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FF그룹은 청년들의 열정과 추진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의  디자인 시정 홍보 포스터에 패러디 문구를 붙여 일방통행적인 서울시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활동은 이미 한겨레신문과 공중파 9시 뉴스를 통해 소개된 바 있습니다. 서울시와의 갈등은 FF그룹의 활동에 고민과 유연함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고, 최근에는 새롭게 길바닥을 ‘닦아내는’ 방식으로 문구를 남기는, 영리하고 재기 넘치는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사용자


인상깊은 점은 이러한 활동이 FF그룹만의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서울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FF그룹은 ilikeseoul.org 라는 사이트를 구축하고, 트위터와 미투데이 계정을 만들어 다양한 소통창구를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이 창구들을 통해 접수된 시민들의 문구와 의견을 시각적으로 현실화 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전통에서 벗어난 새로운 디자인 모델의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특강 후에는 소셜디자이너스쿨 수강생들이 생각하는 서울시의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이러한 과정 역시 또 다른 소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디자인은 무죄인가

FF그룹은 강연 초반에 이러한 질문을 먼저 던졌습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묵직한 무게의 이 질문에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시각적으로’ 달성된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숨어있었습니다. 시각적 쾌감을 위한 디자인은 어찌 보면 ‘눈에 대한 현혹’이라는, 전복적인 비판에서 이들의 문제의식이 출발하는 것입니다.

저 유명한 ‘러브하우스’에 등장했던 집들이 사실은 급조된 건축물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 그러나 그러한 문제들은 방송에서 보여질 수 없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작금의 서울시 디자인 정책도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몇 겹의 층위를 가진 사회문제를 덮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서 FF그룹의 활동은 시작합니다.
 
지극히 몰가치적이고 시각적 피상성만을 강조하는, 누군가의 ‘디자인은 무죄다’라는 주장에 맞서, 이들은 ‘디자인은 무죄일까?’라는 질문이 갖는 의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의 디자인이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속에서 배태된 디자인이듯이,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그 사회와 떨어질 수 없고, 그 사회의 가치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적인 명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시간에는 FF그룹의 지향에 대한 궁금중이 주요한 화두였습니다. 이들의 작업을 디자인을 통한 사회변화의 수단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표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FF그룹은 다음의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FF그룹의 입장에서 디자인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나름의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디자인은 사회 구성원들의 무의식에 강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사회를 구성하는 힘을 갖게 되는 거죠.

이들의 지향은 기존의 공고한 디자인 방식, 즉 지금의 서울시 디자인 정책에서 추진하는 방식과 그 결과물로서의 사회에 대한 안티-테제로 작동하는 디자인 활동을 벌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들 나름의 디자인으로서 기존의 공고한 디자인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바로 FF그룹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대안적 디자인’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FF그룹은 디자인을 현실로 구현하는 일에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자동차의 디자인은 엔지니어링과 같은 공학적 지식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사례로 들며 디자인 교육이 그러한 부분을 많이 가르쳐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FF그룹의 강연은 예술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 지를 고민해보고, 또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청년들의 열정에 기반한 활동이 보여주는 특유의 치열함은 무척이나 인상깊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트위터 계정 @ilikeseoul를 팔로잉하고 ilikeseoul.org 를 즐겨찾기에 등록하면서, 소셜디자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FF그룹의 ‘시각적’ 디자인도 결국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고민을 통해 나타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소셜디자인의 일종이며,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넓은 길바닥에 6시간 동안 메시지를 새긴 이들의 작업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다시 바래질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어쩌면 이들에게 중요한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소셜디자이너들에게 주는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FF GROUP의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상상력을 키워라’ 강연 후기는 소셜디자이너스쿨 7기 3조의 장윤호 님께서 정리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메인플래시 사진 출처: ilikeseoul 피카사 웹 앨범  

※ 7기 SDS 강연 후기

1. “회사에선 이상한 사람이었는데, 여기오니…”
2.  디자인, 시대와 충돌하라
3.  하고 후회할래, 안 하고 후회할래?
4. 디자인은 무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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