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디자이너 오픈 컨퍼런스: ‘전환하는 시민, 변화하는 로컬’ 현장
희망제작소와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는 지난 7월 30일 소셜디자이너 오픈 컨퍼런스 '전환하는 시민, 변화하는 로컬‘ 행사를 열었어요. '기획하는 시민'을 키워드로 고민과 경험을 나눈 현장 후기를 전합니다.
“내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 하신 적 있으신가요? 전국에 폭염경보가 뜬 지난 7월 30일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5층, 50명 정원인 이곳이 꽉꽉 들어찼습니다. 자신의, 사회의 ‘전환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지역과 사회문제를 ‘일’로 삼기로 선택한 소셜디자이너들의 경험을 들으러 모인 자리였습니다. 희망제작소와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소셜디자이너 오픈 컨퍼런스 '전환하는 시민, 변화하는 로컬‘ 행사입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은 이날 솔직하게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인구는 줄고 기온은 오르고 청년 삶은 팍팍하고 교육 소득 불평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문제를 ‘내’가 풀 수 있을까? 안영삼 사회혁신팀장은 소셜디자이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거대한 문제 앞에서 위축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 소셜디자이너입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은 로컬크리에이터와 시민활동가 그 중간쯤에 자리잡은 주체적 설계자, 탐구자, 혁신가입니다.

삶의 전환기에 서서, “내 선택은 아니었는데..”
첫 번째 세션 ‘삶의 전환기, 나의 선택은 ’로컬에서 소셜하게’‘에 첫 발제자로 나선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는 쓰레기로 버려지던 커피 찌꺼기로 지역의 삶, 일을 디자인하는 ‘소셜디자이너’죠. 그는 그 일이 자신의 “선택은 아니었다”다고 합니다.
첫째 아이가 발달지연이 있었습니다. 생계에 보탬이 되고 고립감도 줄일 수 있는 일을 찾다 그런 어머니들을 모은 커뮤니티 ‘위로상점’을 엽니다. 경제성을 가지려면 핵심 아이템이 필요했죠.
“하루는 발달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앉아있는데 커피박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러다 커피로 점토를 만드는 회사 커피큐브를 만났습니다.”
생계로 시작했던 일이 관계가 확장되면서 의미도 넓어졌습니다. 커피큐브와 커피클레이는 기술을 나누며 연대생산으로 각 지역에서 자원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니어들을 고용하고요. 환경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하는 셈이죠.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
“소셜하다보니 로컬이네”
‘소셜하다보니 로컬이네.’ 김가현 스튜디오어중간 대표의 발표 제목입니다. 영월에 자리잡은 스튜디오 어중간은 2030 청년투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매거진 <병:맛>을 발행합니다. 물리적 시간적 한계로 작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예술가들에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시공간을 제공하는 ‘굴’을 운영중입니다.
그는 비플러스라는 임팩트 투자 플랫폼에서 일했답니다. 재무적 수익뿐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임팩트를 고려해 투자하는 회사였습니다. 닭의 삶의 질을 높이는 농장에 투자하고 이자를 계란으로 받아가는 이 상품에 1억 넘는 자금이 모이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착한 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고?” 또 2030 투병문화매거진 <병:맛>을 만들면서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를 고민합니다. 먼 미래 일로 꿈꾸던 로컬 이주 시기를 앞당깁니다.
2022년 4월 영월로 이주하는데요. 시골살이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번듯하게 지어놓고 방치된 마을 공간을 구하려 했는데 조건들이 따라붙었습니다. 매일 점심을 만들어 달라, 마을 어르신을 만나면 나와서 90도로 인사해라...군단위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살려면 사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신혼집을 구하려고 모아둔 돈으로 땅을 사고 셀프 수선합니다.
“2022년으로 돌아가면 영월로 안 갈 거냐? 저는 그래도 떠나겠다고 답할 거 같아요. 4년 동안 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아스팔트길이 복지고, 출퇴근하는 지하철 버스가 누군가에겐 절실한 인프라이고 도시에서 누리던 혜택들, 교육, 교통, 의료, 경제력까지 무엇을 희생해서 만들어진 것들인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 내 삶이 힘들고 팍팍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저는 기득권에 속하지 않았나.”

“나는 기득권이 아니었을까?”
김가현 대표와 달리 배은희 빨간집 대표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기록활동가입니다. 지역의 역사를 담은 향토자료집은 있지만 거기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빠져있었죠. 그는 지금, 여기를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담습니다. 예를 들어 산꼭대기에 있는 안창마을에 처음 버스가 들어온 건 언제일까요? “주민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이야기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기록하려고 합니다.”
