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C 12월 모임 후기] 영국문화의 산실 영국대사관저를 가다1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간. 이럴 때는 그리운 이와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싶어집니다. 덕수궁 돌담길은 7080세대들에겐 많은 추억과 그리움을 담고 있는 곳입니다. 붉은 벽돌 건물들이 예뻐서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았고, 밤이 되면 돌담을 비추는 바닥과 분수대의 조명도 환상적이었습니다. 지금도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12월 행사는 덕수궁 돌담길에 남아있는 추억의 잔상을 모아 영국대사관, 대한성공회서울대성당, 성가수녀회를 둘러 봤습니다. 예전의 세실 레스토랑 자리에 있는 달개비에서는 한 해를 보내면서 온정의 손길을 모아 나눔을 실천하는 자리도 준비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
가만히 되뇌어 보면 입안에서 울러 퍼지는 그리움과 추억들이 산산이 부셔져 나온다. 단발머리 여고시절. 짝사랑하던 선생님이 캠퍼스 커플이었던 여학생과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노라고 이야기할 때 얼마나 많은 질투심과 부러움을 느꼈던가. 빨리 대학생이 되길 바랐고 그러면 나도 꼭 그 길을 걸어보리라 다짐했다.

이곳은 지난 1910년에 만들어져 대한제국 때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돌담길이다. 그 길 위에 아스라이 보이는 영국대사관의 신비스러움과 대한성공회 대성당의 이국적인 풍경은 늘 기웃거림만으로는 부족했다. 바로 그 곳의 속내를 알고 싶었고 언젠가는 동경이 아닌, 현실 속의 주인공이 되어 대접받고 싶었다.

심령즉통(心靈卽通).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희망제작소 Hope Makers’ Club[이하 HMC]에서 마련한 12월 행사. 12월18일 우리들은 그 곳에 와 있었다.

[##_1C|1302857272.jpg|width=”600″ height=”2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한옥 모습을 한 영국대사관 정문과 영국대사관저로 향하는 회원들_##]

70여명의 회원들은 영국대사관저에 들어섰다. ‘아~우리가 영국에 와 있는가?’ 서울 한복판에 영국냄새가 물씬 풍긴다. 영국스타일은 무엇일까? 여왕의 나라? 셰익스피어? 셜록 홈즈? 해리포터? 축구의 나라? 버킹검 궁? 빅밴? 런던 브릿지? 뭔가 고풍스러우면서 군더더기가 없이 단정하고 깔끔한 분위기이다.

[##_1C|1168357969.jpg|width=”600″ height=”39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안녕”이라는 유든대사의 인사에 회원들이 깜짝 놀라 웃음을 짓고, 윤정화 회원의 통역으로 영국대사관저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유든 대사_##]

마틴 유든 대사가 바로 옆 방에서 환한 얼굴로 미소 짓는다.유든 대사는 지난 1978년-81년 이등서기관으로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으면서 1994-97년에는 정치참사관으로, 2008년 2월에는 영국대사관으로 부임했다.

“안녕?” 한국말로 인사하자 회원들은 반가움과 놀라움에 모두 함박웃음. 그 웃음 옆에는 삼성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특수 훈련을 받은 ‘호수(Lake)’라는 이름의 시각장애 안내견(犬)까지 등장하여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어슬렁어슬렁 거린다. 유든 대사는 이 시각장애 안내견이 한국말로 훈련을 받아 모든 것을 한국말로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호수~ 호수~ 이리 와” 재밌게도 정말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들이 들려온다.

[##_1C|1163709972.jpg|width=”600″ height=”3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유든대사, 피오나 유든여사가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_##]

1층은 접견실, 2층은 가족 생활공간으로 이어지는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회원인 EMMI 윤정화 한국지사장의 통역으로 유든 대사의 영국대사관저 설립과 역사이야기가 이어진다. 1890년 7월19일 영국대사관저 설립 당시의 시금석과 리모델링이 되어 지금 이 모습을 간직한 이야기에서부터 6.26전쟁 때 피신하지 않은 대사관 직원들이 북으로 끌려가고 목숨을 잃고… 전쟁이 남긴 아픈 참사에서부터 전 대사들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는 이 대사관저의 오래된 물건들은 영국이 얼마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나라인지 실감하게 한다.

[##_1C|1231979774.jpg|width=”600″ height=”59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영국대사관저 접견실의 소장품은 모두 영국정부의 소유고 영국을 상징한다_##]

“이 접견실의 소장품들은 모두 영국에서 가져 온 영국 정부의 것입니다. 영국대사관은 영국 정부와 영국 여왕을 대표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영국을 상징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유든 대사는 1주일에 2-3번 한국인들을 대사관으로 초대해 자국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면서 소통하고 있다.

“저 그림은 버킹검 궁 여왕 즉위식을 그렸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그 옆에 바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진이 보이시죠?” 사진에는 여왕이 1969년에 찍은 젊은 시절의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한국 고서적 모으기는 유명한 그의 취미다. 헌 책방이나 이베이 경매를 통해 모은 책은 450여권이나 될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2003년 한국의 근˙ 현대사를 담은 ‘타임 패스트 인 코리아’(영문판)를 출간한 한국통이다.

[##_1C|1369706416.jpg|width=”600″ height=”39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창문너머 정원 모습을 설명하고 있는 유든 대사_##]

“봄철이 되면 풍경이 너무 멋져 정원에서 행사도 많이 합니다. 어떠세요?”
다이닝룸 유리창에서 바라본 영국대사관의 정원은 런던 하이드파크를 닮아있다.
그 사랑스런 계절에 다시 오고 싶다.

[##_1C|1064919707.jpg|width=”600″ height=”2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손내옹기 이현배 회원과 전통문화단체 한국연협회 리기태 회원이 선물한 미니장독옹기세트와 신호탄연_##]

“이것은 Hope Makers’ Club에서 마련한 선물입니다. 전북 진안 손내옹기 이현배 회원이 만든 옹기입니다. 한국인의 발효 음식을 저장하는 최고의 그릇입니다.” 미니 옹기세트를 본 유든 대사는 깜짝 놀란다. 너무 앙증스런 옹기가 유든 대사의 손 안에 들어오자 회원들도 박수를 보낸다.

이어 전통문화단체 한국연협회 리기태 회장이 준비한 이순신 장군 신호탄연이 유든 대사에게 건네졌다.
임진왜란 당시 13척의 배로 왜척 133척을 대파한 이순신 장군이 공격 명령을 내릴 때 사용했던 신호탄연은, 바로 영국 넬슨 해군 제독과도 비교되어 유든 대사를 감동시켰다.

[##_1C|1277947154.jpg|width=”600″ height=”2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조선말 대한제국 시절을 볼 수 있는 역사 기록 사진들_##]

영국대사관저를 둘러본 전 대법관 천경송 희망제작소 고문은 “영국풍의 아름다운 집과 한국에 대한 유든 대사의 나라사랑 문화를 보면서 우리 자신은 얼마나 우리나라를 잘 알고 있는지 자문하고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