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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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07:00

새벽에 그리도 무섭게 때려 붓던 폭우며 천둥이며 번개가 싸악 가셨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한옥마을의 아침은 운무가 자욱한 가운데 금방이라도 연꽃이 벌어지면서 심청이가 나올 것같다. 참 아담하고 적적한 가운데 포근한 것이 언제라도 혼자 숨어 버리고 싶을 때 찾고픈 곳이다.

회원들은 난방시설이 잘 되어 뜨끈한 곳에서 편안하게 찜질을 했다면서 모두 몸이 가볍다고 좋아한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온돌에서 지져야 몸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오늘 새벽 3시30분까지 동동주로 주거니 받거니 몽롱한 회원들도 말끔한 얼굴로 환한 미소를 보낸다. 자연이 준 선물에 푹 빠진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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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로 출발. 태안사는 전라남도 문화재 자료 제23호다. 신라 경덕왕 원년(724년)에 동리산파를 일으킨 혜철스님이 세운 것으로, 선암사 송광사 화엄사 쌍계사 등을 거느리면서 오랫동안 영화를 누린 사찰이다.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태안사에 들어선 일행은 또다시 고찰의 아늑함에 푹 빠지고 만다.

멀리 동리산 자락에 걸린 하얀 운무가 대웅전 처마 끝에 달려 동양화 속에 있는 듯하다.

아니 벌써? 오전 8시10분에 아침식사를 해야 하는데 이곳 절경에 심취한 회원들을 재촉하면서도 시간은어느새 8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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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0

김종권남도사진전시관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이곳도 미실란처럼 폐교를 이용해 섬진강문화학교를 만들었다. 학생은 이곳을 지키고 있는 8마리의 멍멍이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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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씨는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을 보면서 독도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2년전에는 날씨가 좋지 않은 데도 독도를 촬영하다가 점퍼에 바람이 불어 들어와 발을 헛딛고 말았다. 바위에서 추락해 머리를 24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으며 죽었다 살아났다는 것이다.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이렇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확고한 신념으로 지역민들과 숨쉬고 지역민들의 문화적인 정서안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 곡성은 외롭지 않을 것같다.

우리가 숱하게 보아온 달력 속의 그림들이 바로 거기에 다 있었다. 독도의 일출, 야생화 한 송이, 중국 장백산 호랑이, 섬진강의 느릿한 물결까지 절경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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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미실란에 도착했다. 어느새 강연시간도 10여분이 지난 시간.
그렇지만 미실란의 들판은 한가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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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 곡성군수의 강연이 있다.

“전국 친환경 먹거리를 보면 전남이 54%를 차지합니다. 그 중 곡성은 전남에서 친환경 대상을 받았고, 거기에서도 미실란 쌀은 으뜸입니다. 친환경은 요령을 피워선 절대 할 수 없고 농촌이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지어야 됩니다”

현재 Hope Makers’ Club은 260명의 회원이 있는데, 한분 한분 모두 대단하고 훌륭한 분들이시다.

매월 멀리 곡성에서 미실란 가족들이 참여할 때마다 회원 중의 한 사람이라고만 여겼는데, 곡성에서는 농촌을 이끌고 있는 차세대 벤처농업인임에 틀림없다. 동행한 스탭 중 한 사람은 이동현 대표에게서 뿜어나오는 포스를 느낄 정도라고 한다.

“농민들은 벼를 수확해도 벼 수매가 안돼 걱정이 많습니다. 정부미 창고가 꽉 찼기 때문이지요, 기존에는 매년 80만톤이 비축된 상태에서 북한에 쌀을 40-50만톤씩 원조했는데 지금은 쌀 지원이 끊겨 매년 비축미들은 쌓이고 쌀 소비량은 줄기 때문에 수매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지요”

그래서 농민들은 희망이 없다고 한다. 농촌에 빚이 없는 사람은 없다. 농촌이 회생불능 상태라는 것이 빈말은 아닌 듯하다. 이렇게 직접 농촌 현장에서 농촌의 지도자를 만나 농촌의 현실을 보고 들으면서 회원들은 하나하나 배우고 있으리라.

