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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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니!

흔히들 절이라고 하면 으레 시외 한적한 곳이나 숲속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오늘 봉은사 방문이 처음인 회원들은 다들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서울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이곳 강남의 빌딩숲 사이에 이런 예스럽고 한적한 풍경이 펼쳐져 있는걸 보니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자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들려오며 마치 도심을 벗어나 있는 듯한 착각이 들다가 뒤를 돌아보면 마천루 건물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다.

‘아침 산사에서 신록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40여 명의 회원들이 발우공양을 하면서 시작됐다. 말로만 듣고 글로만 봤던 스님들의 식사를 직접 체험해 보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봉은사 부주지인 진화스님의 설명에 따라 진행된 발우공양은 지난 5월 하동에서 체험했던 다례를 연상케 했으며 그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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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한 동작 한 동작을 따라서 해보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이 처음인지라 많이 헷갈려하는 모양이다. 절에서는 모든 게 수도라고 한다. 정해진 법식과 절차에 따라 절제된 동작으로 행해지는 공양 또한 일종의 수도처럼 보였다. 한 여름의 더운 날씨에도 스님들은 법복을 모두 갖춰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양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내 입에 넣을 수 있게 되기까지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되새기는 공양 또한 수도이자 공부인 셈이다.

원래는 아침공양이 6시에 시작하는데 오늘 행사 때문에 명진스님과 진화스님은 1시간을 더 기다려줬다. 본디 수행은 규칙적인 생활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데 그 흐름을 깨트린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잣죽과 송이조림, 무조림, 고추조림, 김치, 나물 반찬으로 구성된 식단은 맛도 있을 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훌륭해 보였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중용의 멋이 담겨있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원래 금요일마다 잣죽을 먹는데 오늘은 특별한 분들이 오셔서 화요일임에도 잣죽을 준비했다고 한다. 큰스님부터 종사원까지 모든 대중이 똑같이 먹는 음식으로 평등공양이라고 한단다. 큰스님이라고 따로 더 맛난 걸 드시는 게 아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라는 석가모니의 말처럼 모든 대중이 하나같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임이 여기에서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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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봉은사 주지인 명진스님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공양하는 게 간단치가 않은데 잘 하셨습니다. 요즘 어떻게 하면 희망이 넘치는 사회가 될까라는 고민을 하고 합니다. 그런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며칠 전 월드컵 축구 보셨습니까? 국가대표팀의 주장인 박지성 선수처럼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하다면 충분한 리더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아침이 되길 바라며 건강하시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여러분이 되셨으면 합니다.”

6월 2일에 치러졌던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지도자의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새로워진 듯한 결과가 나왔다. 호프 메이커스 클럽(이하 HMC) 회원들 중에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분들이 많은데 그 중 한명인 최대호 안양시장 당선자에게도 한마디 들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봉은사에는 가끔 오지만 오늘처럼 의미 있는 공양은 처음입니다. 공양도 맛있게 잘 했고 또 어떤 마음으로 밥을 먹어야하는지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이번에 안양시장에 당선이 됐는데 희망제작소의 좋은시장학교에서 많은걸 배우고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서 이런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큰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HMC는 2009년 4월 윤보선 고택에서 창립식을 가진 이후 현재 263명의 회원들이 함께 해주고 있다. 그럼 그간의 활동과 운영에 대한 박원순 상임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HMC가 아직 사회에 큰일을 하지는 못했지만 창립 이후 회원들 사이에 다양한 교류가 있었고 또 많은 좋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시는 분들이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분들이시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본인은 물론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행사가 금요일에 열려서 참여하고 싶어도 못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조찬행사나 퇴근 후 모임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HMC는 각계각층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고 소통의 통로를 열어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모임입니다. 계속해서 후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어서 1년간의 행사 내용을 간략하게 편집한 영상을 감상했다. 만 1년을 넘긴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정말 바쁘게 달려온 한 해였던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계속 많은 분들과 함께 하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키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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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있는 회원들은 거리나 시간상의 문제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기가 녹록치 않다. 그런데 매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참석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매번 제가 좋아서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을 많이 하는데 드라마 ‘거상 김만덕’에서 “재물이 아닌 사람을 얻었다.”라는 대가가 나오더군요. 기부와 나눔을 하겠다는 저의 다짐처럼 아이들도 그러기를 바라며 HMC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쌀을 재배해서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거기에서 결혼도 시키고 남는 것은 나누면서 사는 순하고 착한 농부로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어진 나눔의 시간에는 재활용 디자인업체인 메아리에서 만든 여권지갑을 회원들에게 증정하는 행사를 가졌다. 소파나 의류 등의 가죽을 재활용해서 만든 제품으로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도 납품하고 있다. 해외 출입이 잦은 회원들에게 유용하리라는 생각에 마련한 선물인데 다들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이다.

계속 희망제작소 대학생들의 모임인 희망별동대 ‘빛트인‘팀이 준비한 배로 만든 잼을 소개하는 시간. 대학생 혁신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빛트인이 이번에 기획하고 있는 일을 소개했다. 못생긴 농산물을 건강한 먹거리로 가공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도시민들에게 공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배 잼 사업을 시작하게 됐단다. 못 생기고 흠이 있어서 상품가치가 없는 배를 받아서 충남 아산시 영인면에 위치한 내이랑마을의 기술과 농민들의 손을 빌려서 생산한 배 잼은 100% 유기농배로 만들었으며 색소, 향료, 방부제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수익은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게 되어 농촌마을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며 조만간 투자설명회도 열 예정이라는 설명에 어리지만 참 기특하고 대견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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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진화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봉은사 경내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높은 곳에 오르니 전망이 제법 좋다. 원래는 이 주변이 모두 녹지였는데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모두 파헤쳐지고 깎여버린 탓에 봉은사 주변만 유일하게 남았다는 진화스님의 말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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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보전하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삶 또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희망이라는 큰 퍼즐의 한 조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퍼즐은 여럿이 함께 할 때 더 잘 맞춰지는 법이다. 앞으로도 26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글 : 김성재 회원재정센터 인턴연구원
*사진: 정재석 콘텐츠센터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