양하고, 순천을 작지만 강한 도시, 누구라도 와서 살고 싶은 생태 도시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민선8기 다시 순천시장으로 돌아와, 생태수도를 완성하고 ‘일류 순천’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지방소멸을 넘어 기회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두 가지 전략을 세웠습니다.

하나는 전남 동부권에 속한 여수, 광양을 중심으로 구례, 고흥, 보성까지 아우르고 협력하는 통합 메가시티 전략입니다. 각 지역이 고유성을 유지하되, 난제는 함께 협력해서 풀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새롭게 도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입니다. 저는 메타버스에 주목했습니다. 좋은 정주 여건을 갖춘 순천시에 거주하면서 직장근무는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는 미래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지금은 제주도가 인기가 좋지만, 섬이라는 제약조건 때문에 앞으로는 남해안권 도시가 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전남 동부권 메가시티 전략에 대해 좀더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지역쇠퇴를 막으려면 장기적으로는 주거, 보육, 교육, 의료돌봄, 일자리, 문화관광, 교통, 생활환경 등에서 살기 좋은 정주 여건을 만들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남해안 관광밸트 사업에 13조 원 정도 쏟아부었는데, 부산에서 목포까지 섬들을 연결하는 도로건설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남해안 관광밸트가 조성되면 부산권역이 제2 수도권 기능을 하면서 주변 도시의 자원과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순천이 스타필드 유치 등을 통해 전남 동부권에 중간 중심축을 형성해 인구와 자원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장래가 보여야 자연스럽게 청년과 사람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 순천만 국가정원 전경

10년 전 민선 4기 때 ‘대한민국 생태수도’선언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국가정원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도 하셨는데요. 민선 8기 비전이 궁금합니다.

“생태수도 이후에 순천을 이끌어갈 미래 비전으로 창조, 창의 등 여러 가지를 고민했는데, ‘일류’를 붙였습니다. 이제 남의 것을 베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우리만의 독창적이고 고유한 것으로 창조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순천에서 전국 75개 시의 선도도시 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소득 4만불 시대가 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교육, 도로, 주거, 문화 등 각 분야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연구해서 표준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지요. 이것이 일류 순천 비전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품격있는 시민’, ‘신뢰받는 행정’, ‘창조하는 도시’라는 3개 시정방침 아래 40개 세부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이 넘었습니다. 지방자치제도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는 있습니다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아주신다면.

“우리 시의 모델이기도 한 프라이부르크가 독일의 환경수도라는 명성을 얻은 것은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도시 문제를 고민하고 밑그림을 그려가며 일관된 정책을 추진한 덕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예산기준으로 우리나라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에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곳이 170곳으로 재정이 열악합니다. 그래서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데, 국조보조금은 사용처가 정해져 있고 지방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칭 부담하기 때문에 자율성이 제한됩니다.

이제 우리도 지방정부가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도시를 창조해 나갈 수 있도록 지방재정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고보조금의 경우 기초 보다 광역 지방정부에 2배 이상 많이 배분되고 있는데, 이 비율을 반드시 조정해야 합니다.”

* 인터뷰 및 정리 :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자치분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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