기록이 지역에 변화를 가져올까요? 부산 청사포 해녀들의 삶도 기록했는데요, 처음 인터뷰하러 갔을 때 그분들 반응은 이랬답니다. “이 천한 일을 왜 기록하려고 해?” 인터뷰하고 책 내고 전시도 하니 달라집니다. “누군가 자기 삶을 들어주는 데서 자긍심이 생기고 위로도 받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빨간집은 직접 기록하는 일뿐만 아니라 시민기록 활동을 지원하는 일도 합니다. 그는 기록으로 사람이, 관계가 변하는 걸 목격합니다. 그래서 그의 발표 제목은 ‘기록하는 사람·공동체·지역을 연결하다’입니다.
향기나는 물감의 시작은 김밥
부산에 사는 김지은 어나더데이 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향기 나는 물감을 개발했습니다.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의 문화 접근성을 고민하는 그룹이죠. 2014년 그는 작은 공방을 차립니다.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고 놀고 싶어서”였답니다. 어느 날 아이들 몇 명이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동센터 아이들이었죠.
그는 그곳에서 재능기부를 시작합니다. 장애인복지기관에도 재능기부하겠다니 ‘사기꾼 아니세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답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 어나더데이를 만듭니다. 사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김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취약계층 아동이었어요. 저희 고모는 중증 지적장애가 있어요. 어느 날 복지관에서 고모가 만든 김밥이라며 비닐에 담긴 걸 주는데 온통 엉망으로 섞여 음식물 쓰레기처럼 보였어요. 악의는 없었겠지만 그렇게 속상하더라고요. 복지기관에서는 개인의 니즈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일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었어요. 제가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사진 한 장을 보여줬습니다. 향기 나는 물감으로 시각장애인들이 그린 작품을 내건 일본 전시장 모습입니다. 중증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작품의 향기를 맡고 있습니다. “너무 힘든 건 다 잊고 딱 이 사진 하나 기억에 남더라고요. 저희 노력으로 누군가에게 첫 번째 예술이 시작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청년 정착 위해 필요한 4기둥 생계·커뮤니티·공간·정서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소셜디자이너’에게도 ‘소셜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거 아세요? 두 번째 세션 ‘전환기 청년의 곁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연결했나’는 소셜디자이너들의 비빌둔덕이 돼 준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김주영 ‘씨앗, C.Art’ 이사장은 자신을 ‘연결기획자’라고 소개합니다. 지역으로 이주를 꿈꾸는 청년들의 비빌둔덕인 완주청년마을 ‘다음타운’의 대표이고요. 밀양소통협력센터 ;campus’ 본부장을 지냈습니다.

김주영 ‘씨앗, C.Art’ 이사장
고령화, 인구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은 청년 유입이 절실하고, 일자리부족, 경쟁 심화 등으로 지친 청년은 대안적 삶을 모색할 공간이 필요하니 이 둘의 필요가 맞닿습니다. 그렇다고 지역이 청년을 환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등록을 옮겨와 인구가 느는 건 중요하지만 이 청년들이 지역에 어떻게 뿌리내리는지에 대해 지자체가 관심을 갖나? 청년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청년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 자원이 주어질까?”
전북 완주로 이주한 지 12년째인 그는 이런 고민을 하는 ‘전환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역에 청년이 잘 정착하려면 4가지가 필요하답니다. 취향과 처지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생계, 공간, 그리고 정서입니다. “그중에서 환대하는 정서가 가장 중요합니다.” 완주 고산면은 그런 점에서 성공한 지역입니다. 포용적인 정서와 사회적경제의 기반이 있죠. 그는 요즘 비빌둔덕을 넘어 “배움과 성장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중입니다.
사람과 자원이 선순환하는 마을
제천 덕산에서 청년농촌정착플랫폼을 운영하는 한석주 ㈜청년마을 대표가 걸어온 길이야말로 질문에 실천으로 답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삶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한석주 ㈜청년마을 대표
1992년부터 10여 년 서울 강남에서 공교육 교사로 일했는데 이런 질문이 커졌습니다. “전교 1등까지 모두가 불안했어요.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진다면 어떤 사회가 될까?” 대안학교 운동에 뛰어듭니다. 이런 질문이 들었답니다.
‘학교만 바뀌면 될까? 학교에서 배운 걸 실천하며 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2011년부터 제천 덕산면에서 사람과 자원이 선순환하는 마을만들기를 시작합니다. 2017년부터 청년농촌정착 플랫폼을 꾸리죠. 주민 삶의 질을 높여 청년이 유입되는 선순환을 만들고 생태적 관점에 따라 자원이 순환하는 마을을 한 땀 한 땀 만들어 갑니다. 공유지, 공유주택, 공유작업장, 마을목공소, 덕산전통시장협동조합 등이 그 증거이죠.
