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한 당근마켓, 동네를 접수하다!

지난 4월 “요즘 것들의 공동체” 글에서 기존의 공동체와는 다른 형태의 관계망을 이야기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모이고,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익명의 관계. 이들을 “공동체”라 부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소위 ‘요즘 것들’이 사람을 만나는 방식,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플랫폼을 통한 느슨한 관계가 가지는 한계가 분명했기에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화되었습니다. ‘공동체’라 부를 만한 활동이 ‘당근마켓’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바로 SBS 합창경연 프로그램 <싱포골드>에 참가한 팀이 당근마켓 커뮤니티 서비스로 만나 활동을 시작하고 방송출연까지 하게 된 것이지요. 새로운 공동체, 특히 ‘청년 세대의 느슨한 관계는 당근에 있다’는 항간에 떠도는 말이 진실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당근마켓을 중고거래 앱으로만 알고 있었나요? 또 당근에서 중고거래가 활발하다보니 이용자들끼리 생활정보를 나누고 자생적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 의도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당근마켓 홍보 담당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당근마켓의 앱 카테고리는 ‘쇼핑’이 아니라 ‘소셜’이다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지역밀착형) 커뮤니티 서비스’를 표방합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1에서 “무너진 지역 커뮤니티를 인공지능(AI)과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재건하는 게 당근마켓의 지향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술을 활용해 지역(동네) 기반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겠다는 얘긴데, 이게 통했습니다.

가파른 성장세의 동력은 커뮤니티 서비스 ‘동네생활’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판교테크노밸리 IT 종사자들끼리 중고제품을 거래하는 ‘판교장터’에서 출발했습니다. 중고거래 사기가 주로 비대면 택배거래에서 발생하는 점에 착안해, GPS를 활용해 6km 내에 거주하는 이웃 간 직거래에 중점을 두어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같은 해 10월 중고거래를 넘어선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내세우며 ‘당신 근처’의 줄임말인 ‘당근’마켓으로 명칭을 변경한 당근마켓은 판교 인근 용인시 수지구 등지로 차츰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다 월간 순이용자 수(MAU)가 100만 명을 넘어선 2018년 1월부터 전국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단 2년 만인 2020년 월간 순이용자 수가 1천만 명을 넘어서자, 가파른 성장세의 동력이 된 커뮤니티 서비스 ‘동네생활’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동네 주민과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내근처’ 서비스를 출시합니다. 앱 카테고리를 ‘쇼핑’에서 ‘소셜’로 바꾼 것도 이 무렵입니다. 2021년에는 동네 주민 간 오프라인 만남을 촉진하는 ‘같이해요’와 ‘같이사요’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는 동네 숨은 고수들이 주최하는 오프라인 모임 연결 서비스 ‘남의집’을 선보였습니다. 2022년 9월 기준 당근마켓 누적가입자 수는 3,200만 명, 월간 순이용자 수는 1,800만 명에 달합니다.

당근마켓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동네생활’에선 지역의 사건사고와 맛집·반려동물‧취미‧건강 등의 생활정보, 일상의 사연과 소감이 오고 갑니다. “강아지가 혼자 돌아다니는 데 잃어버리신 분?”, “동네 놀이터에 뱀 나왔어요, 조심하세요” “면접 가야 하는데 정장이 필요합니다”, “독서모임 같이하실 분 찾아요”, “OO소아과 친절해서 아이가 좋아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필요와 질문에 빠르고 성실한 응답이 달리던 게시판은, 공동체의 재난에 맞서 한층 업그레이드됩니다. 팬데믹 기간 동네생활 이용자들은 비대면 진료신청에 실패한 코로나 자가격리자에게 필요한 약을 구해주거나, 배달이 안 되는 외진 지역에서 홀로 격리 중인 이웃에 간식을 전달했습니다. 폭우가 쏟아질 땐 실시간으로 날씨를 공유하고 피해예상 지역을 지목하며 공동대응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기초자치단체들이 ‘동네생활’을 통해 주민참여를 독려하고, 지역 파출소와 소방서는 해당 지역에 맞춤한 생활안전 캠페인을 벌입니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이 ‘거래’보다 ‘커뮤니티’에 진심인 건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의 월평균 체류시간은 2시간 2분으로 일반 쇼핑앱에 비해 0.5~5배 오래 머뭅니다. 실행횟수는 월평균 64회로 하루 평균 2회가량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021 <앱애니> 기준). 당근마켓은 <와이즈앱>이 2021년 실시한 ‘한국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조사에서 카카오톡, 네이버, 트위터, 유튜버 등 ‘소셜한’ 앱들에 이어 5위를 차지했고, 관록의 온라인 커뮤니티 앱인 네이버카페(6위)와 네이버밴드(10위)를 제쳤습니다.

밥 먹고 같이 놀 동네친구가 필요해

온라인 서비스는 ‘익명성’과 ‘탈지역성’, ‘네트워크’가 특징입니다. 그런데 당근마켓은 정반대 전략을 택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반경 4km, 낮은 지역은 5~6km로 서비스 지역을 촘촘히 구획하고, 전통적인 공동체의 특징인 ‘신뢰’와 ‘평판’에 기반한 거래와 소통, 오프라인 모임을 독려한 겁니다. 당근마켓에선 스스로 설정한 ‘부캐’나 ‘프로필’이 아니라 주기별로 갱신‧검증받아야 하는 GPS 정보와 거래·활동 실적, 동네주민들 사이의 평판(칭찬 당근)이 이용자의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당근마켓의 비약적인 성장은 결국 ‘마을공동체’의 필요와 욕구를 보여줍니다. 당근마켓의 ‘같이해요’ 서비스에서 가장 빈번했던 것은 ‘밥/카페(23%)’ 모임이었고, 다음으론 취미(19%)와 운동(17%) 모임, 그리고 독서·공부(10%), 산책(7%), 반려동물(2%) 순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은 ‘같이사요’ 서비스로 이웃끼리 대량구매한 물건을 나누고 배달음식을 나눠먹고 택배비를 공동부담합니다. 당근마켓 내 중고물품 무료나눔은 2018년 380,147건에서 2022년 7,680,798건으로 20배나 뛰었습니다.

당근마켓은 오프라인에 등장하기 어려워하는 불특정 다수를 보다 쉽고 가볍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등장시키는 기능을 한 것은 아닐까요? 1인가구가 급증하고 세대 간 단절이 사회적 문제인 2022년에도, 우리는 여전히 누구도 ‘섬’이 되고 싶지 않으며, 같이 밥 먹고 놀 수 있는 동네친구가 필요하고,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삶의 재미와 의미를 느끼는 공동체적 인간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살기 좋은 도시와 마을, 더 살 맛 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천착해온 희망제작소는 오늘, 당근마켓 커뮤니티가 몰고 온 변화와 가능성을 반가이 지켜봅니다.

* 정리: 이미경 미디어팀 연구위원 | nanazaraza@makehope.org

[각주]
1)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삶을 풍요롭게 할 지역 커뮤니티 재건이 목표”, <이코노미조선>, 2021.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