지금 곡성은 변하고 있다. 농민이 70%를 차지할 만큼 농업 의존도가 높지만, 친환경 고품질로 관광과 농업을 접목시켜 문화관광부에서 살기좋은 고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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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

드디어 아침 식사. 아무리 희망제작소 행사들이 빡세다고 소문이 났지만 아침 식전에 벌써 3코스를 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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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으로 멋들어지게 차려진 나물류와 된장국, 갈치구이에 회원들은 쉬지 않고 배를 채웠다. 아니, 이건 거의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하게 빈 그릇들이 넘쳐났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왜 이렇게 아침밥을 늦게 먹느냐고 투정하지 않았다. 다양한 행사로 만나는 사람이나 찾아가는 곳이 모두 신기하고 감동을 줘서 그 순간은 배고픔을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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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미실란에서 농촌체험이 시작됐다. 먼저 벼베기. 난생 처음 벼의 생긴 모습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한 회원이나 회원 가족들이 있었다. 정말 쌀나무에서 쌀을 딴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박원순 변호사, 백현욱, 이계홍, 양금주, 이동현 회원들이 낫을 들고 장화를 신고 논바닥에 들어섰다.

서서히 벼를 베어가자 양금주 회원은 눈깜짝할 사이에 한 두렁의 벼를 싹싹 베어낸다. 역시 제주도 여자들은 생활력이 강하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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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는 벼베기에서는 초보수준이다. 모두 웃고 난리다. 경남 창녕 시골마을 농사군의 아들이라고 말하더니 보수적인 경상도 집안에서 사내애들은 모두 책이나 보고 공부만 한 모양이다. 아니, 박변호사님도 아마추어적인 모습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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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낫을 잡고 벼를 베어 본다는 백현욱 회원도 “의학서적이나 보면서 공부만 열심히 했지 이렇게 농사를 짓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 줄 새삼 알게 됐다” 면서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라는 말도 있듯 직접 몸으로 노동하면서 생명의 쌀을 생산하는 농부들의 모습에서 더 겸손해 지고 더 고마워하는 마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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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탈곡장이다. 홀태를 이용해 탈곡해 보는데, 회원들은 거꾸로 서서 벼를 훑어 내려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금은 계통식 탈곡기를 이용해 더 빠르고 힘이 덜 들게 일을 하고 있단다. 떡메치기는 오늘 참가한 남자회원들의 힘겨루기 시험장이었다. 모두 힘을 모아 떡메를 절구에 쳐댄다. 처음에 빨리 떡을 쳐대야 하는데, 이 사람 저 사람들이 서로 바꿔가면서 하다 보니 떡을 만드는 시간이 지체가 되고 떡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은 검도를 하고 있던 생활체육신문사 이재영 국장이 쳐 댄 떡메의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오호~ 강한 남성의 힘이여~

떡메야~니들이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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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1시간 전에 늦은 아침을 먹은 회원들은 또다시 점심식사를 한다. 오색발아 비빔밥이다. 소화가 됐을까? 아님, 밖에 나오면 저절로 식욕이 땡기는 것일까? 아무래도 미실란 밥맛이 좋아서겠지.

또다시 한 그릇씩을 뚝딱 치우고 오색발아 연밥까지 하나씩 챙겨들고 기차마을로 막무가내로 달려간다.

아차~ 떡메로 남성미를 과시했던 그 떡이 있었는데…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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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0

기차마을에 도착했다. 어젯밤 분수광장의 야경을 보러 왔을 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던 기차마을에 휴일을 맞아서인지 사람들이 많다. 일행은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 준비한다. 4명씩 짝을 지어 한 팀을 이룬다. 한 팀씩 소리를 꽥 지르며 세상이 내 것인양 모두 마음은 풍선을 닮았다. 이렇게 티없는 맑은 얼굴을 언제 보았던가? 계속 그대들의 밝은 모습을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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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5

드디어 곡성역 앞에서는 회원들이 아쉬움에 서로 껴안고 야단이다. 역시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것이 이렇게 끈끈한 정을 만들어 놓을 줄이야. 미실란 가족들, 곡성 군청 관계자들, 회원들, 스탭진들 모두 2일동안의 곡성 나들이에 즐거워하고 무던히도 웃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쌀 한 톨이 만들어지기까지 99번의 농부 손길이 닿는 것도, 농촌이 무너지면 국가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도, 행사를 한번 기획하고 준비하려면 얼마나 무수한 밤을 새워가며 꼼꼼히 체크를 해야 하는지, 비가 온다는 말에 비옷을 준비하고 하늘에 기도하고…정말 저절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것같다.

준비하는 자만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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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전주자원봉사센터에 도착했다. 시각장애 송경태 시의원의 ‘희망은 빛보다 눈부시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희망제작소는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를 기획하여 지역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송경태 의원은 6번째다.

송의원은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 슬램 달성, 시각장애인도서관 설립, 그리고 전주시의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계상황을 의지로 극복해 낸 인간승리자이다. Hope Makers’ Club 회원들이 송의원에게 격려와 박수갈채를 보내줌으로써 더 큰 일을 해 낼 것이다. 이번 방문은 아주 특별한 선물로 송의원에게 기억되리다.

