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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에 설립된 북21은 2009년 기준 매출규모 230억 원으로 출판업계에서 2위 그룹을 구성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출판사이다. 연간 3,000여 종의 도서를 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유나이티드북스’라는 일본 현지법인을 설립하여 해외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설득의 심리학’,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육일약국 갑시다’, ‘프레임’,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등 사회적으로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도서들을 출간했으며 최근 신규사업본부를 설립하여 전자책 및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미래형 시장에도 과감한 투자를 해나가고 있다.


”사용자“많은 분들이 인쇄업과 출판업을 혼동해서 말씀하는데 인쇄업은 인쇄와 제본의 과정을 거쳐 유형화된 책의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고 출판업은 무형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말합니다. 20여 년 전 직장을 다니면서 출판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본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출판업은 물리적인 요소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진입과 퇴출이 타 업종에 비해 매우 빈번 합니다. 당시에 출판사를 해보려고 이쪽에 계시는 선배님들을 찾아뵙곤 했는데 이 분들이 일종의 대박에 대한 신기루를 쫓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저는 그걸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인 고단샤의 경우 연간 매출이 3조에서 4조원 규모인데 우리 북21은 그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 출판계의 평균 연령은 매우 젊은 편인데 일본에서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부러워서 저도 그런 출판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출판의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다는 게 당시의 제 꿈이었고 초심을 잃지 않고 그 꿈을 키워가고자 했습니다. 80년대에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종의 계몽의식 또는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독자들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지식이 풍부하고 지혜롭다는 사고를 가지고 새로운 답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70, 80년대 대학을 다닌 회원들에게는 책에 대한 로망이 크다. 타임지는 필수였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책 산다, 영어사전 산다, 콘사이스 산다, 딕셔너리 산다, 전공책 산다 하면서 무던히도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갔다. 자식농사가 인생의 과업인양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내어주시던 그 손이 그립다.

“저희는 출판업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보다는 다른 업종의 사람들이나 독자들을 만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출판계 내부가 아닌 외부의 아이디어를 내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저희의 대표작인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원제는 ‘Whale Done’인데 우리말로 바꿔보면 ’고래도 했어‘입니다. 미국에서 어렵게 가져온 책인데 제목을 직역해서 붙이자니 마땅치가 않아서 고심하던 차에 담당 임원이 일본출장을 갔다가 화장실에서 생각해낸 제목이 바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칭찬에 대해 매우 인색한 면이 많은데 그런 패러다임에 전환을 가져온 책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직원들과 자주 다루는 논쟁거리가 좋은 책과 잘 팔리는 책에 대한 것입니다. 좋은 책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들이 출판업자들보다 책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독자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세간에 회자되곤 하는데 이는 인간이 가지는 보편적인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주지 못한 학자와 출판인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독자의 탓이 아닙니다. 또 출판인들이 칼럼을 많이 쓰는데 예전에 보면 많은 글이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절대 독자를, 우리의 고객을 비난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사용자김대표의 ‘나의 삶과 책 이야기’를 듣는 회원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지금까지 출판사 발행인과 허심탄회한 대화 마당을 갖지 못한 탓이리라. 거기에 단지 독자의 입장에서 손 안의 책을 읽고 행간에 묻힌 의미를 캐내고 좋은 글귀에 밑줄을 긋던 게 일상적이지 않았던가!

김대표의 출판관과 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베스트셀러가 저희의 목표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실패가 되지 않는 기획을 통해 독자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을 출판해 내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에서 비싼 판권으로 계약한 책보다는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가져온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북21은 출판업에 대한 개념을 이미 5년 전에 재정의 했습니다. ‘유용한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를 빌어 다종의 매체를 통해 고객에게 전파하는 행동’이라는 게 그 핵심입니다. 업의 재 정의를 제대로 이해한 닌텐도의 경우 초기의 화투생산이라는 틀을 넘어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개념입니다. 많은 분들이 책의 미래에 대해 물어보십니다. 궁극적인 면에서 보면 아주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사라져 가는 것은 ‘종이책’이지 ‘책’ 자체가 아닙니다. 북21은 출판사에서 콘텐츠회사로 변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콘텐츠를 내부의 것으로 만들어 사업을 안정화 시키고 이런 변신을 통해 지식의 중개자이자 가치의 부가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강연의 막바지에 서산대사의 선시인 ‘답설야중(踏雪野中)‘이 소개됐다.
김대표는 이 시를 읽으며 겸손을 배운단다.   


踏雪野中去 눈 내린 벌판을 밟아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今日我行跡 오늘 걸어가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

*글: 희망제작소 회원센터 김성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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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희망제작소 콘텐츠팀 정재석 인턴 / 대림공업사 장태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