그의 질문은 ‘살던 곳에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에 도달합니다. 이번달 의사가 왕진 오는 의료복지사협을 시작하는 까닭입니다. “자긍심이 사라지면 지역 사회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삶의 질이 보장되어야 해요.” 지금 청년농촌청착 플랫폼에서 청년 20여 명이 이 ‘행복한 마을’ 실험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글: 김소민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사진: 희망제작소
📢 소셜디자이너 오픈 컨퍼런스: ‘전환하는 시민, 변화하는 로컬’ 현장
희망제작소와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는 지난 7월 30일 소셜디자이너 오픈 컨퍼런스 '전환하는 시민, 변화하는 로컬‘ 행사를 열었어요. '기획하는 시민'을 키워드로 고민과 경험을 나눈 현장 후기를 전합니다.
“내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 하신 적 있으신가요? 전국에 폭염경보가 뜬 지난 7월 30일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5층, 50명 정원인 이곳이 꽉꽉 들어찼습니다. 자신의, 사회의 ‘전환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지역과 사회문제를 ‘일’로 삼기로 선택한 소셜디자이너들의 경험을 들으러 모인 자리였습니다. 희망제작소와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소셜디자이너 오픈 컨퍼런스 '전환하는 시민, 변화하는 로컬‘ 행사입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은 이날 솔직하게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인구는 줄고 기온은 오르고 청년 삶은 팍팍하고 교육 소득 불평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문제를 ‘내’가 풀 수 있을까? 안영삼 사회혁신팀장은 소셜디자이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거대한 문제 앞에서 위축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 소셜디자이너입니다.” 소셜디자이너들은 로컬크리에이터와 시민활동가 그 중간쯤에 자리잡은 주체적 설계자, 탐구자, 혁신가입니다.
삶의 전환기에 서서, “내 선택은 아니었는데..”
첫 번째 세션 ‘삶의 전환기, 나의 선택은 ’로컬에서 소셜하게’‘에 첫 발제자로 나선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는 쓰레기로 버려지던 커피 찌꺼기로 지역의 삶, 일을 디자인하는 ‘소셜디자이너’죠. 그는 그 일이 자신의 “선택은 아니었다”다고 합니다.
첫째 아이가 발달지연이 있었습니다. 생계에 보탬이 되고 고립감도 줄일 수 있는 일을 찾다 그런 어머니들을 모은 커뮤니티 ‘위로상점’을 엽니다. 경제성을 가지려면 핵심 아이템이 필요했죠.
생계로 시작했던 일이 관계가 확장되면서 의미도 넓어졌습니다. 커피큐브와 커피클레이는 기술을 나누며 연대생산으로 각 지역에서 자원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니어들을 고용하고요. 환경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하는 셈이죠.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
“소셜하다보니 로컬이네”
‘소셜하다보니 로컬이네.’ 김가현 스튜디오어중간 대표의 발표 제목입니다. 영월에 자리잡은 스튜디오 어중간은 2030 청년투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매거진 <병:맛>을 발행합니다. 물리적 시간적 한계로 작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예술가들에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시공간을 제공하는 ‘굴’을 운영중입니다.
그는 비플러스라는 임팩트 투자 플랫폼에서 일했답니다. 재무적 수익뿐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임팩트를 고려해 투자하는 회사였습니다. 닭의 삶의 질을 높이는 농장에 투자하고 이자를 계란으로 받아가는 이 상품에 1억 넘는 자금이 모이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착한 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고?” 또 2030 투병문화매거진 <병:맛>을 만들면서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를 고민합니다. 먼 미래 일로 꿈꾸던 로컬 이주 시기를 앞당깁니다.
2022년 4월 영월로 이주하는데요. 시골살이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번듯하게 지어놓고 방치된 마을 공간을 구하려 했는데 조건들이 따라붙었습니다. 매일 점심을 만들어 달라, 마을 어르신을 만나면 나와서 90도로 인사해라...군단위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살려면 사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신혼집을 구하려고 모아둔 돈으로 땅을 사고 셀프 수선합니다.
“나는 기득권이 아니었을까?”
김가현 대표와 달리 배은희 빨간집 대표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기록활동가입니다. 지역의 역사를 담은 향토자료집은 있지만 거기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빠져있었죠. 그는 지금, 여기를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담습니다. 예를 들어 산꼭대기에 있는 안창마을에 처음 버스가 들어온 건 언제일까요? “주민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이야기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기록하려고 합니다.”