더욱이 완주 삼례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박미현 원장은 지난 주 Hope Makers’ Club에 가입한 새내기 회원으로 우리 일행들에게 인사를 하게 되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됐다. 이제 Hope Makers’ Club은 전국에 걸쳐 많은 회원들이 참여해 지역의 든든한 리더로 고향의 파수꾼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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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

1시간동안 회원들은 정신없이 꿀잠을 잤다. 이틀동안 피로를 모두 날려버리듯 평화롭고 기분좋은 휴식을 취했다. 이인 휴게소에서 호두과자와 순대, 호떡으로 또 배를 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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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

항상 행사 후 돌아오는 길에는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늘도 회원들에게 행사 후 발표 미션이 떨어졌다.

*백현욱- 미실란에서도 말했듯 음식이 약이다. 농촌에서 친환경으로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야 말로 건강의 최고봉이다. 희망제작소가 Social Designer로 우리 사회를 바꾸고 디자인해 가는 것처럼 농촌에서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는 사람들도 Social Designer이다. 본질이 서로 닮아있다.

*전은영- 캐나다로 출국하는 것을 늦추길 정말 잘했다. 앞으로도 한국에 나와 이런 기회가 닿는 대로 꼭 참석하겠다. 희망제작소에 너무 감사드린다.

최상용- 우리 회원들이 이렇게 말을 잘 하는지 미쳐 몰랐다. ‘짧은 스피치에 잃을 것이 없다’는 외국 속담도 있는데 핵심만을 모아 툭툭 던지는 말들이 모두 감동을 준다

*신영희- 이번 곡성방문은 시간이 준 선물이었다. 회원 한 분 한 분을 더 잘 알게 되어 너무 뿌듯하다

*김정헌- 곡성 그린투어에 참여하면서 오감이 열린 기분이다. 그렇지만 곡성 거리를 보면서 지자체에서 간판이나 조각물, 거리 조성에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감성이 담긴 간판이나 거리 조성물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양금주- 모든 사람들이 열정이 넘치다고 하는데, 능력의 3%만 발휘했을 뿐이다. Wellness적인 삶을 체험했고 1박2일동안 천국에 온 느낌이었다

*장태복- 새벽 3시30분까지 술을 마셔 방 식구들이 잠을 많이 못 잤을 것이다. 이런 모임이라면 다음에 또 다시 가고 싶다. 한옥마을에서 본 아침 안개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재영- 회원은 아니지만, 희망제작소를 알아보고 박원순 변호사를 인터뷰 하고자 참여했는데, 정말 잘 온 것같다. 모든 시간을 박원순 변호사를 유심히 지켜보는데 집중했다. 그 모습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행동과 언어가 일치되면서 사회에서 본 모습 그대로 인 것같다.

*이계홍- 본질은 언론인의 피가 흐르는데, 희망제작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면서 정직한 가난을 배웠다, 한 가지 박원순 변호사가 좀 쉴 수 있도록 동선을 심플화하면 좋겠다

*오현석- 희망제작소 소기업에 관련해서도 일을 같이 하고 있는데 아직은 젊음이 있기 때문에 바쁘게 좋은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도와 주고 같이 하겠다

*이경선- 처음엔 박원순 변호사가 누군지 잘 알지 못했다. 1박2일 함께 하다 보니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기회가 되면 희망제작소에 자원봉사도 하고 싶다

*강숙희- 어젯밤 분수광장에서 김정헌 교수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희랍인 조르바’가 떠 올랐다. 바깥에서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도 희망제작소에서는 참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이 바로 희망제작소의 힘이라고 여겨진다. 앞으로 희망제작소를 위해 자원봉사를 열심히 할 것이다

*이진규- 항상 참석한다고 신청은 하는데 순간순간 일이 겹쳐 오지 못했다. 박원순 변호사와 희망제작소에 감사하다.

19:00

서울 도착. 모두 뿌듯하고 참 잘 다녀왔다는 표정들이다. 이제 회원들과 헤어지는 순간 다음 달 남양주 덕소 봉우리마을에서 김치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 밤은 그냥 자련다. 푹 자고 싶다.

4월 윤보선 고택에서의 창립식에 이어 5월 봉은사, 6월 천리포수목원, 7월 국립중앙박물관, 8월 희망제작소, 9월 배상면주가, 10월 전남 곡성 농촌체험에 이르기까지. 참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언제 이렇게 많이 진행됐는지 벅차기만 하다.

그냥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단다. 그래, 또 내일부터 준비하면 또 되는 거야. 그리고 가는 거야~~

내일은 또 다시 내일의 해가 떠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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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6일(월) KBS 1TV 밤 11시30분 ‘으라차차 녹색지대’ 많은 시청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