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랑 마음을 지역 문제해결로 연결하다

기부금 모집은 시작되었다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인 기부금은 모집·운용비용에 충당하는 경우 외에 ①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②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지원, ③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④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지역별 조례를 수립해 ▲ 답례품 및 공급업체의 선정·운영, ▲ 지정 금융기관 위탁 등에 관한 사항, ▲ 고향사랑기금의 관리 및 운용, ▲ 고향사랑기금 운용 심의위원회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모금은 시작했지만 기금 사용처는 아직 어느 지방정부도 수립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일단 고향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지역이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했지만, 내가 한 기부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정부에서는 얼마나 모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답례품 중심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기부금 사용처가 한정된 만큼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어떤 분야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을까?

지역활력에 쓰이는 기금인가?

일본 고향납세는 답례품 제공형과 크라우드펀딩형으로 나뉘고, 기부금의 용도 선택도 가능하다. 기부금의 사용처가 분명한 방식은 크라우드펀딩형이다. 일본 후루사토초이스에는 크라우드펀딩형 페이지가 별도로 있다. 프로젝트로 모인 금액은 모금을 달성하든 실패하든 해당 프로젝트에만 사용해야 한다. 초과달성을 하더라도 다른 사업에 전용할 수 없다. 반대로 지역의 답례품을 고르면서 기부금을 사용할 지역 내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 후루사토초이스 크라우드펀딩형 홈페이지 캡쳐

전통문화 분야
재해로 인해 손상된 지역의 전통가옥, 유적지를 개보수하는 비용으로 활용한다. 야마가타현 사카타시는 안전진단에 위험 판정을 받은 에도시대의 가옥을 보존하기 위해 펀딩을 2년 연속 게시하고 있다. 가옥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알리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부를 독려한다. 기부를 할 경우 야마가타현 또는 사카타시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 지역 내 한정 유통되는 식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기후현 나카쓰가와시도 에도시대 유적 가옥의 보수 비용을 펀딩 방식으로 마련했다. 또한 자원봉사 형태로 유적 관리 및 가이드 활동을 지역주민과 함께 한다. 전통가옥, 유적의 개보수 외에도 지역의 전통공예 산업을 지원하거나 지역 출신 문인 등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아동복지 분야
아동 교육, 의료복지 지원도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기금을 마련한다. 도쿄도 세타가야구에서는 신생아 집중치료가 필요한 아동의 치료와 가족에 대한 지원을 기금으로 활용한다. 치료받는 아이를 간호하느라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간병인을 지원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한다. 또 보호자 간 협력관계를 조성하는 활동 등을 한다. 답례품으로는 세타가야구 내 자활단체, 연계단체가 만든 제품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사가현은 NPO 활동 지원형태로 아이식단응원단(こども宅食応援団) 운동과 연계해 결식아동을 위한 아이 식단 배달 활동을 한다. 참여단체는 음식을 배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정방문 형태로 각 가정의 상황까지 모니터링한다. 기금은 사가현에서 아동빈곤 해소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지원한다. 이밖에도 아이식단응원단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참여단체 모집, 교육, 실사조사 등을 진행한다. 해당 기금은 답례품이 없음에도 기부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 후루사토초이스 동물 카테고리 프로젝트 화면 캡쳐

동물복지 분야
오카야마현 요시비쥬오마치은 NPO법인 사라부리트레이닝 재팬과 협력해 고향납세 제도를 활용한다. 은퇴한 경주말을 재교육해 승마 문화로 연결한다. 경주마의 재교육 비용부터 말 매개 치료를 위한 말 육성, 경주마의 운송 및 치료, 관리비 등에 기금이 쓰인다. 현장 견학, 승마 교육 등으로 지속적으로 기부자와 관계를 맺는다. 답례품으로는 지역 특산물부터 말들의 상태를 보내주는 편지, 기념티, 은퇴한 말의 증명 NFT까지 다양하다. 사가현 가시마시에서는 고양이와 사람의 공생사회를 목표로 길 고양이를 구조해 TNR(중성화) 활동을 기금으로 운영한다. 주인 없는 고양이가 없도록, 고양이도 사람도 행복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자원봉사, 시민이 함께 활동한다. 답례품으로는 사가현의 특산품, 사가현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단체의 굿즈 등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살처분 강아지가 없도록 보호하고, 교육해서 입양으로 연계하는 활동 등을 지역 단체와 지방정부가 기금으로 함께 한다. 지역 특산품과 강아지 용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지역 학생들의 도전과 연구를 응원하거나 특산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지역 스포츠 문화를 응원하는 프로젝트도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운영한다.

해결하고 싶은 지역 문제는 무엇인가?

크라우드펀딩 사례를 통해 지역 문제해결에 의지를 가진 지방정부와 문제해결에 협력하는 시민사회, 시민의 역할을 알 수 있다. 기금을 일회성 소모가 아니라 지속적인 지역 활력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함께 문제해결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줄 시민사회가 필요하다.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한 기부자는 지역 특산물과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자신의 가치관, 삶의 고민과 맞닿아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지방정부 활동에 기부하고, 지역 답례품을 받는 흐름이다.

특산품을 중심으로 기부를 해도 지역을 활성화하는 활동에 도움이 된다. 1년에 한 번쯤은 고향사랑기부제로 특산품을 소비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특산품을 구매하고 막연한 지역 활성화를 지지하는 것과 지역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부를 하면서 답례품을 받는 것 중 장기적인 소비자(기부자)의 인식 변화에는 무엇이 좋을까?

고향사랑기부의 기대효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확충이 지역 주민 복리 증진으로 이어져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는 기부를 통한 답례품 소비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이어질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지역 주민 복리 증진으로 이어질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이 모이고 있는 지금, 우리 지역에 제도적 빈틈은 없는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이고, 어떤 문제해결에 우선순위를 어떻게 둘지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 정리: 안영삼 미디어팀 팀장 | sam@makehope.org

참고자료
고향사랑기금, 어디까지 쓸 수 있나요…고민 쌓이는 지자체들, 연합뉴스, 2023.01.24.
“고향세, 답례품 보다 지역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이로운넷,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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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e음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