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용자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무도 연구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궁금해하는 지식의 백과사전, 온갖문제총서를 만들기 위해
10대부터 50대까지~ 고등학생부터 직장인, 사회복지사,공중보건의, NPO활동가에 이르기까지~
‘온갖’ 문제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온갖’ 연령대, ‘ 온갖’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스물 여덟 분이 모이셨습니다.

”사용자

그렇다면 CSI는 도대체 무얼 수사하느냐~
아직 구체적인 연구주제가 확정된것은 아니지만 대략 8개의 카테고리가 정해졌습니다. 28명의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이 수사를 원하는 주제를 향해 헤쳐모였고, 다음 모임부터는 각 팀별로 구체적인 연구주제와 방향 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됩니다.

자, 그럼 우선 지금까지 정해진 연구 주제들의 면면을 살짝 엿볼까요?

‘사회복지’의 복지는 누가 챙기는가’사회복지사끼리 결혼하면 차상위계층이 된다’ (윤소영님의 연구계획서 중)

”사용자

3년 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발견한 여러 문제들을 밝히고 싶어 CSI에 지원하셨다는 윤소영씨.

그녀가 꼬옥 밝혀내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사회복지사의 웰빙입니다.

‘좋은 일’ 하는 천사표 이미지 때문에 힘든 일도 마다할 수 없고, 전문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은 3D업종이라네요.

처우는 물론, 노동 현장의 문제, 일터에서의 문제들은 ‘해결’이 필요한 상황. 그러나 사회복지사를 둘러싸고 있는 ‘착한’ 이미지는 노동조합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힘들게 한다고.

사회복지 문제를 파보겠다며 뭉친 CSI 최재혁씨는 이런 의견을 내놓습니다.

“사회복지 영역이 노동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봉사’, ‘마냥 착한 사람들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은 가정에서 여성의 가사노동이 사회ㆍ경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논리랑 비슷해 보입니다. 또 사회복지사의 노동 환경, 임금 등의 문제가 개선되더라도 ‘감정노동’이라는 직업적 특성은 변하지 않는 요소일 거구요. ”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집니다. 사회복지라는 주제가 광범위하고 이미 많은 연구물들이 있는데, 온갖문제총서만의 차별화, 특화가 가능할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야심찬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이야기는 많았으나 논의 자체가 수면 위로 불거진 적은 없고, 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현장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이루어보겠다는 것이지요. ?윤소영, 김대호, 최재혁, 최빛나. 네 명의 CSI는 어떤 ‘답’을 가지고 올까요? ‘사회복지의 불만제로’를 위한 CSI의 수사는 계속됩니다.

최저가의 비밀을 찾아서

“국제 밀 가격이 오르면서 과자값이 다 올랐는데, 최근에 밀 가격은 다시 내려갔다. 하지만 과자 가격은 그대로이다.” (안병훈 씨의 말 중)

“모든 대형마트는 서로 자신들이 최저가라고 합니다. ‘최저’는 단 하나일 수밖에 없는데, 뭔가 이상하죠? 그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서로 최저가를 주장하는 마트의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반값 아이스크림의 진실!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반값에 팔 수 있죠?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마트에서 물건 사면 보너스로 붙어있는 물품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보너스 물품의 정체를 찾아~ 보고 싶어요”

소비·유통 관련 주제를 다루는 팀에는 안병훈, 안수민, 박종민, 이혜진 요원이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모임에는 우리 대학생 형·누나들이 중간고사를 잘 치뤄야해서 모임에 오질 못했습니다.

고등학생인 안병훈씨는 왔는데 말이죠. 막간을 이용해 ‘수학의 정석’을 풀고 있던 안병훈씨에게 ‘청소년 자기계발’팀에서 스카웃을 제의합니다. 하지만 병훈씨는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다룰 수 있는 경험이 많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랍니다.? 브라보 병훈!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계신가요?

“주택지의 다세대, 다가구 주책을 보면 법적 주차대수 확보를 위해 1층 전체를 주차장으로 계획하여, 주민 간의 교류와 도시경관을 훼손시키는 게 현실입니다. 아파트를 제외하면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대부분인 국내 현실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건축적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창수씨 연구계획서 중)

친환경 건물 기준 만들기, 저소득 가족을 위한 지속가능한 주택만들기, 공동 주택 내 공공 공간 활용법 등 ‘집’ 문제를 수사해보실 분은 강창수, 김성수, 최승희님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 모임에 아무도 못나오셨기에… 저도 여기까지밖에 못쓰겠네요 ^^;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정치사용설명서’

‘정치’ 하면 뭐가 가장 먼저 생각나시나요?

