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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실상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보물 11여점을 포함한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마침 점심 공양시간이다. 된장국에 호박나물, 가지무침, 버섯볶음, 오이소박이, 김치 등으로 이뤄져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밥과 반찬을 남김없이 비운 후 숭늉을 따라서 밥그릇에 남은 양에 밥알 한 톨까지 말끔히 헹궈서 마셨다.

”사용자

공양 후 실상사 주지인 도법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다음은 도법스님의 법문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저 자신이 불자다보니 현재 불교가 사회적으로 희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것을 종합해보면 모순, 부작용 등이 반복되고 증폭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걱정입니다. 문명사적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그 일환으로 불교에서는 인드라망 공동체운동과 생명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 둘은 언어적으로만 다르지 본질은 서로 같습니다. 대안을 모색하면서 좋은 사회,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을 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사용자

요즘 우리 삶은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정서적으로는 불안해지고 삭막해져가고 있습니다. 걱정이 많아졌고 삶은 피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삶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사는 생명평화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8만 4천 법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 세 가지 질문으로 요약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물음을 정직하고 치열하게 묻는 것을 ‘화두를 든다’라고 합니다. 이 화두를 제대로 붙잡고 살아야 인생의 방향을 놓치지 않습니다. 21세기에는 인간의 문제가 극대화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위 세 가지 화두에 대해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돈, 명예, 권력 등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존재의 가치가 이 세상 최고의 가치인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결국 모든 가치가 돈으로 해결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용자

어떻게 살아야하냐고 부처님께 여쭌다면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니 유아독존으로 살아야한다.’라고 대답하실 겁니다. 모두가 유아독존이고 모든 존재가치가 한 몸입니다. 왜 그렇게 살아야하는 걸까요? 그것이 생명의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불가에서는 이런 내용을 생명평화운동에 담아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보고 듣는 온갖 감각에 진리가 명백히 드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르니 종교를 찾는 것입니다. 진리는 진실과 현실에 존재하며 작용합니다. 내 인생의 모습이 세계의 모습입니다.

전 세계 돌아가는 모든 일이 다 ‘나’ 잘되고자 하는 일입니다. 유아독존. 나에게는 내 생명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 생명이 살아있을 때에야 기독교든 불교든,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보수든 진보든 의미가 있습니다. 절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돈 1조원을 준다면 목숨과 바꾸겠느냐고 물었더니 대다수가 바꾸겠다고 합니다. 그 돈으로 뭐 할거냐고 물으니까 부모님 드린답니다. 부모가 자식 앞에서 얼마나 돈타령을 했으면 초등학생이 그런 대답을 하겠습니까. 우리가 얼마나 돈에 중독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태양은 나에게 절대자, 하나님으로 내 생명의 원천입니다. 비단 태양 뿐만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게 그렇습니다. 지금 여기 내 생명이 존재하는 것은 우주 삼라만상의 존재와 그것들과의 관계 때문에 가능합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인드라망이라 하고 또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합니다. 그물코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존. 서로 더불어 의지하며 살아야 하고 동시에 서로 협력적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이것은 진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분리되어 따로 따로 존재한다고 우리 존재를, 이 세상을 파악하고 있으며 그런 식으로 꾸준히 추구해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기주의, 집단적으로는 가족중심, 지역중심, 국가중심. 이는 내세우는 이념과 집단의 차이일 뿐 결국에는 끝없는 분리와 투쟁으로 가는 길이며 따로 존재하고 살아가는 길이 있다고 믿는 길입니다. 하지만 이런 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는 존재에 대한 무지와 착각이요, 불교에서 말하는 망상입니다. 모든 존재는 서로 어울러 협력하도록 되어있다는 사고와는 천지차이입니다.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의 새로운 정립 없이는 결국 헤맬 뿐입니다.

관계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생각해보면 나와 관계없는 것이 없고 내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가치의 우열이 있을 수 있겠으나 연결되어 있으므로 가치의 우열이 없습니다. 내가 우주고 우주가 곧 나다. 이것이 곧 천상천하유아독존입니다. 내가 곧 우주이며 자연의 천지만물이 제 1기득권자입니다. 결국 내 생명이 아닌 게 없습니다.

”사용자

이 세상의 법칙은 받으면 반드시 내놔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먹으려고만 합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인체를 보면 확연히 알게 됩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 합니다. 밥을 먹고 내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죽습니다. 이는 생명과 존재의 법칙입니다. 잘 내놓지 않으면 개인도 사회도 병들게 됩니다. 잘 내놔야 삶이 편해집니다. 삶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받았으면 내놔야 합니다. 신세질 때에는 좋다하고 내노라 하면 싫다고 하는데 이는 자살행위입니다. 이런 태도라면 국민소득이 10만 불이 된다 해도 절대 행복하고 여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사람은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너의 도움을 받으며 너와의 관계 속에서만이 존재가 가능합니다. 완성자인 부처님도 열흘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만물 중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잘못된 소리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가리켜 전도봉상이라고 합니다. 생명의 법칙과 질서를 가지고 삶의 방식을 정리해보면 유아독존답게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고 비우고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전도봉상을 버리면 해탈이다.’라고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 생명을 탄생시키고 사랑하는 것보다 거룩한 일은 없습니다. 그 존재가치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동체대비심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유아독존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현 상황이 어렵고 절실한데 이럴 때일수록 한 호흡 가다듬고 자기성찰을 통해 방향과 기본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글: 희망제작소 회원센터 김성재 인턴
*사진: 희망제작소 콘텐츠센터 정재석 인턴/ 대림공업사 장태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