기록이 지역에 변화를 가져올까요? 부산 청사포 해녀들의 삶도 기록했는데요, 처음 인터뷰하러 갔을 때 그분들 반응은 이랬답니다. “이 천한 일을 왜 기록하려고 해?” 인터뷰하고 책 내고 전시도 하니 달라집니다. “누군가 자기 삶을 들어주는 데서 자긍심이 생기고 위로도 받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빨간집은 직접 기록하는 일뿐만 아니라 시민기록 활동을 지원하는 일도 합니다. 그는 기록으로 사람이, 관계가 변하는 걸 목격합니다. 그래서 그의 발표 제목은 ‘기록하는 사람·공동체·지역을 연결하다’입니다.
향기나는 물감의 시작은 김밥
부산에 사는 김지은 어나더데이 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향기 나는 물감을 개발했습니다.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의 문화 접근성을 고민하는 그룹이죠. 2014년 그는 작은 공방을 차립니다.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고 놀고 싶어서”였답니다. 어느 날 아이들 몇 명이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동센터 아이들이었죠.
그는 그곳에서 재능기부를 시작합니다. 장애인복지기관에도 재능기부하겠다니 ‘사기꾼 아니세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답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 어나더데이를 만듭니다. 사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김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사진 한 장을 보여줬습니다. 향기 나는 물감으로 시각장애인들이 그린 작품을 내건 일본 전시장 모습입니다. 중증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작품의 향기를 맡고 있습니다. “너무 힘든 건 다 잊고 딱 이 사진 하나 기억에 남더라고요. 저희 노력으로 누군가에게 첫 번째 예술이 시작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청년 정착 위해 필요한 4기둥 생계·커뮤니티·공간·정서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소셜디자이너’에게도 ‘소셜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거 아세요? 두 번째 세션 ‘전환기 청년의 곁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연결했나’는 소셜디자이너들의 비빌둔덕이 돼 준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김주영 ‘씨앗, C.Art’ 이사장은 자신을 ‘연결기획자’라고 소개합니다. 지역으로 이주를 꿈꾸는 청년들의 비빌둔덕인 완주청년마을 ‘다음타운’의 대표이고요. 밀양소통협력센터 ;campus’ 본부장을 지냈습니다.
김주영 ‘씨앗, C.Art’ 이사장
고령화, 인구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은 청년 유입이 절실하고, 일자리부족, 경쟁 심화 등으로 지친 청년은 대안적 삶을 모색할 공간이 필요하니 이 둘의 필요가 맞닿습니다. 그렇다고 지역이 청년을 환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북 완주로 이주한 지 12년째인 그는 이런 고민을 하는 ‘전환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역에 청년이 잘 정착하려면 4가지가 필요하답니다. 취향과 처지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생계, 공간, 그리고 정서입니다. “그중에서 환대하는 정서가 가장 중요합니다.” 완주 고산면은 그런 점에서 성공한 지역입니다. 포용적인 정서와 사회적경제의 기반이 있죠. 그는 요즘 비빌둔덕을 넘어 “배움과 성장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중입니다.
사람과 자원이 선순환하는 마을
제천 덕산에서 청년농촌정착플랫폼을 운영하는 한석주 ㈜청년마을 대표가 걸어온 길이야말로 질문에 실천으로 답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삶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한석주 ㈜청년마을 대표
1992년부터 10여 년 서울 강남에서 공교육 교사로 일했는데 이런 질문이 커졌습니다. “전교 1등까지 모두가 불안했어요.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진다면 어떤 사회가 될까?” 대안학교 운동에 뛰어듭니다. 이런 질문이 들었답니다.
‘학교만 바뀌면 될까? 학교에서 배운 걸 실천하며 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2011년부터 제천 덕산면에서 사람과 자원이 선순환하는 마을만들기를 시작합니다. 2017년부터 청년농촌정착 플랫폼을 꾸리죠. 주민 삶의 질을 높여 청년이 유입되는 선순환을 만들고 생태적 관점에 따라 자원이 순환하는 마을을 한 땀 한 땀 만들어 갑니다. 공유지, 공유주택, 공유작업장, 마을목공소, 덕산전통시장협동조합 등이 그 증거이죠.
그의 질문은 ‘살던 곳에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에 도달합니다. 이번달 의사가 왕진 오는 의료복지사협을 시작하는 까닭입니다. “자긍심이 사라지면 지역 사회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삶의 질이 보장되어야 해요.” 지금 청년농촌청착 플랫폼에서 청년 20여 명이 이 ‘행복한 마을’ 실험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글: 김소민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사진: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