오대양씨가 던진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뭐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명패를 집어 던지는 국회의원? 못질하는 국회의원? 톱질하는 국회의원? 메다꽂는 국회의원?
정치에 대한 불신은 이렇듯 엄청 뿌리깊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미워하고 불신하고, 멍때리고 있다간 앞으로도 쭈욱~ 그대로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대양씨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정치사용설명서’를 한번 써보자고 제안합니다.

” 세 명만 모이면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점심 식사 메뉴를 정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도 정치고
저녁에 볼 영화 장르를 결정하기 위해 설득하는 것도 정치입니다.
내가 자주 걷는 길에 하이힐이 빠지지 않도록 보도타일을 선택하는 것도 정치고
내 방에 빛이 잘 들도록 빌딩이 세우냐 마느냐 주장하는 것도 정치입니다.
(중략)
그래서 대단한 걸 해보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제목 그대로 20대를 위한? ‘쉽게 따라하는’ 정치 사용설명서를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당연히 ‘쉽게 따라하는’이기 때문에 일단 우리가 한번 해봐야합니다.
저와 뜻을 같이하는 몇 분이 이 상큼발랄한 수기를 짜넣은 책 한 권을 뽑아낸다면 재밌지 않을랑가요? ”

이제는 ‘정치’는 안 다루고 싶은데.. 라시던 현종철님과
이제는 ‘정치’를 한 번 다뤄봐야하지 않겠냐는 오대양님이 만났습니다.
어떤 ‘정치사용설명서’가 나올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존 레논의 머리는 길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초등학교 시절부터 20대 중반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 아버지와 함께 TV에서 예술인들을 볼 때면 늘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쟤들은 왜 저렇게 머리가 지저분하냐~?” 늘 반복되는 아버지의 이 같은 질문은 저에게 은근히 스트레스를 불러 일으켰답니다. 아마 앞으로도 TV에 예술인이 등장하면 같은 질문이 반복되겠죠. 그래서 저는 이번에 확실히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CSI의 문을 두드립니다. 저의 연구주제는 바로-!?왜 예술인들은 머리카락이나 수염을 길게 기를까?입니다.” (서현석씨의 연구계획서 중)

이 주제를 본 순간, ‘이거다!’ 싶어서, 본인이 낸 주제를 버리고 공동 연구를 자처한? 이정인씨는 디자인 공부를 하던 대학시절의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같은 과 친구들 중에 뿔테를 안 쓴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왠지 ?’디자이너라면… 뿔테를 써야…’할 것 같은 암묵적 합의같은 게 있었다는 거죠. 그 와중에 유일하게 금테 안경을 쓴 친구가 있었는데 교수님까지 “너는 그 안경 좀.. 뿔테로 좀 바꿔봐”라고 하셨다네요.

복수적 심미안, 복수의 취향을 그 누구보다 중히 여기는 예술가들이 외모에 있어 집합적인 특성을 보인다는 건, 쫌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주제를 연구해보겠다고 모인 팀 원은 달랑 두 명.
(편의상)’예술가의 외모팀'(이라 부르겠습니다.) 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온갖문제총서가 ‘100% 리얼 집단지성 프로젝트’인만큼, 팀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최소 3명 이상이 모여야 가능하다는 원칙 때문이죠. 하지만 ‘공연도 보고 책도 보고 저자도 만나고 대화도 하면서 궁금한 것도 해결하는’ 알짜배기’ 팀이 될 거라 홍보한 덕에 곧 싱글벙글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른 팀에 앉아 있던 안영일씨가 벌떡 일어나 ‘예술가의 외모팀’에 합류하게 되었죠. 모임 중반부가 되었을 때쯤 또 다른 한 분이 이 팀에 가서 앉아계신 게 아닙니까?? 그래서 총 네 분이 이 주제를 파헤쳐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모인 CSI는 서현석, 이정인, 안영일, 최혜윤 이렇게 네 분입니다.

오늘 당신의 메신저 대화명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내면에 감춰진 허세본능! 우리는 왜 자신의 모습과 감수성을 노출시키
려하는가?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난무하는 허세들,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곽영란씨의 연구계획서 중)

정작 이 주제를 제안하신 분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를 못하게 되었지만 이 주제에 대한 CSI의 관심은 가히 뜨거웠습니다.

아마 가장 많은 참여의사가 모인 주제가 아니었나 싶네요.

“인터넷에서의 다른 인격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대양씨의 말 중)

“가만 보면 사람들이 메신저 대화명을 통해서 뭔가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거 같아요. 막 심각하게 대화명을 적은 친구가 있어서 ‘무슨 일이야, 괜찮아?’ 전화하면 그냥 뭐 별 일 없다고도 하구요.? 블로그나 미니홈피도 그렇죠.? 그런 것들을 개인이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아서 이 주제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흔히들 싸이월드를 관음증과 노출증의 집합체라고 하잖아요. ?온라인은 분명 뭔가 특이한 심리가 표출되는 공간입니다.” (김홍중씨의 말 중)

김홍중씨의 얘기를 듣는데 왜 이렇게 뜨끔한 걸까요? 저 또한 ‘그럴싸한~’ 대화명을 생각해내고 혼자 ‘므흣’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미니홈피에 글쓰고 사진을 올릴 때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꽤 많은 애를 쓴 것 같기도 합니다. 호호. 그러게요. 저도 허세를 부렸군요.

왜 사람들은 블로그나 미니홈피, 메신저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걸까요? 왜,왜?
그러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심리적,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배경이 있을까요?

온갖문제총서 카페에서는 막간을 이용한 “온갖문제설문”이 진행되었습니다. “오늘 당신의 메신저 대화명은 무엇?” 인지 물어보았죠. 역시…. 다들 ‘한 허세’ 하시는…그렇더군요. ?^_^

어떤 수사를 펼치실지!? 김홍중, 최낙연, 이일준님의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

청소년, 네 멋대로 해라!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뭉친 ‘청소년 자기계발서’를 만들어보겠다며 CSI에 지원한 정한빛씨. 교사로 일하면서 학생들이 획일적이고 안전한 길만 추구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인문계 고등학교, 대학 진학 말고도 다양한 꿈과 목표를 가진 청소년들을 만나고, 또 그들의 꿈이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녀의 꿈입니다.

함께 하기로 한 정윤식씨. 애초에 정윤식씨의 수사 주제는 “꼭 대학에 가야 성공하는가?” 였습니다. 대학에 가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으려면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는 필수적인 것.

청소년 기업가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어 사회적으로 어떤 형태의 교육이 필요하고, 공교육에서는 어떤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 또 청소년 기업가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능력과 자질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그 자신도 지금 ‘창업중’이라고 하니 더욱 구체적인 계발서가 될 듯 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총 다섯 분의 CSI가 ‘청소년 자기계발’을 위해 뭉쳤습니다. 정한빛, 정윤식, 김수민, 김기현, 한영규님. 화이팅!

”사용자

사회적기업 너는 누구냐

‘사회적 기업’이 난리입니다.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듯,? 사회적기업을 수사할 팀도 CSI 안에 꾸려졌습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사회적 기업을 하나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는 너무 부족하다. 사회적기업 창업 매뉴얼은 어떨까?’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지나치게 고용창출에 한정되어 있는 것 아닌가??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 과연 사회적 기업일까?’

뜨겁고 복잡한 이슈인만큼 CSI의 수사 분야도?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매번 자정이 넘는 시간에도 만나 회의하며 밤을 밝히는 CSI가 있는 한!? 곧 주제도 좁혀지고, 문제도 밝혀지리라 믿습니다. 박수엘, 박정이, 이정규님의 큰 활약을 기대합니다~

지금 CSI는 열띤 토론 중!

28명의 CSI들은 전화하고, 만나고, 회의하고, 또 메신저에서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주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 그 차이를 좁히고 의견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말이 좋아 ‘집단지성’이지, 이 과정은 아마도 엄청난 갈등을 마주하고 견뎌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연구, 조사, 집필’ 보다 더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CSI 카페에 속속들이 올라오는 소식들을 보며 느낀 점은
어찌되었건 이런 모든 과정을 CSI분들이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사용자

10월 29일 목요일 저녁,? CSI는 세 번째 모임을 갖습니다.

이 날에는 모두 모여? 각 팀에서 어떤 것을 연구주제로 택했는지, 연구 배경과 목적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날카로운 질문과 따뜻한 코멘트도 나누고, 끝난 뒤 시원한 맥주 한 잔도 나누겠지요.

대략 8개의 주제가 결정되었지만, 어떻게 세부 주제가 결정될 지, CSI들은 각자 자신의 주제에 대해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지, 저도 몹시 궁금합니다.

CSI는 이제 그 첫 걸음을 뗐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이기에 아마 엄청 재밌고, 엄청 힘들고, 엄청 짜릿할 것입니다. 그래도 성큼성큼 걸어갈 수 있겠지요?

걷는 도중 계속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ㆍ메인플래시 그림 및 손글씨_김이혜연(사회창안센터 연구원 (kunstbe3@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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